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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사태 2년... "재개원 희망은 살아있다"

2013년 2월 26일 폐업 방침 발표 뒤 2년... 주민투표 서명운동 진행

등록|2015.02.24 21:08 수정|2015.02.24 21:11
2년이 흘렀다. 2013년 2월 26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지 이태가 지났지만, 재개원 목소리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홍 지사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이제는 주민투표로 재개원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 지사는 취임 두 달 만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했다. 당시 홍 지사는 '강성귀족노조'와 '적자' 등을 폐업의 이유로 내세웠고, 이는 큰 논란으로 연결됐다.

▲ 진주의료원. ⓒ 윤성효


주요 경과는 이랬다. ▲ 2013년 2월 26일 폐업 방침 발표 ▲ 3월 8일 보호자없는병원 지정 취소 ▲ 3월 18일 휴업 예고 ▲ 3월 21일 의사 근로계약 해지 ▲ 4월 3일 휴업 선언 ▲ 5월 29일 폐업신고와 직원해고 ▲ 6월 11일 경남도의회 법인해산조례안 통과 ▲ 7월 1일 해산 조례 공표 ▲ 9월 25일 청산 종결 ▲ 9월 30일 국회 '1개월 내 재개원 방안 보고' 내용 담긴 국정조사결과 보고서 채택.

지금도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운동은 진행형이다. ▲ 2013년 7월 3일 주민투표청구인대표자증명서교부 신청 ▲ 7월 18일 경남도 거부 ▲ 7월 31일 법원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취소소송' ▲ 12월 10일 창원지법 '불교부 위법' 판결 ▲ 2014년 7월 3일 부산고법 항소 기각 ▲ 12월 24일 대법원 상고 기각 ▲ 12월 31일 경남도 '주민투표 대표자 증명서 교부'와 서명운동 시작(2015년 6월 28일까지).

홍 지사는 국회와 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는 2013년 6~7월 사이 국정조사를 벌여 그해 9월 30일 '1개월 이내 재개원 방안 마련보고'하라고 권고했지만, 홍 지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는 권고 차원으로 그쳤고,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었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이자, 홍 지사는 "의료원은 국가사무가 아니라 지방사무"라며 2013년 6월 헌법재판소(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년 넘게 결정을 미루었고, 홍 지사는 2014년 11월 슬그머니 취하해 버렸다. 만약에 헌재가 진주의료원은 국회 국정조사 대상이 된다는 결정을 했다면, 홍 지사는 국회의 재개원 권고를 이행해야 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재의 요구를 했지만, 홍 지사는 이 또한 거부했다. 복지부는 애초 진주의료원 용도변경(종합의료기관→공공청사) 불가라 했다가 2014년 11월 진주시보건소를 이전하는 조건으로 승인해 주었다.

경남도는 폐업한 진주의료원에 경남도청의 일부 부서를 옮겨 '서부청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경남도의회는 서부청사 리모델링 예산을 통과 시켰고, 경남도는 2016년 상반기에 서부청사를 개청할 방침이다.

홍 지사는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현재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을 마산으로 옮기고 매각 대금으로 서부청사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때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과 서부청사는 별개라 했지만, 지금은 진주의료원에 서부청사를 설치하기로 했다.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법적 다툼도 벌어졌고, 일부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진주의료원 환자·직원(원고) 등이 경남도를 상대로 냈던 '진주의료원 폐업 무효 확인 소송'은 1심에서 원고패소했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던 다음 날인 2013년 2월 2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경남도청 현관 앞에 모여 홍준표 지사의 면담을 요구하며 앉아 있었다. ⓒ 윤성효


진주의료원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와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은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일부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오는 3월 4일 예정되어 있다.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보도한 2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홍 지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홍 지사가 패소하는 것으로 현재 확정된 상태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언론사 기자 상대 소송에서도 패소했고, 주민투표 관련 소송에서도 패소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강제퇴원 당했던 환자 "홍 지사, 경남 떠나버렸으면"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2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인시위는 물론이고 집회며 거리행진, 단식농성, 천막농성, 점거농성 등이 경남도청,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안팎에서 벌어졌다.

심지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은 홍준표 지사의 '그림자 시위'를 벌이다 충돌하기도 했고, 박석용 지부장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오랫동안 농성했다. 그리고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원탁회의·토론회가 창원에서 여러 차례 열렸고, 국회에서도 열렸다. 석영철 전 경남도의원은 "지난 2년간 재개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석 전 의원은 "홍 지사는 법과 국회, 정부도 무시하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며 "지금은 재개원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해서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홍 지사가 법 질서를 위배했던 것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던 환자와 그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20여 년 동안 진주의료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다 2013년 5월 1일 마지막까지 버티다 강제퇴원을 당한 서해석(78)씨는 요즘 민간병원을 다니고 있다. 서씨는 "병원비 차이도 있고, 의료원이 훨씬 좋았다"며 "의료원에 다니거나 입원해 있을 때는 정말 좋았고 편안해서 집 같았다, 다른 병원에 가면 그만큼 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 하려고 하는 모양인데, 차라리 그렇게 되어서 빨리 경남을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로운 도지사가 와서 경남도를 책임지면 좀 바뀌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서씨는  "홍 지사는 노조가 어떻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고, 무상급식이나 의료원이나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을 완전히 칼로 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진주의료원재개원경남대책위 등에서는 재개원을 위한 원탁회의와 토론회 등을 10여 차례 열고 자료집을 냈다. 사진 가운데는 국회 공공의료정상화를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낸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 ⓒ 윤성효


어머니가 의료원에 입원했던 환자가족대책위 박광희 전 위원장(목사)은 "당시 경남도청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강제로 쓰레기 치우듯 환자들을 의료원에서 내쫓았다"며 "그 때 권력의 횡포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많은 사실이 밝혀졌고, 국회가 재개원을 권고했다"며 "그런데 국회가 대단한 힘을 가진 줄 알았지만 홍 지사가 무시하니까 답답했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원이 재개원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홍 지사가 고집불통이니까 감당할 수가 없다"며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원 같은 공공의료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등 조합원 4명 재개원 투쟁 계속

진주의료원 직원들은 아직 재개원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박석용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재개원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이들은 경남지역 곳곳을 다니며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 조합원은 25명이 가입해 있고, 지금은 4명이 재개원 투쟁하고 있다. 박석용 지부장은 버스운전기사였고, 오주현 사무장은 관리과 직원이었으며, 영양사와 간호사였던 조합원도 있다. 나머지 조합원 21명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조합비를 내면서 '생계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 4명은 보건의료노조로부터 매월 지원금을 받는데,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이들은 힘들어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재개원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추진 경남운동본부는 11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 윤성효


박석용 지부장은 "공공병원의 역할도 있지만, 지난 폐업 과정에서 홍준표 지사로부터 우리는 강성귀족노조에다 지상낙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매도되었고,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며 "최소한 우리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재개원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가 성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2월 26일 민주노총 진주지부 수련회를 의령 자굴산에서 했는데 거기 참석했다가 산꼭대기에서 폐업 방침 발표 소식을 듣고 의료원으로 갔다, 그 전까지만 해도 폐업은 전혀 생각조차 못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느낌이었다"며 "그 뒤부터 권력자가 휘두르는 칼날에 힘없는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강성귀족노조가 아니라는 사실이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다 밝혀졌다, 지금은 후손한테 말 그대로 공공병원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며 "요즘 곳곳을 다니며 서명운동을 받고 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고생한다며 격려를 해주어 힘이 난다, 2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세월이 참 빨리도 흐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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