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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패-홍준표 승? 경남 민심 잘못봤다

[분석] PK공략 동진정책 나선 문재인... 새누리당 트라우마 건드린 홍준표

등록|2015.03.20 10:34 수정|2015.03.20 10:34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18일 오전 경남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나 무상급식 예산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뒤, 나오면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승자는 누구였나.

지난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의 만남이 있었다. 이날 만남은 지난 11일 문 대표가 먼저 제안해서 성사됐다. 문 대표는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 상황을 막고자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날 두 사람은 35분간 만났다. 여야 두 대권주자들의 만남은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았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홍 지사와 설전만 벌였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1야당 대표와 지방 광역단체장과의 만남. '급이 다른 만남'이라고 언론에 소개된 이날 만남에서 문 대표는 과연 무엇을 얻었나. 그리고 정말 승자는 홍 지사일까?

문재인의 동진정책, 주효했나

정치적인 만남, 승자는?<동아일보> 3월 19일자 ⓒ 동아일보pdf


문 대표는 기존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 3월 9일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선언을 한 이틀 후인 11일에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이다. 차기 대권후보 1위를 달리는 입장에서 나름 정치적 득실도 따져봤을 것이다. 홍 지사를 제3의 장소인 서울에서 보자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움직였다.  

이 만남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문재인 대표가 경남도청을 찾아간 대목이다. 과연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홍 지사는 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상급식 계속'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랬던 그의 갑작스러운 '무상급식 중단'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문 대표 측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양보도 안 되고 설득도 안 되는 만남, 결국 이날 만남은 상호 정치적 만남이었던 것이다.

문 대표의 방문을 굳이 해석하자면 '동진정책' 성격이 짙다. 지난 19대 총선 결과를 보자. 새누리당이 152석을 획득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목표했던 과반획득에 실패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승리했다. 수도권 112석 중에서 새누리당은 43석을 획득했다. 전체 의석수 중 새누리당이 51%를 점유하는데, 수도권에서는 38%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낙동강 전투'에서 패했다. 낙동강 전투란, 문재인 후보가 이끌었던 'PK에서의 대전'을 의미한다. 부산∙울산∙경남의 40석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3석을 차지했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문 대표는 부산에서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는 그로서는 PK에서의 의미있는 의석수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2주 지역별 여론조사가 주는 의미는 새정치연합에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PK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2%,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6%를 기록했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항목을 보면 새누리당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김무성 대표는 PK에서 7%를 기록, 문재인 대표의 이 지역 지지율 28%에 턱 없이 밀리는 형국이다. 서울지역의 지지율 김무성 대표 8%, 문재인 대표 25%를 고려하면 PK정서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

갈수록 싸늘한 PK민심PK여론이 새누리당에 싸늘해지고 있음을 보도한 <부산일보> 3월 19일자 ⓒ 부산일보pdf


PK지역의 유력신문인 <부산일보>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26%)를 고려할 때 PK 지역구 40석 중에서 12석 가량을 산술적으로 새정치연합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이에 대해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감과 문 대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문 대표는 전격적으로 PK를 방문했다. 홍준표 지사와 '급이 다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가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그의 이날 행보가 PK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졌을까.

홍준표의 딜레마, 실익 없는 행동의 결과는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은 홍 지사의 대권플랜 일환인가. 일각에는 그가 언론의 큰 조명을 받고, 제1 야당대표이자 압도적으로 차기 대선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대표를 경남도청으로 불러들인 것만으로 그의 정치적 입지가 올라갔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무상급식'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트라우마'로 여겨지는 이슈다. 당시 오 시장은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라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 33.3%를 넘어야 개표가 진행되지만 결과는 25.7%에 불과해 투표함을 개봉하지도 못했다. 오 시장은 약속대로 서울시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번 홍준표 지사의 '경남 무상급식의 선별급식 전환'에 대한 도민들 반응은 어떠한가. <경남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 17일 발표한 조사결과는 홍 지사에게는 딜레마로 다가왔을 것이다. 응답자의 59.7%가 무상급식 중단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홍 지사를 지지하는 의견은 32%에 불과했다.

특히, 급식대상 자녀를 둔 경남의 40대 중에서는 '잘못한 결정' 응답률이 76.2%에 달했고 30대 역시 '잘못된 결정' 응답률은 74.5%에 달했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을 외면한 채 '무상급식의 선별급식화'를 통해서 그가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한 결정 59.7%"<경남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경남 무상급식 중단 여론조사 결과 '잘못한 결과 59.7%'에 달했다. ⓒ 리얼미터갈무리


과연 누가 승자인가?

이제 며칠 후면 경상남도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선별급식을 하게 된다. 홍 지사는 같은 예산을 더 필요한 학생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의 의미가 중요하다. 더 필요하지 않은, 즉 중산층 가정의 자제들은 이제부터 돈을 내고 급식을 먹어야 한다. 현재 경남의 무상급식 대상 학생수는 28만 5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21만 8천여 명이 4월부터는 급식비를 내야만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선별급식 대상자는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점의 '가난 증명'은 그들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나머지 21만 8천여 명은 그 동안 무상이었던 급식을 이제부터는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 가계부채가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다른 시·도와 달리 경남 학부모들만 돈을 내고 급식을 먹는다는 현실이 새누리당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난 18일, 35분간 회동을 마치고 나오던 문재인- 홍준표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오면서까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문 대표는 "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시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에 홍 지사는 "잘못된 길 가는지 안 가는지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봐야지요"라고 답했다.

경남 주민들 중 60%는 홍 지사의 반대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학부모 세대인 30~40대의 홍 지사 반대 입장은 75%에 달한다. 굳이 홍 지사가 나중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지역여론의 승패는 확인이 된 셈이다. 그는 무엇을 더 기다린다는 말인가. 22만여 명 학생의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내고 난 뒤, 입장을 바꿔 그의 정책을 지지라도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성난 경남 여론에 비추어 봤을 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를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제'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고, 나머지 하나는 2016년 4월 총선에서 PK 결과가 19대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지역언론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도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기세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시·도에서는 내지 않는 급식비를 내야 하는 학생 22만여 명의 학부모(40여만 명)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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