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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하나의 소중함처럼

인간존중과 배려가 희망이다

등록|2015.03.18 20:02 수정|2015.03.18 21:37

▲ 마른나뭇가지에 줄기를 틀고 겨울바람을 이겨낸 나팔꽃 씨앗입니다 ⓒ 강미애


봄 햇살이 만연한 계절에 시골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마른 검불을 모아서 태웁니다. 연기를 내뿜으며 불꽃이 사라지면 검은 재가 남습니다. 풀과 나무 재는 자기 몸을 불사르고 자연으로 돌아가 흙과 함께 섞여 나무와 꽃, 채소의 거름이 됩니다.

봄 햇살에 작별을 고하고 떠나는 겨울을 보내며 마른 나뭇가지에 가느다란 줄기를 의지한 채 씨앗을 맺은 나팔꽃 씨앗을 발견했습니다. 살포시 벗겨보니 검고 단단한 나팔꽃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도 마른 나뭇가지에 의지한 채 가녀린 몸을 기대고 씨앗을 잉태한 나팔꽃 씨앗이 경이롭습니다.

▲ 봄에 심을 작년 가을에 수확한 씨앗들을 준비합니다. ⓒ 강미애


농부는 지난해에 수확한 땅콩, 대파, 해바라기, 호박 등 여러 씨앗들을 올 봄에 뿌리려고 준비합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농부는 완두콩 세 알씩을 흙 속에 고이 묻었습니다. 이른 봄에 제일 먼저 심는 완두콩 씨앗은 머지 않아 아기 싹이 나오고 비와 햇살을 먹고 무럭무럭 푸른 잎으로 자라겠지요.

자연은 이렇게 해마다 가을이면 씨앗을 남기고 떠났다가 이른 봄이면 농부의 보살핌을 받고 새 생명으로 태어납니다. 자연의 순환계를 잘 살펴보면 삶의 이치를 깨닫게되고, 씨앗의 소중함처럼 인간 생명 존중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겨울을 땅속에서 지낸 돼지감자를 봄에 수확했습니다 ⓒ 강미애


꽁꽁 얼어서 호미가 안 들어가던 땅이 봄 햇살에 완전히 녹았습니다. 농부는 마른 대를 걷어내고 흙을 파헤쳐 돼지감자를 캤습니다. 돼지감자는 싹이 올라 오기 전에 캐내고 큰 것은 골라서 먹고 작은 알들은 흙 속에 도로 묻어주면 싹이 올라 옵니다. 이 싹이 자라서 꽃이 피고 가을에 감자가 달립니다. 돼지감자는 겨우내 흙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습니다. 돼지감자는 즙을 내리거나 말려서 차로 달여 마시면 당뇨병에도 좋고 체지방 분해효소가 있어 체중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연갈색 들판끝에서 봄은 천천히 오고있습니다 ⓒ 강미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민족시인 이상화님의 말씀이 저 멀리 들녘끝에서 가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현실적인 절망 속에서도 국권회복의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시인의 소망처럼, 인간존중의 상실로부터 오는 허무감과 허탈함을, 저 빈 들녘에서 바람처럼 달려오는 새봄의 노래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 아직도 볏단이 그대로 남아있는 논이 있습니다. ⓒ 강미애


어느 게으른 농부의 볏짚이 아직도 논에 서 있는 것처럼, 구시대적인 자기 아집과 편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봄을 맞이 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혁신 없이는 발전도 없고 희망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보다 물질을 앞세우면 미래의 평화로운 세상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기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이 사회가 원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마른나무, 두릅에도, 몸져 누운 강아지풀과 들깨에도 생명과 씨앗이 있어요 ⓒ 강미애


새봄이 오기 전에 농부는 햇살 속에서 아름다운 연한 갈색 빛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부지런히 사진에 담아봅니다. 사람의 눈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저 들판에 힘없이 드러누운 강아지풀 씨앗들이 수십 배의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강렬한 생명력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땅에 쓰러져도 생명을 부여잡고 언젠가 새 생명으로 꿋꿋하게 태어날 저 가녀린 씨앗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해마다 짙은 깻잎사귀 향기로 생명을 불러 일으키던 돌깨의 생명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부의 손에 키가 잘리는 아픔을 치르면서도 봄의 따스한 입김에 새싹을 틔우는 나무 두릅의 꿈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인간존중과 배려만이 사람의 희망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 겨울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딸기밭이 있습니다 ⓒ 강미애


겨우내 얼어 죽은 줄만 알았던 딸기가 흰눈이 사라지며 다시 파란 모습으로 제 모습을 찾습니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에 따라 추워서 얼어 죽은 줄만 알았던 자연계의 식물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관찰하면 이 우주에 수많은 생명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래서 생명존중을 느끼게 되고 자연 앞에서는 겸허해지게 됩니다.

▲ 얼어죽은 줄만 알았던 시금치가 조금씩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 강미애


작년 늦가을에 뿌린 시금치가 겨울 한파 속에서도 얼어붙은 자기 몸을 보존하며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적을 봅니다. 사람이 무심코 지나치고 밟고 다니던 길에도 이름 없는 풀들이 다시 푸른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사람은 인생길을 가다가 만나는 인연들을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뻬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것 처럼 잃어버린 인간존중심을 회복하는 길이야말로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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