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가락시장 경매제도, 구매자 수요 못 따라가"
[인터뷰] 이태성 (사)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상무
최근 가락시장이 시끄럽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가 화두다.
현재 가락시장 유통체계는 크게, 출하자 -> 도매시장법인 -> 중도매인 -> 소매상인으로 나뉜다.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수집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제도 등을 통해 중도매인에게 물량을 분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도매인제는 시장도매인으로 등록된 상인이 경매 과정 없이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분산까지 할 수 있는 제도다. 수집과 분산이 하나로 통합되는 만큼 그로 인해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판로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경매제도에 비해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고 대금 결제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도매인들이 상대적으로 도매시장법인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도매인을 선택하는 중도매인이 늘어나면 경매가격이 하락하기 마련이고 이는 다시 전국 가격 기준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 주장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에 약 1조 원 투자되는데...
과거에 비해 그 세가 많이 위축됐지만 가락시장은 여전히 국내 농산물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 농산물 유통에 미칠 파장은 그래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농민회,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해 12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 지난 2월에는 전국 출하농민 5만575명이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시 등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반대하는 연대서명부를 제출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놓고 힘 겨루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문가 대토론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고성이 오가는 등 매우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약 1조 원(9700억 원)이 투자되는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월 서울시의회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를 개정했고, 이에 따라 새로 탄생할 가락시장은 거래장소를 유통방식에 따라 경매장과 시장도매인거래소 등으로 구분해서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처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락시장 현대화는 그 설계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추진위원회 소속 이태성 상무(사단법인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를 9일 만나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그는 "현행 경매제도를 아예 갈아엎자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 상무는 "강서시장의 경우처럼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도를 함께 경쟁시키자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그것만이 죽어 가는 가락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들이 죽어가고 있다"
- 현재 농산물 유통에서 가락시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40% 정도를 공영도매시장에서 소화한다. 그 중 절반을 가락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IMF 이후 대형유통업체나 전자상거래 등이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그 지위나 역할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다면 그 파급력이 크겠다.
"아마 다른 공영도매시장들도 가락시장에 준해서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유통 비용 절감이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역할이 하나로 통합되면 그만큼 유통 단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물류도 그만큼 빨리 이뤄지고 농산물 신선도도 올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격 변동성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제도에서는 가격 증폭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농산물은 그 특성상 5%만 부족해도 폭등이나 폭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제에서 가격 결정은 수의매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시장도매인 입장에서는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출하자 또는 소매상인과 거래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가격이 널뛰면 그 거래가 유지되겠는가.
경매 제도의 문제점은 경매 가격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산지 거래를 늘리는 추세인 것도 그 때문이다. 가격 진폭이 너무 심하다보니까. 경매 제도는 1인 가족, 친환경, 소포장 등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가 가락시장에는 무농약 깻잎이나 상추 등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가락시장 유통 시스템으로는 거래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농산물들은 사전에 가격이 제시돼야 출하할 수 있다. 그런데 경매 제도에서는 가격 안정성이 예상되지 않는다. 좋은 농산물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로 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가 왕인 세상에서 경매?
- 그렇다고 경매제도를 반드시 나쁘다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 경매제도는 일본식을 강제로 이식한 것이다. 일제시대 객주들을 중도매인으로 만들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이 우리 상업자본을 뜯어갔다. 그리고 해방 이후 관료들이 일본 도매시장법을 베끼다시피 해서 법을 만들어놨다.
물론 경매제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거래내역이 공개되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수의 매매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이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부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서 제도권으로 흡수하면 되는 건데, 우리 고유의 상업 관행을 무시하고 일본제를 강제 이식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제시대 잔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농산물 경매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 일본, 대만밖에 없다. 왜 그럴까. 어떤 제품에 희소성이 있어야 경매제도가 성행한다. 귀금속이나 골동품이 경매 잘 되지 않나. 희귀성이 있으니까. 예전에야 농산물도 경매제도가 적합했다. 지금은 과거보다 농산물 공급이 넘친다. 구매자가 왕인 세상이다. 정보통신 발달로 직구도 많아졌다. 한 마디로 경매는 구매자 요구를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제도다."
