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부지, 이가 흔들려요"... 한밤중 손녀의 전화
[하부지의 육아일기 45]콩이의 '이갈이'가 시작이다
▲ 콩이이를 빼고 나서 기분이 최고다. ⓒ 문운주
"할아버지, 이가 흔들려요."
"……."
"할아버지, 세 번째 이예요"
"……."
지난 8일 밤 9시경 흥분한 손녀 콩이가 전화를 했다. 신기한 모양이다.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일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할머니에게 자랑하고 삼촌에게도 자랑을 한다. 콩이가 '이갈이'를 시작했다. 엄마가 '이갈이' 파티를 약속했다고 자랑이다. 지나가는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가 흔을린다고 떠들고 다닌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어렸을 때다. 어머니는 문고리에 한쪽 실을 걸고 한쪽은 흔들리는 이에 묶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게 해서 이를 빼곤 했다. 그리고 뺀 이는 지붕으로 높이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고 주문처럼 외쳤다.
콩이가 여기저기 '이가 흔들려요' 하고 다닌 지 사흘이 지났다. 외출을 다녀오더니 주먹 쥔 손을 내민다.
"엄마, 이가 빠졌어요."
한참을 있다가 손을 편다. 아무것도 없다. 콩이의 '이갈이' 파동이 상당히 길어졌다. 동네방네 떠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앞 이 두 개가 심하게 흔들린다. 뺄 때가 된 모양이다.
▲ 콩이이갈이를 시작했다. 그렇게도 즐거울까. 여기저기 자랑, 자랑이다. ⓒ 문운주
지난 16일, 치과에서 아랫니 두 개를 뺐다. 유치원 선생님이 "우리 콩이 이가 없는데 어떻게 밥을 먹을까" 걱정해 줬다고 신이 났다. 아빠도 "아팠어? 밥을 먹을 수 있겠어?" 하고 콩이 장하다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콩이가 이처럼 생긴 치아 보관함을 들고 자랑이다. 지금은 뺀 이를 보관함에 넣어 돌려준다고 한다. 치아 보관함을 흔들어 보고 신기한 듯 들여다본다. 콩콩이도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 이를 움직여 본다.
▲ 콩이이갈이 파티를 열었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행복을 느긴다. ⓒ 문운주
가족이 '이갈이' 파티를 열었다. 아빠가 퇴근길에 사온 케이크에 촛불을 켰다. 축하노래를 불렀다. 콩이가 더욱 신이 났다. 케이크 크림을 아빠 코에도 묻히고 할머니 코에도 묻히고, 온 식구의 코에 하얀 크림이 묻었다. 빨간 코가 하얀 코로 변해 버렸다.
"우리 손녀! 무럭무럭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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