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로부터 설 선물로 '보석'을 받았습니다
[포토에세이] 이끼의 삭에 맺힌 눈이슬
▲ 눈이슬이끼의 삭에 눈이 내려앉아 녹아내리다 얼고, 다시 녹아 이슬방울이 맺힌다. 눈이 만든 이슬이니 눈이슬이라고 해도 되겠다. ⓒ 김민수
입춘이 지났다지만 아직 강원도는 눈이 내렸고, 음지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설 연휴를 앞둔 오늘(2월 17일)도 많지는 않지만 산간지역에는 눈이 종일 내렸고, 고지대에는 제법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어머니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라 그런지 많이 헛헛해서 그냥 설을 맞이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국화꽃을 사들고 강원도 갑천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 갔습니다.
▲ 눈이슬추위에 더욱더 푸르른 이끼, 이끼의 삭들마다 내린 눈을 녹여 이슬로 만들었다. ⓒ 김민수
산소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 바위에 이끼들이 푸릅니다.
하얀 눈발이 날리는 계절에 초록의 존재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가만가만, 삭도 나올 때가 되었는데 하며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삭들이 삐죽거리며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선물처럼, 내린 눈이 이끼의 삭에서 녹아내리며 이슬이 송글송글 맺혀있습니다.
이슬은 여름이나 가을에 볼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한 겨울에 만나게 되니 큰 행운을 만난 것입니다.
▲ 이끼의 삭눈이 내리는 가운데 작은 이슬방울들을 만나는 것은 거의 행운같은 일이었다. ⓒ 김민수
여름철 하늘에서 아주 조금씩 내려 맺힌 이슬은 그냥 이슬입니다.
비오는 날 나뭇가지나 꽃잎, 이파리에 맺힌 이슬은 비이슬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오늘 만난 이슬은 눈이 내려 녹아 맺힌 이슬이니 눈이슬이라고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눈이슬은 너무도 각별한 선물입니다.
불효자식이 그래도 설 전에 어머니 산소에 와서 국화꽃이라도 바쳤다고 어머니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도 제가 이슬을 좋아하는 줄 아셨고, 이슬사진을 찍는 줄도 아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올 줄 알고, 어머님이 설 선물로 '물방울 보석'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 눈이슬하나하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 김민수
▲ 눈이슬저렇게 맑고 아름다운 일들이 온 세상에 충만했으면 좋겠다. ⓒ 김민수
하얀 눈에 미끄러지면서도 차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너무 힘든 일들만 이어졌는데, 올해는 좋은 일이 있으려나 이렇게 맑은 이슬을 설 전에 만나다니 생각했습니다.
봄비로 맺힌 비이슬, 나뭇가지에 맺힌 비이슬을 만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눈이 내리고, 게다가 초록생명이 귀한 계절에 초록의 생명 위에, 그것도 결실의 상징인 열매 위에, 까치 설날에 완벽한 이슬방울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 눈이슬이슬방울 하나마다 온 우주를 담았다. ⓒ 김민수
▲ 이슬사진바위에 붙어서도 푸름을 잃지않고 겨울을 나는 이끼가 대견스럽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는 마음도 대견스럽다. ⓒ 김민수
요 며칠, 세파가 뒤숭숭하여 마음도 울적했는데 이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아름다움,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까닭일 것입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병든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약이요, 묘약입니다.
설 선물 가득 준비하고 고향으로 가시는 분들 모두 고향 잘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이번 설에 좋은 선물들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설에 어머니로부터 '물방울 보석'을 선물로 받았더니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살아계실 때에도 늘 설이면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시던 어머니, 돌아가셔서도 잊지 않고 선물을 준비하셨다가 내어놓으셨나 봅니다.
덧붙이는 글
2월 17일(화), 강원도 갑천 하대리 물골 근방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그곳은 종일 흐리고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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