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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목욕봉사, 힘들지만 보람도 커요"

여천NCC 한사랑회 목욕봉사팀

등록|2015.03.04 15:51 수정|2015.03.04 15:51

한사랑회원들의 목욕봉사 모습 ⓒ 심명남


3일, 목욕봉사가 있는 날이다. 오전 9시 반 여수시 문수종합복지관에 모여 회의를 마친 이들이 복지관 담당자와 함께 빠르게 움직였다. 중증 장애인 와상환자를 위한 목욕봉사가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 중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돼버린 여수시 고소동 중증1급 장애인 김정훈씨는 "한달에 한번 목욕하는 날이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누워 지낸다. 가족의 도움으로 3일에 한번 머리만 감는 실정이다.

우선 이동 목욕차에서 목욕 수조를 옮겼다. 차에서 호스로 물을 공급받는다. 차에 있는 물은 하루 2명이 목욕을 할 수 있는 양이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송정희(54세)씨는 김씨에 대해 "본인의 의지가 굉장하다"면서 "자기가 뭐든지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자립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 목욕봉사를 마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증장애인 김정훈(가운데)씨와 여천NCC 한사랑회원들의 모습 ⓒ 심명남


여수에서 목욕봉사를 주관하는 장애인 복지관은 3곳이 있다. 여천NCC 한사랑회 목욕봉사팀은 복지관 별로 매월 2회 목욕봉사를 실시한다. 공식적으로 한 달에 6번 목욕봉사를 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 목욕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3명의 팀이 꾸려지면 쉽게 목욕을 하지만, 회원들끼리 쉬는 날이 맞지 않으면 애로사항이 크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봉사가 바로 '목욕봉사'란다. 다른 봉사는 겉으로 태라도 나지만 목욕봉사는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두 번은 쉽게 가지만 봉사정신이라는 소명의식이 없으면 연속적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봉사자들의 말이다.

2003년도부터 계속해 12년간 목욕봉사를 해온 여천NCC한사랑회 주재선씨는 "목욕봉사를 하면서 덩치가 큰 사람들을 목욕시키다 허리를 다친 봉사자가 있어 염려스럽다"면서 "자기 몸을 못 가누는 중증환자들이기 때문에 우선 환자와 본인이 안 다쳐야 한다"는 주의점을 당부했다.

그는 가장 보람된 일에 대해 "목욕봉사를 해오면서 기적을 일으킨 두 사람을 봤다"면서 "못 일어나다가 걷는 사람 둘을 봤다"라면서 "전신 마비환자가 보조의자를 쓰더니 지금은 일어나 한발씩 걷는 기적을 일으켰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이어 "전날 목욕을 시킨 중증환자가 그 다음 날 돌아가시기도 했다"면서 "냄새도 나고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목욕봉사지만 이럴 때면 맘도 짠하고 보람도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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