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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예술, 여기선 할 수 있어요

[인터뷰] 문화공작소 세움의 유세움 대표와 방영문 이사

등록|2015.03.11 17:15 수정|2015.03.11 17:15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국의 그래미'라 불리는 2015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전해 12월 1일부터 당해 11월 30일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대중음악 비평가들이 심사해 선정한다. 음악성을 기준으로 권위있는 음악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상이다.

월드뮤직그룹 '세움'은 2015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 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과 '최우수 연주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인천 출신으로는 최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인천 문화예술인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3월 2일, 동인천역 근처 문화공작소 '세움' 사무실을 방문해 유세움(33) 대표와 방영문(34) 이사를 만났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예술 하는 공간

▲ 문화공작소 ‘세움’ 의 유세움(33. 오른쪽) 대표와 방영문(34. 왼쪽) 이사. ⓒ 김영숙


문화공작소 '세움'에는 월드뮤직그룹 '세움'을 포함해 어쿠스틱 앙상블 '다나루', 더 하우스 콘서트 '쿠데렐라' 등 아티스트그룹 8개가 함께 하고 있다. 문화공작소 '세움'은 이 그룹들을 관리하는 기획사(매니지먼트)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인천지역에 있는 풍물패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 후에 국악 실내악단단원 등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2011년에 문화공작소 '세움'을 만들었습니다."

유세움 대표의 말이다. 문화공작소는 예술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과 미디어영상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 초 합류한 방영문 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 대표는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추진 사업인 '문화 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방 이사를 처음 만났다.

비전을 제시한 유 대표의 제안에 공연 사진·포스터 제작 등의 일을 하는 방 이사가 결합해 시각예술인 영상미디어팀을 만들어 문화공작소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방 이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유 대표와 마음을 맞추고 올해부터 상근을 시작했다.

방 이사의 이력은 다양하다. 10여년 전 신포동 재즈클럽에서 재즈기타를 연주한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서 상업 사진에 발을 디뎠다. 취미생활로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기에 가능했다. 2012년부터는 사진을 전업으로 해 많은 작업을 했다.

유 대표와 방 이사는 한 목소리로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게 하면서 하고 싶은 예술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 문화공작소를 세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엔터테인먼트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쇼와 이벤트 중심이 아니라, 우리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예술가가 회사(기획사)에 전혀 종속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질 높은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문화공작소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퀄리티(질)'를 강조했다.

"인천지역에 지금 필요한 건 퀄리티가 있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러나 그걸 실현하기에는 지역의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죠. 서울 쏠림현상이 심각한 지금, 다양한 문화영역을 우리가 공작(工作)해 서울에 뒤지지 않는 예술작품을 만들자는 의미로 '문화공작소'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세움'은 '세우다'라는 순우리말이기도 하면서 제 이름이기도 하죠."

단체 이름의 의미를 설명한 유 대표는 작년 인천에 있는 '토속음악'을 모으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인천에 딸린 섬을 찾아가 고령의 원주민들이 부른 노래를 녹음해 토속음악 재창작 음반 'Rewind & Rebirth'를 만들었다.

유 대표는 "재창작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이걸 바탕으로 뮤지컬 제작도 고민하고 있어요. 인천의 고급예술을 시민들에게 보이면서 이런 작업을 하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천서 나고 자란 유 대표와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인천으로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방 이사는 '인천'이 문화예술시장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이 앞서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최근에 외국인과 사진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가 투자자의 입장으로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유일한 아이템을 갖고 질주하라'고요. 비슷한 경향으로 경쟁하다보면 이미 앞서 있는 사람은 너무 많고 동등한 실력이라 넘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인천은 개항지라는 역사와 다양한 개성과 풍성한 자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로 잘 살리지도, 승화시키지도 못했죠. 서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지 않나요? 문화예술을 중앙과 지방으로 구별하는 풍토자체가 문제죠. 다양성의 부재가 만들어 낸 폐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 이사는 이어, 개항도시인 인천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문화가 유입됐지만 식민지를 겪으며 유실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지금에라도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공작소는 우리의 전통예술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지역적 자산을 기반으로 어떻게 융화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고요."

인천을 넘어, 세계로

지난해 예비 사회적기업을 신청한 문화공작소는 처음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 부평아트센터에서 연 콘서트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를 제작·발표하고 나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기획·정기공연을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했다. 작년에는 한·일 음악교류 프로젝트 음반 'The BREATH'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상근자는 6명이고, 비상근자까지 포함해 10여명이 문화공작소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 공연 수입과 공모 사업을 통한 지원, 여기에 KDB 대우증권 CSR(사회적 책임) 추진부에서 3년째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유 대표는 "대중이 원하는 걸 좇으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예술을 세상에 펼칠 수 있게, 예술에 정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려고 해요. 저는 우리 예술가들을 믿습니다"라며 "우리 단체의 장점은 고여 있거나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죠. 젊은 예술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도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역에 계신 예술가나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방 이사는 "우리 단체엔 훌륭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뮤지션과 작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은 열의가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그게 우리 단체의 정체성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힘과 기대감이 우리의 큰 자랑거리입니다"라고 했다.

한편, 문화공작소 '세움'은 올해 8월에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할 예정이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8월에 3주 동안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1947년에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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