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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대 '애플 워치' 상대가 '스와치'? 아직은..."

[오마이뷰]"시계는 패션"... 아날로그 디자인 접목한 하이브리드 '대세'

등록|2015.03.15 22:46 수정|2015.03.15 22:46

▲ 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 부에나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스마트 시계 애플 워치를 선보였다. ⓒ 애플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마법'도 사라진 것일까? 팀 쿡이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 시계 '애플 워치' 초기 반응이 신통치 않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등장하자마자 기립 박수를 받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애플 제품 디자인을 책임진 조너선 아이브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애플 워치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실제 18K 골드를 사용해 최고 1만7000달러(약 1900만 원)에 이르는 '애플 워치 에디션'의 가격만큼은 웬만한 명품 시계와 맞먹는다.

애플 워치 때문에 곤경? 스위스 시계 '반격' 준비 중

과연 애플 워치의 진짜 경쟁 상대는 삼성이나 LG, 소니가 아닌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걸까? 오는 19일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 '바젤 월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시계업계에서 스마트워치의 등장은 1970년대 '쿼츠(Quartz)' 파동에 곧잘 비유된다. 태엽으로 움직이는 기계식 아날로그 시계가 대세이던 당시, 일본 세이코에선 태엽 대신 전지로 움직이는 전자시계를 개발했다.

이후 중저가 시계 시장을 중심으로 기계식 시계가 몰락하고 쿼츠 시계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중고가, 명품 시장을 중심으로 기계식 무브먼트(시계 구동 장치)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의 고유 기능 못지않게 '패션'과 디자인이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애플 워치도 아날로그 시계에 들어가는 '용두'를 살리고 남녀용 시계처럼 2종류 크기에 워치, 스포츠, 에디션 등 다양한 모델과 시곗줄(스트랩)을 선보여 기능 못지 않게 '패션'을 강조했다.(관련기사: 아이폰6-애플워치, '고집' 꺾고 '패션' 입다)

굳이 경쟁 상대로 스위스 명품 시계를 겨냥한 것도 삼성, LG, 소니, 패블 등 기능성을 앞세운 스마트워치 선발주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발 맞춰 전통적인 시계업체들도 스마트워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애플 워치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도 스마트 기능을 갖춘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명품 브랜드 태그호이어도 이번 바젤 월드에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스마트 기능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시계 브랜드와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아날로그 시계인지 스마트워치인지... 하이브리드가 대세?

▲ 패션 브랜드인 게스에서 이달 초 선보인 스마트워치 '커넥트' ⓒ 게스


실제 청바지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게스는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5에서 스마트워치 개발업체 '마션 워치스'와 함께 개발한 '게스 커넥트'를 선보였다. 외형은 아날로그 손목시계지만 작은 액정화면을 달아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알림을 확인할 수 있고 음성 인식 기능도 갖췄다. 이르면 올해 9월쯤 나올 예정이며 가격은 349~399달러 정도(약 39만~45만 원)로 '애플 워치 스포츠'와 비슷하다. 

프랑스 의료기기업체인 '위딩스'에서 기존 피트니스용 밴드에 시계 기능을 접목시킨 '액티비테 팝' 가격은 150달러(약 17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디자인은 스와치 시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액정화면은 없지만 걷기나 달리기, 수영, 수면시 움직임을 추적한다. 배터리가 일반 시계처럼 8개월 이상 가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선보인 450달러짜리 스마트워치 '액티비테'의 보급형 제품이다.

▲ 프랑스 의료기기업체 위딩스에서 판매중인 스마트워치 '액티비테 팝'. 피트니스 밴드 기능을 갖췄지만 배터리 교체 없이 8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다. ⓒ 위딩스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계도 있다. 한국인이 주축이 된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에서 만든 하이브리드 스마트워치는 일본과 스위스 유명 업체의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스마트 기능을 접목했다. 시계를 투명한 액정화면으로 덮어 평소엔 시계처럼 쓰다, 필요할 때 터치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하지만 iOS, 안드로이드 등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단말기와 호환되고 배터리는 1주일 정도, 기계식 무브먼트는 4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봄 출시 예정으로 예약 주문을 받고 있는데 가격은 549달러(약 62만 원)에서 1249달러(약 140만 원)로 '애플 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과 비슷하다.