- 그럼에도 경매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매시장법인들 기득권 때문이다. 가락동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 당기순이익(2012년 기준)이 246억 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 이런 기업이 얼마나 있겠는가."
"경매 제도 갈아엎자는 이야기 아니다"
- 한편으로는 또 그래서 대금 결제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시장도매인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금 결제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거란 우려가 있다. 2009년 백과청과 부도 사건(시장도매인 업체인 백과청과가 부도나면서 농민들이 출하대금 12억 원을 받지 못할 뻔했던 일)을 그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경매회사들도 부도가 난 사례가 적지 않다. 어느 사업체나 부도는 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우리 주장은 시장도매인제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강서시장의 경우처럼 두 제도를 함께 시행해보자는 것이다.
강서시장의 경우 경매제 시장이 4만평, 시장도매인제 시장이 2만평 규모다. 그럼에도 거래물량이나 거래금액은 시장도매인제 쪽이 더 많다. 시장도매인들끼리도 경쟁해야 하지만, 경매제 시장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큰 공룡(도매시장법인들)을 이긴 것이다. 이런 경쟁이 이뤄져야 가락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경매가 위축되면 가락시장 낙찰 가격이 떨어져 그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게 참...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 제도끼리 경쟁을 하면 생산농가의 출하 선택권은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그럼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제도 간 경쟁으로 낙찰 가격이 떨어지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산지 조직화가 잘 안 돼 있어 출하 농가가 절대적 열세에 처하게 될 것이란 반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농가 인구는 크게 줄었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합동사업단 등 산지 조직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산지가 잘 조직이 돼 있지 않다면 대형유통업체들이 누구와 어떻게 거래를 하고 있겠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렇다고 경매제도를 갈아엎자는 게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두 제도를 함께 병행해보자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 논리 아닌가."
현재 가락시장 유통체계는 크게, 출하자 -> 도매시장법인 -> 중도매인 -> 소매상인으로 나뉜다. 산지로부터 농산물을 수집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제도 등을 통해 중도매인에게 물량을 분산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도매인제는 시장도매인으로 등록된 상인이 경매 과정 없이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분산까지 할 수 있는 제도다. 수집과 분산이 하나로 통합되는 만큼 그로 인해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판로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경매제도에 비해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고 대금 결제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도매인들이 상대적으로 도매시장법인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도매인을 선택하는 중도매인이 늘어나면 경매가격이 하락하기 마련이고 이는 다시 전국 가격 기준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 주장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에 약 1조 원 투자되는데...
▲ 최근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놓고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야경 ⓒ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과거에 비해 그 세가 많이 위축됐지만 가락시장은 여전히 국내 농산물 가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 농산물 유통에 미칠 파장은 그래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농민회,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해 12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 지난 2월에는 전국 출하농민 5만575명이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시 등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반대하는 연대서명부를 제출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놓고 힘 겨루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문가 대토론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고성이 오가는 등 매우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약 1조 원(9700억 원)이 투자되는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월 서울시의회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를 개정했고, 이에 따라 새로 탄생할 가락시장은 거래장소를 유통방식에 따라 경매장과 시장도매인거래소 등으로 구분해서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처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락시장 현대화는 그 설계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추진위원회 소속 이태성 상무(사단법인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를 9일 만나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그는 "현행 경매제도를 아예 갈아엎자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 상무는 "강서시장의 경우처럼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도를 함께 경쟁시키자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그것만이 죽어 가는 가락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들이 죽어가고 있다"
▲ 가락시장 모습 ⓒ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 현재 농산물 유통에서 가락시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농산물 유통량의 40% 정도를 공영도매시장에서 소화한다. 그 중 절반을 가락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IMF 이후 대형유통업체나 전자상거래 등이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그 지위나 역할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다면 그 파급력이 크겠다.
