추운 겨울, 봉사라는 이름으로 봄을 열다
[인터뷰] 안용태 붉은악마봉사단 단장
▲ 안용태의정부·양주 붉은악마봉사단 단장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임효준
입춘을 지나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추위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희망이다. 삶의 무게에서 깨닫게 된 또다른 사랑의 이름 '봉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다.
"어려운 가운데 봉사하는 것이 진짜 봉사입니다. '먹고 살아야 봉사라도 한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대부분 봉사하는 사람은 먹고살만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먹고 살 수 있는 가운데 봉사하면 좋지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장애인, 파지 줍는 사람 등 없는 가운데 봉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봉사하는 것을 정말로 즐거워하는 분들이죠."
의정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용태씨는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다. 의정부·양주 붉은악마봉사단 단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지난 6일, 그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시민들 누구나 나서서 함께 외쳤던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애국가 등 우리나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던 열광의 도가니에 안씨도 있었다. 의정부 거리 응원 단장으로 한몫했다. 그 인연이 2006년, 2010년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
"'붉은 악마' 하면 괜히 기분이 좋고 희망을 품게 됩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붉은 악마였죠. 그런데 4년마다 지역에서 모여 응원전을 한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대표 서포터즈와 다른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친목단체로 업그레이드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안용태지역사회 공헌과 이웃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용태씨 ⓒ 임효준
안씨는 지난해 5월, 의정부 시장을 비롯해 의정부 축구협회 회장 및 지역관계자, 단체장들과 함께 붉은악마봉사단을 창단됐다.
비영리 법인 봉사단으로 미용·의료·체육·공무원 등 2000여 명이 구성돼 어르신들의 이발부터 헌혈, 거리 청소 등 이웃을 위한 소소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어려울 때 봉사를 하게 되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주는 기쁨을 얻게 되고 인성을 다듬게 되는 시간이 됩니다. 주고 빼앗긴다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봉사를 정말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됩니다."
▲ 붉은악마봉사단식당봉사단 식당 한편을 가득 채운 응원메시지. ⓒ 임효준
얼마 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연락이 와서 안 씨와 회원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의정부 화재사건 4남매 피해가정집에 도배와 장판, 이불 등 위문품 일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주위에 자살했던 후배도 있고 저 역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행복해 질 수 있고 자신을 아낄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좋은 친목단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 봉사자의 입장에서 정치해야 한다"
정치인 중에서 봉사를 강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안씨는 따끔하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의 첫 번째는 정치인인 것 같습니다. 자기의 권위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봉사로 가식적인 1회성 봉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자의 입장에서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그는 2002년 히딩크 감독과 최근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끈 슈탈리케 감독에 대해서도 봉사만큼 축구사랑의 열정을 말한다.
"선수를 대할 때 객관성을 두고 인성, 감성을 높여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우리나라 지도자와 다른 것 같아요. 간혹 한국은 성적 위주나 자기한테 이로움을 주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 개인의 이해타산보다 객관적 시각, 평가로 감성적인 교감을 나누니 신뢰가 생깁니다.
감독과 선수가 신뢰가 쌓이면 능력이 100% 이상 나올 수 있습니다. 감독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11명 팀원의 팀웍 및 능력을 최대한 만들어 내는 것이죠. 신뢰와 상대방 입장에서 보는 배려, 우리사회에서 만들어 가야할 귀한 가치일 것 같습니다."
곧 다가올 설날을 앞두고 다시 추워진 오늘, 따뜻한 소식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매거진>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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