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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자들, 세월호 참사와 한국 정치의 역학 관계를 풀다

오는 20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국제학 학회에서 논문 발표 예정

등록|2015.02.16 15:04 수정|2015.02.16 15:04

국제학 학회 홈페이지2월 20일에 열리는 국제학 학회에서 해외학자들의 세월호참사관련 원탁회의가 열린다. ⓒ 전희경


해외 학자들이 오는 20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국제학 학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연례학술대회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남태현(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서재정(일본 국제 기독교대학 정치학과), 유종성(호주 국립대 정치사회변동학과), 이윤경(미국 빙햄튼뉴욕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회과학적 분석논문을 발표한다.

이들 해외학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한국의 민주화, 국가론, 신자유주의 정책, 부패 등 각기 다른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이들은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 및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임을 보여 줄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정치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에도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학 학회는 국제학 연구와 교육을 증진하기 위해 1959년에 설립된 국제 학술 단체이다. 100여 개 국가의 6500명 이상의 학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단체이다. 연례 학술대회는 국제정치학을 연구하는 전세계의 학자들이 모여 학술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행사이다.

이들 해외학자들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관련 서명운동을 벌여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와 민주적 책임 결여가 근본적 문제"임을 주장하고, 1074명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발표하게 될 세월호 논문의 발표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 신자유주의의 의도된 결과" - 이윤경 (미국 빙햄튼 뉴욕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이 논문은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가 경제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 발생에도 연관된다는 점을 논의한다. 시장의 역할만이 강조되면서 국가가 공공의 안전을 관리하고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데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켜왔으며, 노동시장의 규제완화는 여객선 사업에서도 확대되었다.

특히 한국의 보수 정부 아래서 국가 기관과 민간 기업은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적정한 규제와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규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시장과 국가 행위자들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다.

"한국의 국가 위기와 민주주의 안정화" -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이 논문은 한국의 민주체제가 얼마나 안정되었는가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되집어 본다. 정부의 세월호 구조의 실패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민주정부의 상대적 우월성을 의심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당성에대한 회의를 확대시켰다.

대중들의 민주체제에 대한 지지나 행태적 요소는 민주화의 안정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지만, 헌법, 선거법 등 제도적 요소와 정치인들과 박근혜정부의 비민주적 행태, 정치엘리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민주적 가치가 민주체제의 고착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결론에서는 민주체제의 고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이를 통해 정치엘리트에 민주적 가치를 강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의 '강한 국가'와 신자유주의 : 세월호 참사에 나타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비용과 국가의 폭력성" - 서재정 (일본 국제 기독교 대학 정치학과 교수)

시장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신자유주의라고 하지만,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는 과정은 모순적인 면이 있다. 한국과 같이 '강한 국가'를 가진 나라에서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강력한 개입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국가가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는 '강한 국가'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강한 국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 등 제도적 측면에 기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분단체제'가 파생시키는 국가안보의 필요성이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국가가 사회에 침투할 수 있는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의 '강한 국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조응하여 강한 국력을 동원하여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를 제어하거나, 신자유주의의 비용을 시민사회에 전가하는 데 국가의 강력한 권력이 동원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화 과정에 내포된 국가의 폭력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화의 비용과 국가 폭력행사의 결과는 시민사회의 희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부패" - 유종성 (호주 국립대 정치사회변동학과 교수)

많은 재난의 원인으로 부패가 꼽히고 있다. 재난 구호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한다는 것은 여러 나라,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험에서 잘 드러난다. 부패는 세월호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었을 뿐 아니라 구조 작업의 실패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선박 운행과 안전 관련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배경에 부패가 있었고, 해경과 민간 회사와의 유착관계는 사고 직후 구조작업의 지연을 초래했다.

규제기관의 규제대상 산업에 의한 포획은 규제 집행 공무원이 퇴직 후 규제대상 산업에 직장을 구하는 회전문 인사에 따른 유착관계에 의해 강화되었다. 속칭 해피아, 관피아 등의 문제이다. 선령 규제완화 등 안전관련 규제완화는 단순히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포획과 유착관계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선령규제완화 시 다른 안전관련 규제의 보다 철저한 집행이 요구되었음에도 이러한 요청은 무시되었다.

그동안 부패 통제를 위한 각종 노력으로 일선 대민행정에서의 사소한 부패나 선거 시 금품향응과 같은 사소한 선거부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각종 규제권한을 행사하는 기관과 규제대상 산업 간의 유착 및 부패구조는 온존된 것으로 보인다. 관피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무원의 조기퇴직을 지양하고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한편 퇴직 후 취업제한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해운조합에 안전운항 관리를 맡겨온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함과 동시에 각 산업별 조합에 일정한 자율규제 권한을 줬다. 정부가 이러한 조합들을 통해 해당 산업의 기업체들을 관리, 통제해온 관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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