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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것은 합의서와 법을 지키라는 것뿐..."

[인터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외환은행지부 김보헌 본부장

등록|2015.02.12 18:22 수정|2015.02.12 18:27
이명박 정권 말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론스타 먹튀 사건'. 금융위원회(아래 금융위)는 외국계 기업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수조 원의 이익을 챙기고 달아난 사건이다. 이때 '먹튀(먹고 튀다)' 논란이 일었다.

그 후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이 인수함과 더불어 노사정의 합의를 통해 5년간 독립 경영 이후 합병을 논의하겠다는 합의서를 이끌어 냈다. 또, 법원에서 론스타에 부당 수익을 명목으로 벌금을 청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잠잠해졌다.

최근 론스타는 경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를 향해 4조 6000억에 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금융위는 또다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씨는 뜻밖에도 외환은행으로 번졌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이 연임을 결정하는 시기에 맞춰 기존에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한 합의사항을 어기고 2년 만에 합병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도에는 노조 측의 합의를 얻는 절차가 모두 생략되었으나 '합병예비인가신청서'를 금융위가 받아들이면서 노조 측의 농성이 시작되었다.

지난 1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외환은행지부 김보헌 본부장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일의 전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2012년 2월, 10년에 걸친 '론스타 투쟁'을 끝내면서 정부 측인 금융위원장,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외환은행장이 모여서 합의를 이끌어 냅니다. 여기서 작성한 합의서 내용의 핵심적인 내용은 5년간의 독립경영이고, 합병에 대한 논의는 그 후에 다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에 하나금융지주에서 일방적으로 합병을 추진합니다.

이때부터 금융권 최초로 900명 이상의 징계를 내리는 등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해결책 없는 희생이 커지면서 노조측에서 대승적 차원의 대화를 요구했고,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하나금융 측에서 다시 한 번 뒤통수를 칩니다.

노사합의 중에는 합병에 대한 시도를 중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합의 사항이었는데 이를 불과 회의를 두 번하고 금융위에 '합병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여기에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 측이 제출한 '합병예비인가신청서'를 받아들입니다. 그게 1월 19일이었습니다. 기존에 노사 합의를 얻어 오라는 입장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죠. 이때부터 대화는 중단되고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 현재는 어떤 식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까?
"노조간부를 중심으로 금융위 앞에서 108배를 하고 했고, 1월 26일부터 무기한 철야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철야농성은 17일이 되었고, 108배와 중식 집회는 24일 정도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저희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에서 인용을 판결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희의 주장이 법리상의 타당성은 의심할 바 없었지만, 정치적 영향으로 인해서소송에서 승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일반적인 우려를 깬 결과였습니다. 한마디로 하나금융지주에서 주장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실재하지 않고, 합의서를 위반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6월 30일까지 합병절차를 중지하고 합의서에 입각한 합의를 해라라고 판결이 났고, 법원에서의 판결이 그렇다면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할 텐데 하나금융지주는 여전히 이이신청을 한다거나 IT부분은 합병한다는 등 합병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빌딩 앞 농성장에 있는 현수막금융위원회 빌딩 앞 농성장에 있는 현수막 ⓒ 이성관


- 그렇다면 하나금융지주에서 주장하는 합병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합의서의 효력에 대해서는 법원이 인정한 것이니까 말을 더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그 다음은 외환은행 경영상의 실패를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은행의 실적이라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볼 것이지 1~2년의 성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금융지주의 인수가 있기 전까지 외환은행은 10년간 일인당 순수익이 하나은행보다 낮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인수가 있고 난 후에 실적이 떨어진 것이죠. 그렇다면 실적이 낮아진 이유를 철저히 조사하고 김정태 회장의 경영상의 문제를 돌아봐야하는 것이죠.

경영상의 문제를 외환은행에 돌리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오히려 김정태 회장이 경영을 잘 못한 결과로 보고 사퇴를 해야 할 일이죠. 하나카드와 외환카드를 통합하면서 외환이란 이름은 아예 빼버리고 하나카드로 통합했고, 6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금을 외환은행에 넘겼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실적을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 하나금융지주 측과 금융위가 한 몸이 되어 외환은행을 없애려고 하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은 하나은행 자체가 독자적인 생존에 대한 역량이 딸리는 것이 아니라면 왜 합병을 서두르겠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있는 것이구요. 단기적으로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관련해서 합병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죠.

원래 정관으로는 회장연임 기간이 '3+1'이었는데 작년에 '3+3'으로 바꿨습니다. 연임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을 천명한 셈인 것이죠. 자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년 7월에 합병카드의 무리하게 꺼냈고, 합의서를 어기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전횡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죠. 시민단체의 시각에서는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강한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론스타와 ISD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론스타 측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하나금융지주가 주장하는 합병을 할 수 있게 되면 외환은행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면서 관련된 시민단체 소송도 무력화되게 하려는 것이죠. 과거에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불법 매각했고, 다시 돈을 챙겨 나갈 때도 불법적으로 승인해 준 과오를 지우고 싶은 것이죠.

금융위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만 인정하면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일이고 그 것을 증명하는데 힘을 쏟아야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산업자본이라는 함은 정확히 말하면 '비금융주력자'입니다. 다시 말해 은행을 소유하거나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다.

총 자본의 25%, 총자산 중에서 2조원 이상이 비금융자산일 때 산업자본이라고 말합니다. 론스타는 일본에만 3조원 이상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송을 진행시키지 않고 헌법소원에 까지 계류 중에 있습니다. 국고 4조 6000억의 유출이 달린 문제임에도 정부는 소송을 이기는 것과는 반대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 오히려 소송에서 지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보이네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가 있죠. 론스타가 2003년에 불법적으로 들어왔고, 또 2012년에 나갈 때 자신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방조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익에는 반하는 일이지만, 자신들의 안위에는 맞는 일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겠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예, 외환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2·17 합의서를 지켜달라는 것이죠. 론스타 시대를 종식하고자 하는 노사정의 협의가 담긴 합의서입니다. 이는 비단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의 경영, 나아가서 국익에도 장기적인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그저 합의한 내용을 지키라는 합리적이고 당연한 요구인 것입니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을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다른 방식의 투쟁도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한국뉴스투데이 홈페이지에 동시기재.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 들리는 취재 방송에 전문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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