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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하동 섬진강 벚굴구이

등록|2015.02.10 14:17 수정|2015.02.10 14:18

▲ 숯불에 올려진 벚굴이 익어가고 있다. ⓒ 김태현


지금 섬진강에서는 한창 벚굴이 잡히고 있다. 벚꽃필 때 가장 맛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벚굴이다. 강 속에서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벚나무에 벚꽃이 핀 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강에서 자란다고 해서 '강굴'로도 불린다. 대한민국 5대 강 가운데 유일하게 1급수를 자랑하는 섬진강의 또 다른 명물이 바로 벚굴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양식이 어렵기 때문에 맛을 보기가 쉽지 않은 귀한 음식이다.

▲ 손바닥보다도 더 큰 벚굴 ⓒ 김태현


그로인해 섬진강을 끼고 있는 하동과 광양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구경하기가 어렵다. 자연산 벚굴은 섬진강 하구의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마을(일명 신방촌) 앞 강변에서 주로 잡힌다.

남해바다와 만나는 섬진강 하구 수심 3∼4m의 물속에서 주로 자라는데, 썰물 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잠수부가 장비를 갖추고 물 속에 들어가 강바닥에 붙어 있는 벚굴을 채취한다. 크기는 보통 20∼30㎝ 내외이고, 큰 것은 40㎝가 넘기도 한다. 보통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이고, 어떤 것은 사람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것도 있다.

▲ 대부분 식당들은 벚굴을 5kg을 기본으로 판매한다. ⓒ 김태현


벚굴은 알맹이가 쌀뜨물처럼 뽀얀 것이 특징이다. 12월부터 잡기 시작하지만 이때는 알이 덜 찬 상태라 맛이 떨어진다. 보통 2월부터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해 벚꽃이 지는 4월 말까지 잡는다.

일반적인 굴에 비해 채취기간이 훨씬 짧다. 벚굴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 아미노산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주민들은 강 속에 사는 비아그라라고 부른다.

▲ 벚굴구이와 벚굴죽 상차림 ⓒ 김태현


이 벚굴을 직접 강 속에 들어가서 잡아 손님에게 내놓은 식당 중에서 소문난 맛집이 있다. 고전면 전도리의 벚굴식당과 강굴식당이다. 2월부터 5월초까지 3개월이 약간 넘는 기간동안 벚굴만 주로 취급하는 벚굴전문식당이다. 강에서 연방 건져 올린 싱싱한 벚굴은 바다에서 채취한 것에 비해 비린 맛이 덜해 날 것으로 먹기도 한다.

구워먹으면 맛이 더 담백하고 상큼해 벚굴구이가 가장 인기가 높다. 숯불 위에 올려진 벚굴이 10분 정도 지나면 먹기 좋게 구워진다. 잘 구워진 벚굴 위에 매실장아찌와 김치를 올려놓고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매실은 소화를 돕고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데 더없이 좋다. 짭쪼롭한 바다향과 섬진강의 맑은 강물이 같이 느껴지는 절묘한 맛이 입안을 감돌며 봄을 재촉한다.

▲ 벚굴을 넣어서 벚굴죽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김태현


벚굴은 구이 외에도 벚꿀찜, 벚굴전, 벚굴회무침, 벚굴죽 등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벚굴이 워낙 커서 몇 개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불러온다. 이맘때즘 하동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벚굴을 한 번 맛보는 건 어떨까?

▲ 벚굴구이와 벚굴죽 ⓒ 김태현


덧붙이는 글 김태현 기자는 여행작가로 하동에서 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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