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왜 요리수업이냐고요?
[시끌Book적 도서관이야기⑭] 도서관에서 '과자집' 짓는 아이들
김순희 시민기자는 울산 동구의 마을 도서관, 꽃바위작은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 누구나 오순도순 소박한 정을 나누는 마을 사랑방 같은 작은도서관.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께 전합니다. [편집자말]
▲ 과자집만들어요~직접 해보는 요리수업에 집중하고 있네요~ ⓒ 김순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녘을 보니 느껴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아직 쌀쌀하긴 해도 봄이 온다는 기분에 마음은 벌써 따뜻한 봄날 속으로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도서관 창문 너머 목련나무에는 이미 꽃 봉우리가 맺혀있고, 금방이라도 하얀 목련을 피울 듯합니다. 이래서 겨울은 겨울다운, 봄은 봄이어서 좋은가 봅니다. 완연한 봄날을 느끼지는 못해도 곧 봄소식이 전해질 것 같아 마냥 설레게 되는 그런 여유로운 날입니다.
설 연휴가 끝나니, 이젠 봄방학이 있네요. 요즘은 방학이라 해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니 도서관도 자연스레 조금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만 보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책이 아닌 다양한 것들로 재미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문화 활동들이 있어야 하니 저희 도서관에서도 때에 따라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체험활동들을 하려니 사실 힘들지 않다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샘~오늘 요리수업 하는 날 맞지요~"
"그래, 쪼끔 늦었네~얼릉 들어가봐~"
"샘~오늘은 뭐 맹글어요~"
"글쎄다~뭐 맹글까~궁금하네~얼릉 들어가봐~"
화요일마다 요리수업을 합니다. 산만한 아이,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와 함께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도 나누며, 재미있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그런 요리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도서관수업이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무슨 그런 수업들을 하는가, 의문을 갖겠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던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오는 발걸음이 즐거우면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 신나는 수업입니다~조용하게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 김순희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하는 것도 도서관의 역할
도서관에서 특별한 요리수업도 하고, 가는 길에 오는 길에 좋아하는 만화책 한 권 읽기도 하고, 때론 동화책 한 권 읽고 가기도 하니 그저 도서관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어 흐뭇한 마음입니다. 도서관에선 책만 읽고, 책을 빌려가고,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젠 시대도 변해가고 생각도 많이 달라져서 그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맞춰 나가는 것도 도서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고~이쁜이들~앞치마 두르고 두건 쓰고 하니 진짜 요리사 같네~"
"샘~오늘은 과자집 맹근데요~"
"그래~좋겠네~이쁜 과자집 맹글어가 누구랑 살거나~"
"으~음~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요~"
"그~래~자~그라믄 샘 말씀 잘 듣고 이쁜 집 지어봐~아~"
비슷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두건 쓰고, 앞치마 두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사진 한 장 찍으려고 교실로 들어갔더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저에게 아이들이 서로 자랑하며 야단법석입니다. 그리고 매번 수업 때마다 아이들은 신기함에 도서관은 시끌벅적합니다. 마치 자신이 유명한 요리사가 된 듯이 조용하던 도서관은 어느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 진지하네요~~아이들 이런 모습 처음입니다~ ⓒ 김순희
"애들이 저렇게 좋을까요~"
"그러게요~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안 그래도 배고픈데 혹 만들다 남는 거 좀 줄라나요~"
"한번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달려 보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아이들이 하나 둘씩 교실 문을 열고 환호를 지으면서 달려 나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탁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엄마에게로 막 달려가며 금방 만든 과자집을 들고는 신이 나서 엄마를 찾습니다.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은 듯 아이들은 제각기 도서관 이 곳 저 곳을 한바퀴 돌고나서는 도서관문을 나섭니다.
"맛있는 거 맹글었네~샘 하나 떼어주면 안 될까나~"
"에~이~안 묵을건데요~집에 가서 묵을 건데요~"
"그래~샘도 묵고 싶은데~하나 안 주고 가네~섭섭하네~"
"그라믄 책은 하나 읽고 가나~"
"오늘은 못 읽었는데요~담엔 하나 읽고 갈게요~"
미적미적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는 아이에게 다음에는 꼭 만들어서 하나 줄 것을 다짐하고서는 그렇게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다들 손에는 조그만 봉지 하나 들고 도서관을 나서고, 도서관엔 순식간에 고소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해 보는 수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이들로 하여금 기존 다른 책에서 얻게 되는 간접적인 경험과 습득에서 이제는 직접적인 경험으로 한층 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아이들이 더 즐겁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능기부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도서관은 더 즐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샘~이 참에 우리 도서관에 미니오븐기 하나 장만해 주이소~"
"예~에~뭔 오븐기~를~"
"애들이 워낙에 맹그는 거 좋아하니 시간이 우째 가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네요~수업시간 내내 수업을 하는지 마는지 넘 조용했긴 했어요~"
"그렇죠~책 읽어주고 나서 직접 맹그는 시간에 어찌나 애들이 말똥거리며 쳐다보는지~"
"샘~담에 빅북공연 섭외 들어오믄 주는 차비 얼마 안 되지만 그거라도 모~아가 미니오븐기나 사서 도서관에 기증해야겠네요~"
"아이구~그렇게까지나~그거 좋은 생각이네요~수업 듣는 애들 간식이나 만들어주고 그라믄 참 좋겠네요~"
▲ 재미있어요~~고구마는 맛있어~책을 읽고 체험애요~ ⓒ 김순희
책도 읽고, 요리도 만들고, 직접 책 속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는지 자원봉사 샘들은 다들 미니오븐기를 하나 장만해 주길 은근히 바라네요. 이렇게 한다면 도서관 아이들은 올해 안으로 아마 저희 도서관에 있는 요리와 관련된 책들은 다 읽어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봅니다.
다음은 뭘하지? 또 그 다음엔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하나, 늘 고민이긴 하지만 이런 고민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고민이 되겠지요. 아무튼 따뜻한 봄이 되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들리고, 도서관이 책도 읽고 책을 통해 하나씩 더 알아가는 재미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봄날 기운처럼 도서관도 더 진한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그런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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