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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로의 '너무한' 쓰레기

[현장] 부산진구청 '3일 청소파업' 끝나던 날

등록|2015.03.17 15:02 수정|2015.03.17 15:02

▲ 17일 오전 부산 서면로 일대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관할 부산진구청은 지난 14일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사흘간의 청소 파업을 진행했다. ⓒ 정민규


"부산의 중심거리가 이렇게 더러워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17일 오전 부산의 번화가 중 한 곳인 부산진구 서면로 거리는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구청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거리를 청소하지 않았다. 3일간 이뤄진 구청의 '청소파업'은 부산의 중심거리를 자부하던 서면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으로 부끄러운 우리 동 망신 지역입니다."

이런 팻말 앞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술병이 굴러다녔고 중간중간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져 있었다. 악취가 심했다. 코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들 사이로 비둘기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쪼아 먹었다. 거리의 유일한 청소부는 비둘기였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빗자루를 들었다. 서면로 노상 주차장의 주차관리원인 오아무개(69)씨는 "하다 못해 내가 치우기로 했다"면서 연신 빗자루로 길을 쓸었다. "왜 구청에서 쓰레기를 안 치워주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로 말하는 오씨는 구청의 청소파업을 모르는 듯 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갑자기 거리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날은 구청이 3일간의 청소파업을 끝내기로 한 날이었다. 구청 직원 50여명을 비롯해 지역 단체·상가번영회 상인 등 300여명이 모였다. 청소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빗자루와 마대자루를 든 청소 부대가 진군을 시작했다.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을 보는 듯 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 구청의 '청소파업' 실험

▲ 17일 오전 부산 서면로 일대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관할 부산진구청은 지난 14일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사흘간의 청소 파업을 진행했다. ⓒ 정민규


사실 구청이 청소파업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12년에도 부산진구청(아래 구청)은 서면 일대의 거리 청소를 잠시 중단했다. 이후 서면 일대 쓰레기가 30% 가량 줄은 것은 구청이 얻은 성과였다. 물론 그 성과가 한두 달에 그쳤다는 것도 교훈이라면 교훈이다(관련기사: "해도 너무한다"... 부산 서면 '쓰레기와의 전쟁')

'청소파업'을 끝낸 구청은 더욱 더 강한 칼을 빼들었다. 이날 구청 직원들은 길가의 불법 현수막과 광고판, 입간판 수거에 들어갔다. 몇몇은 앞서 가며 길가에 뿌려진 불법 광고 전단지를 주웠다. 마사지 업소 호객 명함이 구청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속속 마대로 들어갔다. 구청은 이 전단지를 뿌려낸 사람들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할 생각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광고 전단을 소탕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구청 직원들 조차 의문이다. 한 구청 직원은 "이런 불법 전단을 뿌리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대포폰을 쓰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 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상점 앞을 대걸레로 닦던 주인은 연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주인은 속사포처럼 불만을 말했다. "청소 며칠 안 한다고 사람들이 쓰레기 안 버리겠능교"라며 "시민의식이 문제 아닙니꺼"라고 되물었다.

다시 막오른 쓰레기와의 전쟁... 구청 "강력히 단속"

▲ 부산진구의 서면로 청소 파업 사흘째인 17일 오전. 구청 공무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서면로 거리 청소에 나서고 있다. ⓒ 정민규


물론 기대를 갖는 주민들도 있다. 밤샘 영업을 마치고 노점을 정리하던 상인 이경애(66)씨는 "그래도 지켜는 봐야지예"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결과만 좋다면야 뭐가 문제겠어요"라고 말한 그는 작은 노점 수레를 끌고 골목으로 사려졌다.

구청 측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계열 부산진구 구청장은 "청소파업이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여전히 쓰레기 무단 투기가 있지만 미화원을 더 투입하고, 단속요원도 늘려 시민의식을 고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2명에 불과한 단속요원도 3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미화원 3명을 이곳 거리에 상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20만 원에 달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에 대한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때문에 구청은 강력한 단속과 함께 쓰레기통도 배치할 예정이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길가에 버릴 수밖에 없다는 행인들의 지적에 대한 대책이다.

이날 서면로에서는 2톤 가량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평소 5톤보다도 적은 양이었다. 이명환 구청 청소총감독은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려다가도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니 내놓은 쓰레기를 도로 들고 들어갔다"면서 "이렇게만 해줘도 청소할 맛이 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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