"아마 다른 공영도매시장들도 가락시장에 준해서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유통 비용 절감이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역할이 하나로 통합되면 그만큼 유통 단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물류도 그만큼 빨리 이뤄지고 농산물 신선도도 올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가격 변동성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제도에서는 가격 증폭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농산물은 그 특성상 5%만 부족해도 폭등이나 폭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장도매인제에서 가격 결정은 수의매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시장도매인 입장에서는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출하자 또는 소매상인과 거래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가격이 널뛰면 그 거래가 유지되겠는가.
경매 제도의 문제점은 경매 가격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산지 거래를 늘리는 추세인 것도 그 때문이다. 가격 진폭이 너무 심하다보니까. 경매 제도는 1인 가족, 친환경, 소포장 등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가 가락시장에는 무농약 깻잎이나 상추 등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가락시장 유통 시스템으로는 거래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농산물들은 사전에 가격이 제시돼야 출하할 수 있다. 그런데 경매 제도에서는 가격 안정성이 예상되지 않는다. 좋은 농산물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로 향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가 왕인 세상에서 경매?
▲ 가락시장 전경 ⓒ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 그렇다고 경매제도를 반드시 나쁘다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 경매제도는 일본식을 강제로 이식한 것이다. 일제시대 객주들을 중도매인으로 만들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도매시장법인들이 우리 상업자본을 뜯어갔다. 그리고 해방 이후 관료들이 일본 도매시장법을 베끼다시피 해서 법을 만들어놨다.
물론 경매제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거래내역이 공개되고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수의 매매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이 거래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부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서 제도권으로 흡수하면 되는 건데, 우리 고유의 상업 관행을 무시하고 일본제를 강제 이식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제시대 잔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농산물 경매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 일본, 대만밖에 없다. 왜 그럴까. 어떤 제품에 희소성이 있어야 경매제도가 성행한다. 귀금속이나 골동품이 경매 잘 되지 않나. 희귀성이 있으니까. 예전에야 농산물도 경매제도가 적합했다. 지금은 과거보다 농산물 공급이 넘친다. 구매자가 왕인 세상이다. 정보통신 발달로 직구도 많아졌다. 한 마디로 경매는 구매자 요구를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제도다."
- 그럼에도 경매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매시장법인들 기득권 때문이다. 가락동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 당기순이익(2012년 기준)이 246억 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 이런 기업이 얼마나 있겠는가."
"경매 제도 갈아엎자는 이야기 아니다"
▲ 가락시장 전경 ⓒ 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 한편으로는 또 그래서 대금 결제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시장도매인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금 결제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거란 우려가 있다. 2009년 백과청과 부도 사건(시장도매인 업체인 백과청과가 부도나면서 농민들이 출하대금 12억 원을 받지 못할 뻔했던 일)을 그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경매회사들도 부도가 난 사례가 적지 않다. 어느 사업체나 부도는 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우리 주장은 시장도매인제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강서시장의 경우처럼 두 제도를 함께 시행해보자는 것이다.
강서시장의 경우 경매제 시장이 4만평, 시장도매인제 시장이 2만평 규모다. 그럼에도 거래물량이나 거래금액은 시장도매인제 쪽이 더 많다. 시장도매인들끼리도 경쟁해야 하지만, 경매제 시장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큰 공룡(도매시장법인들)을 이긴 것이다. 이런 경쟁이 이뤄져야 가락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경매가 위축되면 가락시장 낙찰 가격이 떨어져 그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게 참...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 제도끼리 경쟁을 하면 생산농가의 출하 선택권은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그럼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제도 간 경쟁으로 낙찰 가격이 떨어지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산지 조직화가 잘 안 돼 있어 출하 농가가 절대적 열세에 처하게 될 것이란 반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농가 인구는 크게 줄었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합동사업단 등 산지 조직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산지가 잘 조직이 돼 있지 않다면 대형유통업체들이 누구와 어떻게 거래를 하고 있겠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렇다고 경매제도를 갈아엎자는 게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두 제도를 함께 병행해보자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 논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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