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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호 마윈의 전략... 작지만 정교하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09] 小

등록|2015.02.13 20:19 수정|2015.02.13 20:19

작을 소(小)는 갑골문이나 금문 모두 작은 물건 세 개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이다. ⓒ 漢典


중국 서점에는 원래 정치·역사 관련 인물들의 서적이 많다. 그런데 최근 서점에 들렀더니 입구에 온통 알리바바 CEO 마윈(馬雲)에 관한 책들이다. 종류만 200여 종이 넘고 서점 한 편에선 그의 연설 영상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항저우(杭州)의 평범한 영어강사 출신에서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된 마윈은 이미 중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다. 중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그가 만든 인터넷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이다.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로 배달된 그 물건을 찾으러 가는 것이 중국 대학생들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타오바오가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하는 11월 11일 솔로의 날(光棍節)은 이미 중국인들의 새로운 쇼핑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62cm의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인 마윈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창업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2014년 기준 260조로 삼성전자를 능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마윈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말이 "작지만 야무지고 정교하게, 작지만 특별하게(小而精, 小而特)"이다. 처음엔 뇌성처럼 요란을 떨다가 막상 성과는 몇 개 빗방울처럼 별 볼 일 없는(雷聲大,雨點小) 기업들이 되놰 봄직한 말이다.

1999년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서 아내를 포함한 18명이 창업한 알리바바가 초대형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적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루고, 작은 것이 쌓여 거대함에 이른다(聚少成多,積小致巨)."는 <한서(漢書)>의 이치를 잘 보여준다.

작을 소(小, xiǎo)는 갑골문이나 금문 모두 작은 물건 세 개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크기를 나타내는 작을 소(小)와 양을 나타내는 적을 소(少)가 구분되어서 쓰이지만, 고대에는 아래쪽에 점 하나가 더 있을 뿐 별 구분 없이 그냥 고만고만한 작은 물건을 나타냈던 걸로 보인다.

축소지향적인 일본에 비해 중국 하면 왠지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명, 청대 민간에서 유행한 감람핵조(橄欖核雕) 같은 공예를 보면 작은 나무 열매 등에 아주 세밀한 조각 예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타이완 고궁박물관에는 올리브 열매에 배를 조각하고 여덟 사람이 배에 앉아 있으며, 그 바닥에는 소동파의 <후적벽부(後赤壁賦> 357자 전문을 새겨 넣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은 먼지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는 불교사상이나 작은 것에 큰 것이 있고 큰 것에 작은 것이 있다(小中有大,大中有小)는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작은 것에서 진리의 일단을 찾고 여유를 즐기려는 중국인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나비효과'처럼 작고 미세한 움직임이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때론 아주 작은 문제 하나가 전체적인 틀을 움직이게도 한다.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 법(以小見大)이니, 작은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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