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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밝히는 대학 파헤치는 언론은 왜 없나

[시시비비] '대학가 수강신청 대란' 보도가 아쉬운 이유

등록|2015.02.24 11:47 수정|2015.02.24 11:47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겸임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말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를 표방하는 <머니투데이>의 2월 17일 자 <대학가 수강신청 대란···"20만 원에 ○○수업 삽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는 저널리즘의 본분과 대학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란 슬로건부터 보자. 뉴스란 단지 보이는 것인가? 뉴스가 리얼(real) 타임에 본 것이고, 보이는 대로 보도하는 것이 객관적인 보도인가?

이 기사는 그야말로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 쓴 것이다. 대학에서 개학을 앞두고 수강신청을 받을 때면 늘 빚어지는 '현상'이다. 현상(phenomena)이란 감각기관에 의해 포착된 모습이다. 나타난 것(appearance)이다. 이게 전부일까? 아니다. 현상의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재(reality)의 세계가 있다. '리얼타임'이란 것은 이 실재의 세계에 있다.

기자들을 상대로 수업을 할 때 이렇게 엄격하게 따져서 저널리즘의 원칙에 관해 얘기하면 그건 이상이라고 하며 수긍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자는 이상의 원칙을 세워놓고 그 이상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리얼타임이니 진실보도니 하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보이는 현상으로서의 사실(fact)을 보도하는 것이 진실보도요 객관성이라고 강변한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절대(진짜) 시간과 상대(겉보기) 시간, 절대 공간과 상대 공간, 절대 운동과 상대 운동을 구분하면서 용어를 엄밀하게 쓰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엄밀해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이름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正名)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진실보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이렇게 엄밀하게 임해야 한다. 즉, 감각으로 관찰한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진짜(real) 운동을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모두 누구나 쉽게 포착할 수 있는 '겉보기' 운동(사실)이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되는 수강신청 대란, 교수들에게 수강을 간청하는 빌넣(빌어서 넣기), 수강신청 거래, 시스템 다운, 서버 증설, 대학 측 관계자의 말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소위 객관보도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것은 기자의 주관이지 객관보도가 아니다. 보이는 대로 쓴 것일 뿐이다. 보이지 않을 뿐 진짜(실재)는 따로 있다. 감각의 경험으로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태양이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객관적 진실은 그 반대인 것과 같은 이치다.

교육을 밀어낸 상업주의의 위력

▲ 머니투데이<대학가 수강신청 대란···“20만 원에 ○○수업 삽니다”>(2/17) ⓒ 머니투데이


수강신청 대란을 일으키는 진짜 힘은 대학의 상업주의다.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상업주의는 관성의 단계를 넘어 가속도가 붙은 지 오래다. 가속도로 인해 학생들이 무더기로 넘어지고 다치고 압사하는데도 모두가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재 대학의 본질을 확인하게 되면 하나씩 더 많은 현상이 보일 것이다. 보자.

상업주의에 물든 대학은 우선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과목 수를 줄이는 것이다. 전공영역에서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있는데 사실상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데 대란이 일어날 까닭이 없다. 당연히 과목당 수강인원이 많다. 보통 40~50명으로 초중고교도 이렇지 않다. 토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정도면 분반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왜? 돈이 들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2배로 받으면서 서비스는 엉망인 셈이다.

과목이 줄어드니 제반 비용이 절감되고 강사 수도 줄어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임교수들에게 과목 시수를 늘려주니 시간강사는 더 줄어든다. 강사 임금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이미 교육은 실종되고 장삿속만 횡행하고 있다. 대학 총장은 바지사장이요, 교수는 세일즈맨이다. 더는 교육자가 아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서버 타령을 하는 것은 속임수요 위선이다.

'돈을 밝히는 리얼타임 대학'의 근원을 파헤치는 언론보도 필요

대학은 이미 그 옛날의 대학이 아니다. 실용학문이란 이름의 기능 전수만 있을 뿐 과학은 없다. 교수들의 성추행이 다반사로 자행되고, 대기업은 건물 지어주고 영업장을 개설해 학생들 지갑을 털고 있다. 고려대학교에는 화장품 면세점까지 생겼다. 대학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원과 백화점 강좌가 다르지 않다. 노컷뉴스 <①돈 때문에… 불법위탁 장사도 마다않는 상아탑, ②'암약(暗約)' 뒤에 숨은… 대학의 '갑질', ③뒤늦게 내놓은 정부 대책… 실효성 있을까(2/10~12)> 기사를 보면, 한마디로 지금 대학은 교육을 빙자한 백화점이요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내부의 동력은 전혀 없다. 진보적인 매체들이라도 대학교육을 걱정한다면 시급하게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사실의 전달 차원을 넘어 '돈을 밝히는 리얼타임 대학'의 근원을 파헤쳐 지속적으로 의제화함으로써 대학을 소생시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한양대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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