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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 아닌 심리전

대북심리전에 나서는 오바마 대통령

등록|2015.02.12 15:20 수정|2015.02.12 15:21
한반도 정국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을 언급하며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자고 한 이래로 남북은 치밀한 탐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대북전단 살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0월 10일에 휴전선 총격전까지 불러와 남북고위급회담을 무상시켰던 전단 살포였습니다. 이제는 연초부터 미국인들까지 합세해 강행되어 남북관계 개선에 커다란 악재로 대두되었습니다. 2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고 두둔하였습니다. 대북전단 살포가 과연 '표현의 자유'일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북심리전에 매달리는 미국

1월 24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터뷰한 내용은 전쟁이 아닌 인터넷을 앞세우면 북한정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바마는 인터뷰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장 많은 제재를 받고, 가장 외부와 차단된 국가"라고 규정하며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의 국가를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을 있는 그대로 밝혔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집중하는 대북노선은 군사적 해법만이 아닌 듯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북한은 모든 것을 군사력에 투자하며 100만 군대를 보유하고 핵기술과 미사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해결책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오바마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바로 옆에 있고, 전쟁이 일어나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군사적 해결책은) 힘들다"며 대북선제공격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오바마는 "북한의 붕괴는 인터넷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북한붕괴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오바마는 "지금 내가 유튜브와 인터뷰하는 것처럼 북한 사회에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흘러들어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북한처럼 잔혹한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내다보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인터넷을 앞세운 공세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심리전'입니다. 사전에서는 심리전을 두고 "명백한 군사적 적대 행위 없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으로 규정합니다. 오바마가 인터넷을 앞세운 대북활동의 목표를 북한정권으로 규정한 이상 이는 '심리전'입니다. 현재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중심전략은 심리전인 것입니다.

핵 선제타격이 표현의 자유로

인터넷을 앞세운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북한붕괴전략을 어찌 보아야 하나요? 지난 과거 미국의 군사적 협박과 비교해본다면 어째서인지 미국의 위세가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들려 한다며 이들 국가들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곧이어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핵선제타격 방안을 검토하였습니다. 미국은 북한 영변의 핵발전소를 폭격한다는 '외과수술식 타격'이라느니, 평양의 북한수뇌부를 폭격한다느니 하며 이제 곧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듯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때로부터 13년이나 흐른 현재, 북한은 미국의 면전에서 핵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2005년 2월 10일에 핵보유선언을 하였고 2006년 10월 9일에 제1차 핵시험, 2009년 5월 25일에 제2차, 2013년 2월 12일에 제3차 핵시험을 단행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북한은 2009년 <은하 2호>로켓으로 <광명성 2호>를 발사한데 이어 2012년 4월 12일에는 <은하 3호>로켓으로 <광명성 3호>를 발사해 실패하였지만 그 해 12월 12일에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해 궤도진입에 성공시켰습니다.

미국도 성공을 인정한 <광명성 3호>는 그대로 장거리미사일 능력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북한은 이미 2012년 4월 15일의 열병식장에서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전격 공개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미간 군사대결은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2013년 3월 31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습니다. 한 마디로 핵증산을 선언한 것입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4월 5일, '북한 지도자의 오판'을 염려하며 미태평양사령부(PACOM)의 전술교본인 작전명 'The Playbook'(더 플레이북)을 중단하였습니다. 4월 7일에는 미국의 정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훈련도 '북한 지도자의 오판'을 염려한다며 슬그머니 발사 일정을 연기하였습니다.

급기야 최근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주목됩니다. 2014년 10월 25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은 현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나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민간진영이 아니라 미군사령관이 직접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인정하였으며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까지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인터넷 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을 인용해 미군이 플로리다 주 템파의 특전사령부 '워게임(모의전쟁) 센터(USSOCOM-Wargame Center)'에서 미군 주요 지휘관들과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주재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과 한국군에 대한 지원방안과 더불어 북한의 대규모 특수 전 병력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2002년에는 북한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제맘대로 선언하였지만, 이젠 북한의 핵능력이 신경 쓰이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졌습니다.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답게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대북심리전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면 '북한의 도발'로 규정해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킨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기대하는 대북심리전은 전단 살포

미국은 2002년만 해도 북한에 대한 핵선제 타격을 호언장담했지만 2015년에는 심리전으로 갈아탔습니다.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신장되어 기존의 북한압박에 한계를 느낀 것입니다. 오바마가 갑작스럽게 인터넷을 통한 붕괴를 거론한 것은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지금까지 미국이 집중해왔던 군사적 압박으로는 북한을 붕괴시킬 수 없었다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인정한 셈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현실이 오바마의 바람대로 될 지는 의문입니다. 수많은 탈북자들은 많은 북한사람들이 북한 밖의 세계현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일부 북한주민들은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북한 국경지역에서 중국과 휴대폰 통화가 계속 이뤄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그저 나라 밖 호기심일 뿐이어서 그것이 북한정권 붕괴로 이어질 연계가 없습니다. 청년들이 미드(미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해외여행을 자주 간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붕괴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북한주민들이 한국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곧바로 붕괴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체제가 붕괴하려면 문화공세에 더해 반체제선전이 주입되어야 합니다. 북한정권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북한체제의 한계, 한반도 전쟁발발의 위험성 등 북한주민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동요시키며 불안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종적으로는 체제붕괴의 방법론이 제시되어야 하겠지요. 말 그대로 내란음모가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전을 수행할 유력한 수단은 바로 대북 전단 살포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전단 살포에 미국인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19일 밤 11시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미국단체인 'HRF(Human Rights Foundation)'가 경기도 파주시 일대에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전단 10만 장을 살포했습니다. 이들은 여기에 GPS(위성항법장치)까지 장착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과 탈북자들은 1월 20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 영화 <디 인터뷰(The Interview)>의 DVD를 대량 살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암살을 담은 영화합니다. 12월 18일, <미국의 소리방송>은 이 영화가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의 동의의견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심리전을 통한 북한정권 붕괴전략은 결국 대북전단 살포였던 것입니다. 이제 그 나라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담은 영화가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북한으로 뿌려지게 되었습니다.

IS 테러리스트들이 오바마 대통령 가족을 협박하는 인터넷해킹을 자행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아닌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암살을 담은 영화가 유통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들은 아마 '내란음모 반국가단체'로 몰려 극형을 선고받을 것입니다. 대북 전단 살포에 휴전선 총격전이 염려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이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에 동시에 개제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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