역시 카이로스에서 개발한 'T밴드'는 시계밴드(스트랩) 자체에 커브드 액정화면과 스마트 기능을 넣었다. 기존 시계와 연결해 '스마트워치'처럼 이용할 수 있고 배터리는 2~3일 정도 유지된다. 가격도 179~199달러(20만~22만 원) 정도로 시계를 포함한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 기계식 무브먼트와 스마트워치를 결합한 카이로스 스마트워치 하이브리드 ⓒ 카이로스


박민우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스마트폰전공 교수는 애플 워치 발표 직후인 지난해 9월 발표한 '애플 워치를 통해 본 디자인 테크놀로지 전략과 스마트워치의 미래'란 디지에코(KT경영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 "풀 스마트워치가 자리를 잡기 전 하이브리드 방식이 대세를 이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워치의 경우 스마트폰과 달리 '패션' 기능이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박민우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애플의 목표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와의 경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애플 워치가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쏟았지만 여전히 기계식 시계가 가지는 복잡함 속의 미학을 디지털 요소로 커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 카이로스에서 만든 T밴드. 시곗줄에 액정화면과 스마트 기능을 넣어 기존 시계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 카이로스


"스위스 명품과 경쟁 어려워... 애플 워치2 기다려봐야"

다음은 박 교수와 주고 받은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 9일 애플 워치 발표 내용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언론은 주로 높은 가격과 배터리 제약 등을 들어 비판적 시각이 강한데. 
"사실 작년에 발표한 애플 워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서 놀라운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시계의 본질에 더 충실해지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팀 쿡이 시간의 정확성을 강조한 것과 같이 스마트한 기능의 추가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듯하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18시간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평균 시간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빨리 방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워치의 가장 큰 약점은 높은 가격보다 배터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부분도 판매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아이폰 초기 버전도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600만 개나 판매되었다. 과거 피처폰 시절 충전 패턴과 스마트폰 시대의 충전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배터리 충전 문제는 사용자의 습관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히려 가격이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라인업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42mm, 38mm 두 종류의 다이얼과 여러 종류의 스트랩을 조합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가격의 차이도 여기서 발생한다.

예측컨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저렴한 모델의 애플 워치를 구매한 뒤에 다양한 스트랩을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에서 구매해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애플 워치는 기대치를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팔릴 만큼은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 애플 워치 18K 골드 에디션 ⓒ 애플


- 지난해 보고서에서 디자인 기술 관점에서 애플 워치의 경쟁자는 삼성이나 LG 같은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보다는 스와치 같은 기존 명품 시계 브랜드가 될 걸로 봤다. 이번 1000만 원 대 한정판도 그런 경쟁 차원을 볼 수 있을까?
"애플의 목표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와의 경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쏟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계식 시계가 가지는 복잡함 속의 미학을 디지털 요소로 커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최상위 명품 브랜드 외에 500만 원 미만의 브랜드 시계들과는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시장에서는 스트랩과 같은 액세서리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떤 스트랩을 적용했는가가 패션 차별화 요소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1000만 원대 애플 워치 에디션 모델은 실제로 상품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유명인에게 협찬 형태로 제공해서 애플 워치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명 영화배우 누구누구가 애플 워치 에디션을 착용했다는 버즈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에디션 모델이 명품시계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시계의 본질적인 가치가 너무 떨어진다."

- 기술 혁신에서 기존 산업은 새로운 도전자에게 길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시계 산업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을까?
"시계 산업이 기술 혁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시계 산업은 기능으로서의 가치보다 패션으로서의 가치가 더 높아진 분야다. 기술 혁신이 패션 분야에서 파급력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폰과는 다른 카테고리의 산업이다. 다만 시계 산업에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힘든 이유는 기능적인 이유로 스마트워치를 채택한 사람은 그 안에서 패션의 가치를 찾고자 할 것이다.

기존 산업의 붕괴를 야기할 만큼 스마트워치의 기술 혁신이 큰 변수는 아니지만,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에게 기존 시계를 대체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20% 이상 산업 대체 요인은 존재한다. 더불어 시계 산업의 시장 자체가 20%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있기 때문에 기존 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장 성장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스마트워치 대중화 조건으로 킬러 콘텐츠와 배터리 등 기술, 가격 등 경제성을 주로 꼽았다. 스마트워치가 지금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될 수 있을까?
"기존 스마트워치 시장이 '비포 마켓(Before market)'이었다고 생각되며, 애플 워치는 스마트워치 1.0 시대에 왔다고 본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더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아이폰의 경우도 아이폰3GS 정도가 되었을 때 대중화가 시작되었다. 내년쯤 애플 워치2가 나올 시점이 되면 대중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현재의 애플 워치는 완성품이 아니라 진행 중인 제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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