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4대강 사업 부실감사' 증거 나왔다
[집중취재] 감사연구원, 뒤늦게 수공 4대강 사업 참여 '부적절' 지적
▲ 지난해 5월 발간된 감사연구원 보고서 중 일부. ⓒ 오마이뉴스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 2013년 10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를 벌였다. 당시 감사원은 ▲ 세부계획 수립과 이행실태(1차) ▲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관리 실태(2차) ▲ 설계 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 실태(3차) ▲ 매장문화재 조사와 보호실태(4차)를 중점적으로 감사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4차 감사를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감사대상에 올랐다.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한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수공은 지난 2009년 9월 이사회를 열어 4대강 총사업비 22.2조 원의 36%에 해당하는 8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수공이 정부의 '재정사업'이 아니라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법적 근거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당시 감사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전혀 짚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 산하기관인 감사연구원이 지난해 5월 정기보고서(Issue Report)를 통해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하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부실감사를 덮기 위한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부적절'... 알고도 감사 안해
감사원은 총 네 차례에 걸쳐 홍수방어계획 등 사업계획 수립과 사업설계, 입찰, 공사발주, 시공 등을 감사했다. 여기에는 준설토 처리, 16개 다기능 보의 바닥보호공과 수문 설계·시공, 설계변경 등의 적정성 여부, 1·2차 턴키공사와 총인처리시설 가격담합 원인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감사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주무주처인 국토부가 ▲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 건설사들에게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등 가격담합의 빌미를 제공했음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토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형건설사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음에도 추가감사를 실시하지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도 않았다. 특히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4대강 사업 위헌 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에서 2009년 11월 제기한 소송이 진행중인 점을 고려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지난 2009년 8월 정부법무공단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수공의 사업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자문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국민소송단의 소송 제기를 이유로 편법·위법과 세금낭비 논란이 일었던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 과정에는 눈감은 것이다.
감사연구원 "추진 근거 모호... 재정지원 불명확"
▲ 지난해 7월 6일 4대강조사단, 4대강범대위, 새정치민주연합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가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시작해 나흘동안 4대강 현장조사에 나섰을 당시 모습. ⓒ 윤성효
그런 가운데 감사원의 산하기관으로서 공공부문 감사제도와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감사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공기업 주요 '정책사업' 추진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추진 근거가 모호하고, 재정지원 조건이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감사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연구원은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하고 재정지원 조건이 불명확하게 설계된 상태로 재정사업에서 공기업 사업으로 전환돼 결국 정부와 공기업 모두에 부담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감사연구원은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는 ▲ 사업 결정 과정 ▲ 사업 추진 근거 ▲ 재원분담·손실보전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사업 결정 과정' 부분에서는 "변경된 사업에 대한 충분한 숙려기간이 주어지지 않고, 사업성·경제성·재원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정사업이 아닌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는데도 사업성과 경제성, 재원구조 등을 헤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 부분에서는 "치수사업을 공기업 자체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며 수공이 제출한 내부자료(<자체사업 시행방안 의견 제출>)를 제시했다. 수공은 이 내부자료에서 "4대강 사업은 치수사업이며 수입이 없기 때문에 수공 자체사업으로 곤란하다"라며 추진의 법적 근거인 수공법 제9조 제1항 제호 라목('그 밖에 수자원의 개발·이용·시설')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러한 수공의 의견 제출은 앞서 언급한 정부법무공단 등의 법률자문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를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자체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판단했던 수공도 '8조 원 투자'를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2009년 9월 28일).
특히 감사연구원은 "사업이 완료된 현재에도 법적 근거 논란은 형태를 바꾸어 진행 중"이라며 "현재 수공은 자체사업으로 추진한 다목적댐 건설에 대해 치수에 사용된 부분(1.5조 원가량)에 대한 국고지원을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수공이 원칙적으로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영주댐과 보현산댐 건설에 들어간 1조4868억 원(2014년 기준)도 국고를 통해 지원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자 전액지원은 도덕적 해이 야기"
또한 감사연구원은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는 재원분담·손실보전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재정지원 조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9월 25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수공이 조달하는 원금에 대한 이자는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고 원금은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통해 우선 회수하되, 부족분은 사업종료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여건을 고려하여 재정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1조 원에 가까운 이자(9180억 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투자 원금인 8조 원을 회수하기 위한 대책은 아직도 세워지지 않았다. 수공에서는 높은 부채비율(2013년 121%, 약 14조 원)을 들어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국고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감사연구원은 "금융비용 전액 지원 조건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지원기한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비용 전액지원이라는 조건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상태 등을 감안, 재정지원 규모·시기·방법 등을 구체화'한다고만 돼 있을 뿐 시기, 절차, 주체 등을 명시하지 않아 책임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감사연구원은 "현재까지 금융비용 보전만 1조 원가량 투입되었으며 투자원금에 대한 회수계획이 늦어질수록 금액은 누적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투자원금 회수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2022년경에 약 5000억~6000억 원가량의 기대수익이 예상되지만 투자원금 규모에 훨씬 못 미"친다라고 밝혔다.
특히 감사연구원은 총사업비 관리와 관련해 "정부는 '수공 투자비는 정부의 총사업비 관리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8조 원 범위에서 추진본부가 관리'한다고 제시"했다며 "하지만 총사업비 관리가 재정당국이 아닌 사업추진 주체에 의해 이루어짐에 따라 비용관리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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