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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물에 담배꽁초, 쓰레기... 두 얼굴의 '나혜석 거리'

[현장] 젊음과 문화의 거리에 밤만 되면 쓰레기가 넘쳐나

등록|2015.02.12 12:01 수정|2015.02.12 12:01

수원 나혜석 거리수원 나혜석 거리 표시석 ⓒ 김민규


지난 10일 늦은 밤 수원 나혜석 거리는 낮처럼 환했다. 수원역과 함께 가장 발달한 번화가 중 하나인 나혜석 거리는 밤에도 낮만큼 사람들이 많다. 2013년 11월 30일 수원역까지 분당선이 완전 개통된 이후 수원시청역이 인접한 나혜석 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고 있다.

이제 나혜석 거리는 수원시민뿐 아니라 용인이나 분당, 서울에서도 찾는 명소로 등극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나혜석 거리 식당가는 한창 바빠진다. 수원 인계동에는 수원시청이 있어 행정의 중심지이고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와 벤처회사도 많다.

점심시간에 나혜석 거리는 점심을 먹으려는 넥타이 부대로 붐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면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남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저녁 역시 나혜석 거리는 환하게 불을 비추고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늦은 밤 나혜석 거리는 낮에 봤던 그 거리가 아니다.

화단은 재떨이가 아니다

수원 나혜석 거리담배꽁초가 있는 화단 ⓒ 김민규


올해부터 실내 흡연이 완전히 금지된 이후 나혜석 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풍경을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삼삼오오 모여서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흡연자에게도 흡연할 권리가 있으니 실외에서 흡연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삼삼오오 흡연자들이 모여서 흡연을 하는 곳은 바로 화단이었다. 화단이 재떨이가 된 것이다.

화단을 들여다보니 수십 개비의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할 화단에 이렇게 많은 담배꽁초가 매일 같이 버려진다면 흙이 심하게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과연 이렇게 오염된 흙에서 꽃이 필 수 있을지, 아예 화단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혜석 거리 곳곳에 있는 화단 중에 담배꽁초가 없는 화단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나혜석 거리 상징물 곳곳에도 쓰레기 천지

수원 나혜석 거리쓰레기로 가득찬 거리 조형물 ⓒ 김민규


나혜석 거리의 쓰레기 문제는 화단뿐만이 아니다. 나혜석 거리에는 수원 출신의 여류화가 나혜석을 형상화한 동상뿐 아니라 거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있다. 추운 겨울이지만 낮에는 동상이나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밤에는 조형물을 쉽게 만질 수 없었다. 구토와 쓰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물이 나오는지 추운 겨울이라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개수대는 물 대신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형물이 쓰레기통이 된 것이다.

문제는 단지 쓰레기만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취객들의 구토다. 이날에도 나혜석 거리 한 가운데서 구토를 하는 여성이 있었다. 잔뜩 술이 취해 거리 한 가운데서 쪼그려 앉아 헛구역질을 하고 있고, 그 뒤에서 한 남자가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음식물을 게워내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나혜석 거리 한복판에 쏟아놓은 혐오스러운 구토물은 그렇게 추운 겨울밤에 얼게 될 것이고 그 다음날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리고 피할 것이다.

수원의 얼굴답게 깨끗한 거리되어야

나혜석 거리는 지리적으로 수원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수원시청이 인접한 수원의 얼굴과 같은 곳이다. 또 수원의 자랑스러운 예술인의 이름이 붙여진 거리처럼 나혜석 거리는 예술과 문화가 깃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해야 한다.

그런데 더럽고 불쾌한 거리라고 인식하게 된다면 다시 나혜석 거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이날까지 본 나혜석 거리는 낮과 밤이 완전 다른 두 얼굴의 거리였다. 이것이 어쩌면 현재의 수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혜석 거리가 젊음과 문화의 거리인 만큼 자유롭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깨끗하고 밝은 거리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수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나혜석 거리가 계속 아름다운 거리가 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e수원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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