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한국일보 승 회장? 나와 보통 관계 아냐"
미공개 녹취록 확인... <한국일보> "의미 없는 발언, 기사 누락과 무관"
▲ 한국일보가 10일 오전 '이완구 후보자 녹취록 공개파문 한국일보사 입장'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보도 누락 경위와 이유 등을 밝혔다. 이 입장문은 이 후보자 문제의 발언이 나온 시점에서 2주가 지나서야 발표된 것으로, 여기에는 한국일보의 부끄러운 고백이 담겨있다. ⓒ 한국일보 갈무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의 형제와 각별한 사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완구 후보자는 이날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왜곡된 언론관을 여과없이 드러냈지만, 당시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던 <한국일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미디어오늘>은 12일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보한 녹취록의 미공개 부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한국일보 승 회장? 그 형 은호가 (나와) 보통 관계가 아니다, 나는 그 양반이 한국일보 맡을 줄 몰랐다, 도지사 그만 두고 일본 갔었을 때 가 있던 집이 승 회장 집이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완구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지난달 29일 법정관리를 졸업한 <한국일보>는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을 이달 2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완구 후보자는 <한국일보> 기자가 포함된 기자 4명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충남 도지사를 그만두고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 승 회장의 친형인 승은호 코린도 회장의 집에 7개월 가까이 머물렀다며 친분을 과시한 것이다.
"세상이 다 이렇게 엮여 있다고. 모른다고, 어떻게 될지. 이게 무서운 얘기 하는 거야. (나이) 60(세) 넘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엮일지 몰라요."
이 후보자는 이어 김아무개 전임 한국일보 부장의 실명도 거론했다.
"그러니까 인생사라는 게 서로들 얽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돼.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그래서 내가 언론인들 많이 챙깁니다. (<한국일보>에 근무했던) 김○○이도 지금 ○○○ ○○하고 있지? 그러니까 여기까지 40년 지탱하고 살아온 거지. 우리나라 정치판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불만을 피력하는 한편,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일보> 기자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침착하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가면 언젠가는 그게 리턴이 돼요. 막 그렇게 해버리면 너도 데스크로 가는 거지. 너도 너 살려고 할 거 아니야. 빼 하면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그럼 이상하게 돼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젊은 기자분들 내 자식 같잖아. 큰 자식이 37(세)입니다. 우리 60 평생 살았으니 얼마나 흠이 많겠소. 우리나라 압축성장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흠이 많겠고. 똑같은 거지. 우리 사는 게.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김치찌개를 계기로 좀 도와주소."
문제는 이 후보자가 <한국일보> 회장 형제와의 친분을 과시한 것이 이 후보자가 문제의 식사 자리에서 한 발언을 <한국일보>가 보도하지 않은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식사 자리에 있던 <한국일보> 기자는 이 후보자의 발언 녹취록을 정리해 편집국장에게까지 보고했지만, <한국일보>는 "즉흥적인 발언"이라는 이유로 이를 보도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일보> 측은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이 후보자의 발언과 기사 누락이나 사과문 발표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고재학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로 내정되기 전에 나와 정치부장, 여당 출입기자랑도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이 후보자는 승명호 회장이 아닌 승 회장의 형 승은호 코린도 회장이랑 친하다고 얘기했다"며 "지난달 기자들 앞에서도 한국일보 기자가 있으니 마치 지금 (승명호) 회장이랑도 친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또 "이 후보자가 어린 기자들에게 언론사 간부와 친하다고 과시하면서 '내가 너네 부장 역임한 사람도 알고, 너희(한국일보) 회장도 안다'고 말한 것"이라며 "우리한테도 실제로 동화그룹 회장의 친형이랑 친하다고 애기하면서 위세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고 국장은 이어 "담당 기자와 녹취록을 짚어가면서 의견을 공유했고, 그 발언이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한국일보나 승 회장이 이 후보자와 친하다고 해서 보도를 안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완구, 모든 언론인을 조롱하고 바보로 만들어"
▲ 녹취록 공개파문 '한국일보 입장' 들어보인 이장우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녹취록 공개파문 관련 사고를 낸 <한국일보>의 입장을 보면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는 내용이 있다"며 녹취록 공개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 남소연
앞서 이완구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경향신문>, <문화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기자들과 함께한 점심 자리에서 한 종합편성채널의 패널을 교체하고, 기자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었다.
KBS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OOO하고, ***한테 '야 유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보도 통제와 인사권 개입을 자랑스레 늘어놓으면서 언론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낸 것이다.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 외압 발언이 일파만파 논란을 빚으면서 사퇴 여론이 높아지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녹음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후보자가 그동안 반대해 왔던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엄포성 발언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버리겠다,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친척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항변을 해 봐, 당해 봐"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이렇게 (밥을) 얻어먹잖아. 3만 원이 넘고 1년에 100만 원이 넘잖아, (경찰서에 불려) 가. 이게 김영란 법이야"라고도 말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 줬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SBS본부는 또 이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 취재윤리 문제를 거론하며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SBS본부는 "지난 6일 기자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말 그대로 이 시대 모든 언론인을 조롱하고 바보로 만들었다"면서 "이런 자가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되면 언론과 언론인 모두를 발 아래 두기 위해 온갖 불온한 일을 저지를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언론과 언론인을 지배와 회유, 협박의 대상으로 여기는 왜곡된 언론관을 가진 이 후보자가 언론 자유가 보장된 헌법이 존재하는 민주국가의 총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야 하며 국회도 총리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SBS본부는 이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을 듣고도 보도하지 않은 언론과 녹취록 공개 과정을 두고 취재윤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는 언론 행태도 강하게 비판했다.
SBS본부는 "누구보다 더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야 할 이들은 언론인"이라며 "후보자의 자격검증에는 뜻이 없고 취재윤리 운운하며 변죽만 울리고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며 진실을 뭉개는 언론 또한 마땅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본부는 "혹 이완구씨가 총리가 된다면 SBS를 포함한 언론과 언론인의 책임이며 이들에게 더는 언론자유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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