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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가 자연생태 지도자가 된 이유는?

[인터뷰] 윤순영 군포환경자치시민회 교육국장

등록|2015.02.17 12:06 수정|2015.02.17 12:06

▲ 윤순영 군포환경자치시민회 교육국장 ⓒ 유혜준


평범한 주부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삶이 달라졌다. 아이가 채웠던 시간이 고스란히 비게 되었고, 엄마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 처음에는 에어로빅, 요가 등을 시작했지만 마음에 차지 않았다. 새롭게 배울 게 없을까? 그럴 때 우연히 지역신문을 보게 됐고,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 낸 광고를 보게 됐다.

주부생태교육지도자 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솔깃하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용기를 내 수강신청을 했다. 1999년의 일이다. 일 년 뒤, 교육생은 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지금은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 교육국장으로 활동하는 베테랑 생태교육지도자가 됐다. 윤순영 교육국장이다.

13일 오후, 군포환경자치시민회 사무실에서 윤 국장을 만났다. 윤 국장은 "내 아이와 내 식구만 바라보다가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마음의 폭이 넓어졌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경험을 나눠주고 같이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우연히 접한 생태교육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이 시작"

다음은 윤 국장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언제부터 생태교육 지도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나요?
"1999년에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아이들이 늦게 집에 오니 남는 시간이 무료하게 여겨졌어요. 그래서 뭔가 할 게 없을까 찾다가 에어로빅이나 요가 같은 것을 시작했는데,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실내에서 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았죠. 그때 우연히 지역신문을 보고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생태교육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죠."

하지만 그런 걱정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깨끗이 사라졌다. 윤 국장이 어렸을 때 늘 보고 자랐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윤 국장은 시골 출신이 장점이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필기를 하면서 외웠지만 저는 그냥 보기만 해도 알았으니까 적을 필요도 없이 빨리 습득할 수 있었죠.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

- 처음 생태교육지도자로 교육을 하러 나갔을 때 어땠나요?
"2000년이었어요. 도장초등학교에서 책가방 없는 날에 생태교육프로그램을 했는데 지도자로 나갔죠. 어렸을 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설렜어요. 짧은 지식을 갖고 아이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럽기는 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서 보람을 많이 느꼈고,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도 했죠."

▲ 윤순영 국장이 생태교실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공부하고 있다. ⓒ 군포환경자치시민회


윤 국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생태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초등학생들이 대상이었지만 교육 대상은 성인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윤 국장은 내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되고, 활동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 국장은 "내 아이와 내 식구만 바라보고 살다가 내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마음의 폭이 넓어지면서 남을 배려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연과 접하고,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을 볼 수 있게 됐어요. 그 덕분에 네모났던 제 마음이 점점 둥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아직 모서리는 남아 있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다 닳아서 둥글게 될 거라고 믿어요."

군포환경자치시민회는 매년 초등학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국장이 대부분 주관한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생태교육 캠프도 운영한다.

- 참여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런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요. 엄마가 가라니까 그냥 오는 거죠. 처음에는 몸을 뒤틀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아이들이 서너 달쯤 지나면 표정부터 달라져요. 풀이 돋아나고,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는 걸 관찰하면서 자연을 새롭게 만나는 거죠. 루뻬로 꽃의 암술과 수술을 들여다보고,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언제 아이들이 나무를 껴안아 보겠어요?"

변화하는 아이들은 생태교육을 받는 주말을 저절로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윤 국장을 만나면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큰소리로 외친다. 그럴 때면 윤 국장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연과 동화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가 있어요. 그래서 늘 컴퓨터 게임만 하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들에게 자연생태프로그램을 권하고 싶어요. 주말 하루 만이라도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감성을 키워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깨닫게 되거든요."

"도시에서 자라 잘 모르는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

-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였어요. 지금은 아마 중학교 3학년쯤 되었을 거예요. 처음 왔을 때는 불만스러워 했는데, 날이 갈수록 재미있다고 했던 아이인데 벌레를 무척이나 좋아했죠. 솔직히 저는 벌레를 무서워해서 만지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벌레가 변화하는 과정을 같이 관찰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와 나방이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벌레가 무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는 올해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놀멍쉬멍 토요생태교실'을 운영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씩 9번 진행이 되는데, 인기가 너무 좋아 벌써 마감됐다.

▲ 윤순영 국장이 생태교실에 참가한 아이들과 함께 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 군포환경자치시민회


- 올해부터 성인을 위한 '숲 해설 힐링반'을 운영한다면서요?
"지금까지는 성인을 대상으로 생태강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일부 엄마들이 꽃이나 나무, 풀이름을 배우면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 나갔을 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요즘 엄마들은 도시에서 자라서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새롭게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윤 국장은 "지도자 교육과정과 같이 '숲 해설 힐링반'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힐링반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이어서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숲 해설 힐링반은 매주 1회씩 3월부터 6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이어질 예정이다. 교육은 자연 생태계의 보물창고인 수리산에서 주로 이뤄지며, 남한산성과 청계산에도 간다.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는 생태교육지도자 프로그램은 매년 운영하고 있다. 한 해에 10여 명의 생태교육지도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보조강사로 활동하다가 경험을 쌓으면 지도자로 활동하게 된다.

윤 국장은 "자연은 있는 그래도 놓아두고 봐주면서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삶이 변화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주부들에게 참여를 권하고 싶어요.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천천히 시작되거든요. 지역의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면 내가 바뀌고, 가족이 바뀌고 삶이 바뀌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나눠주고 같이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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