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중단이라니... 새누리당 찍은 게 죄"
[현장]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통과 전후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학부모대회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옆에 있는 엄마는 셋을 키운다. 한 달 아이들 급식비가 20만 원 정도 들 것 같다. 맞벌이를 하지만 빠듯하다. 언제는 출산이 애국이라 하더니, 애국자한테 급식비를 내라고 한다. 경남만 영(0)원이다. 경남에 사는 게 무슨 죄인가. 우리가 모두 죄인이다. 새누리당을 찍은 게 죄다."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열린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에서 연단에 오른 송미량(거제)씨의 발언이다. 송씨를 비롯한 학부모, 시민 등 700여 명이 이날 집회에 참석해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지사와 이에 동의한 도의원들을 비난했다.
시민 등 700여명 집회 참석... "밥그릇 끝까지 지킬 것"
송씨는 "나라 지키는 의무를 하고 있는 군인한테 자기 돈 내고 밥 사먹으라고 하지 않는다, 교육 받는 아이들에게 왜 돈을 내라고 하느냐"며 "그렇다면 공무원과 도의원들의 식대와 업무추진비도 모두 반납하라, 힘들더라도 아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때 홍 지사가 인터넷 검색해 영화 예고편을 감상한 일과 관련해 송씨는 "의회에서 영화 보는 도지사님, 아이 밥값 아까워하는데 우리는 그런 도지사 필요없다"고 말했다.
또 양산에서 왔다고 한 학부모는 "저는 좌도 우도 상도 하도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며 "무식한 제가 이번에 무상급식 중단되는 것을 보고, 정치에 눈을 뜨고 공부를 하게 되더라, 그분(홍준표)이 용이면 저는 그런 용 안 만들란다"고 말했다.
이 말은 홍 지사가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으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고 했던 말을 빗대어 한 것이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학부모가 저소득층이라는 증명자료를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자녀의 학원과 교육방송 교재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김임섭(사천)씨는 "얼마 전 무슨 쪽지를 받았는데, 동사무소에 가난하게 산다는 증명서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그 쪽지를 받고 바로 찢어버렸다"며 "무상급식이 안 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왕따가 된다, 아이들한테 상처를 주기 싫다"고 말했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전국연대 대표는 "홍 지사는 아이들 밥그릇 뺏으려고 도지사 됐나, 밥은 인권이다, 무상급식이 되지 않아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것은 평생 멍에가 된다, 홍 지사는 아이의 인권과 미래를 빼앗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제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오라(문재인 대표와 면담 자리)고 했는데, 우리가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급식 문제의 화살을 도민한테 겨누지 말고 청와대나 중앙정부를 향해 급식 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하도록 목소리를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내걸고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했던 여영국 의원이 발언하기도 했다. 여 의원은 "홍 지사는 무상급식이 좌파정책이라고 하는데, 경남에서 2008년 무상급식을 처음으로 실시한 거창군수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었다"며 "홍준표 지사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고, 예산이 없어 못한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17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경남도의회 2층 상황실에 있다가 18일 저녁 늦게 경찰에 강제연행되었던 학부모들도 참석했다. 김미선(진주)씨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되면 무상급식이 중단된다고 했는데 경남도의회 의장은 아니라고 했다"며 "도민들이 다 아는데 의장만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과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등도 연단에 올라 발언했다. 가수 김경민씨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박종훈 교육감이 의사당으로 가다가 집회장에 들러 인사했다. 박 교육감은 학부모들 앞에서 "무상급식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교육감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조례안에 44명 찬성 ... 홍준표 지사는 본회의 출석 안해
그런데 이런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경남도의회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가 통과되고 말았다. 19일 오후 2시 40분경이다.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한 뒤 표결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체 55명 가운데 찬성 44명, 반대 7명, 기권 4명이다. 야당 소속 여영국, 김지수, 전현숙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이상철, 옥영문, 하선영, 황대열 의원도 반대했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경남도청과 시군청이 총 예산 643억 원으로 추진하는데, 교육경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사업과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등을 벌이는 것이다.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2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실제 소득이 250만원 정도) 가정의 초중고생 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경남도청과 시군청은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 예산(총 643억원)을 끊고, 그 대신에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4월 1일부터 경남에서는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이 조례가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린 뒤 학부모들은 흥분했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학부모 대표들이 의장 면담을 요구하며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아섰다. 학부모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홍 지사는 이날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19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데, 이날 낮 미리 서울로 올라갔다. 학부모들은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인천공항으로 출발해도 충분한데, 왜 미리 올라갔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열린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에서 연단에 오른 송미량(거제)씨의 발언이다. 송씨를 비롯한 학부모, 시민 등 700여 명이 이날 집회에 참석해 무상급식을 중단한 홍준표 지사와 이에 동의한 도의원들을 비난했다.
