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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능력을 가진 1퍼센트, 그들과의 전쟁

[리뷰] 마커스 세이키 <브릴리언스>

등록|2015.02.17 10:18 수정|2015.02.17 10:18

<브릴리언스>겉표지 ⓒ 황금가지

특정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남들보다 수학을 잘한다거나,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아니면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거나, 말을 잘 한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싸움을 잘 한다거나.

이런 사람들은 주위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단지 뛰어난 재능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서, 주식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보는 능력,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흔히 말하는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이다.

주식 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면 주식 투자로 돈을 모으기가 그만큼 수월할 테고,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노름판에서 돈을 긁을 수도 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면 대형 절도범이 될 수도 있겠다.

진화된 인간들이 나타나는 세상

마커스 세이키는 자신의 2013년 작품 <브릴리언스>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서 '브릴리언트(brilliant)'라고 칭한다. 글자 그대로 천재를 뛰어넘는 빛나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 세대에 한 명씩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서 브릴리언트들은 100명에 한 명 꼴로 탄생한다.

작품의 배경은 2013년의 미국. 갈수록 많아지는 브릴리언트들 때문에 미국 정부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브릴리언트들은 1980년을 기점으로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반사회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 어떤 이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알아내고 예측해서 30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때문에 뉴욕 증권 거래소가 폐쇄되었다. 또 다른 사람은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아무도 잡아내지 못할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군사시설을 공격하려고 한다.

주인공 닉 쿠퍼도 브릴리언트다. 대신에 그는 체제순응적이다. 그는 정부 산하 특수 조직의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는 브릴리언트를 추적하고 체포하는 일을 한다. 생포가 어렵다면 사살해도 된다는 '살인면허'도 있다. 그는 여태까지 10명이 넘는 브릴리언트들을 사살한 경험이 있다.

브릴리언트들도 여기에 맞선다. 정부의 정책 때문에 선량한 브릴리언트들도 피해를 입게되고, 이제 브릴리언트들과 일반인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독특한 설정의 SF 스릴러

대부분의 SF 소설이 그렇듯이, <브릴리언스> 역시 흥미로운 설정을 하고 있다. 거의 돌연변이에 가까운 능력자들이 속속 출현한다. 많은 일반인들은 그들과 잘 어울려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한 가족의 형제들을 생각해보자. 여러 명의 형제자매들 중에서 어느 한 명만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 당사자는 다른 형제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면에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이 계속 쌓여간다면 어떻게 될까.

<브릴리언스>는 흥미로운 SF이면서 동시에 진화와 공존에 관한 이야기다. 인류의 진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언젠가 미래에는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다른 종(種)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전체 인구 중에서 그런 종의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지. 어떤 재능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재능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 정대단 옮김. 황금가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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