시민 등 700여명 집회 참석... "밥그릇 끝까지 지킬 것"
▲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송씨는 "나라 지키는 의무를 하고 있는 군인한테 자기 돈 내고 밥 사먹으라고 하지 않는다, 교육 받는 아이들에게 왜 돈을 내라고 하느냐"며 "그렇다면 공무원과 도의원들의 식대와 업무추진비도 모두 반납하라, 힘들더라도 아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때 홍 지사가 인터넷 검색해 영화 예고편을 감상한 일과 관련해 송씨는 "의회에서 영화 보는 도지사님, 아이 밥값 아까워하는데 우리는 그런 도지사 필요없다"고 말했다.
또 양산에서 왔다고 한 학부모는 "저는 좌도 우도 상도 하도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며 "무식한 제가 이번에 무상급식 중단되는 것을 보고, 정치에 눈을 뜨고 공부를 하게 되더라, 그분(홍준표)이 용이면 저는 그런 용 안 만들란다"고 말했다.
이 말은 홍 지사가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으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고 했던 말을 빗대어 한 것이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학부모가 저소득층이라는 증명자료를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자녀의 학원과 교육방송 교재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김임섭(사천)씨는 "얼마 전 무슨 쪽지를 받았는데, 동사무소에 가난하게 산다는 증명서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그 쪽지를 받고 바로 찢어버렸다"며 "무상급식이 안 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왕따가 된다, 아이들한테 상처를 주기 싫다"고 말했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전국연대 대표는 "홍 지사는 아이들 밥그릇 뺏으려고 도지사 됐나, 밥은 인권이다, 무상급식이 되지 않아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것은 평생 멍에가 된다, 홍 지사는 아이의 인권과 미래를 빼앗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제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오라(문재인 대표와 면담 자리)고 했는데, 우리가 해법을 제시하겠다"며 "급식 문제의 화살을 도민한테 겨누지 말고 청와대나 중앙정부를 향해 급식 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하도록 목소리를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내걸고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했던 여영국 의원이 발언하기도 했다. 여 의원은 "홍 지사는 무상급식이 좌파정책이라고 하는데, 경남에서 2008년 무상급식을 처음으로 실시한 거창군수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었다"며 "홍준표 지사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고, 예산이 없어 못한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17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경남도의회 2층 상황실에 있다가 18일 저녁 늦게 경찰에 강제연행되었던 학부모들도 참석했다. 김미선(진주)씨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되면 무상급식이 중단된다고 했는데 경남도의회 의장은 아니라고 했다"며 "도민들이 다 아는데 의장만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과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등도 연단에 올라 발언했다. 가수 김경민씨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박종훈 교육감이 의사당으로 가다가 집회장에 들러 인사했다. 박 교육감은 학부모들 앞에서 "무상급식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교육감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조례안에 44명 찬성 ... 홍준표 지사는 본회의 출석 안해
▲ 경남도의회는 19일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끊고 그 대신에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 위한 관련 조례안에 대해 찬반 표결을 벌였다. 표결 결과, 전체 55명 가운데 44명이 찬성, 7명이 반대, 4명이 기권해 가결되었다. ⓒ 윤성효
그런데 이런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경남도의회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가 통과되고 말았다. 19일 오후 2시 40분경이다. 본회의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한 뒤 표결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전체 55명 가운데 찬성 44명, 반대 7명, 기권 4명이다. 야당 소속 여영국, 김지수, 전현숙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이상철, 옥영문, 하선영, 황대열 의원도 반대했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경남도청과 시군청이 총 예산 643억 원으로 추진하는데, 교육경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사업과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등을 벌이는 것이다.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2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실제 소득이 250만원 정도) 가정의 초중고생 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경남도청과 시군청은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지원 예산(총 643억원)을 끊고, 그 대신에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4월 1일부터 경남에서는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이 조례가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린 뒤 학부모들은 흥분했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학부모 대표들이 의장 면담을 요구하며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아섰다. 학부모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홍 지사는 이날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19일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데, 이날 낮 미리 서울로 올라갔다. 학부모들은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인천공항으로 출발해도 충분한데, 왜 미리 올라갔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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