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온 몸으로 느끼는 남도의 꽃구경, 그냥 놀러오세요

섬진강 일대와 광양 청매실농원은 지금 매화꽃이 절정

등록|2015.03.22 14:12 수정|2015.03.22 14:12

▲ 꽃구름 사이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아름다운 매화꽃은 보는 이의 숨마저 멎게 한다. ⓒ 조찬현


굽이치는 물결 따라 굽이굽이 섬진강을 따라 달린다. 남도에 꽃소식이 전해진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청매실농원에는 매화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오늘(21일)따라 날씨도 포근하다. 새벽녘부터 서둘렀지만 이순신대교 부근에서 떠오르는 해와 마주했다.

어둠이 걷힌 섬진강 길가에는 하얀 꽃물결이 가는 내내 반긴다. 꽃구경 나온 차량들이 하나 둘 이어진다. 섬진강의 강물은 고요하다 못해 멈춰선 듯하다. 3월 초순부터 광양 다압면 산과 들에 피어난 매화꽃은 요즘이 절정이다.

청매실농원, 매화 꽃봉오리 일제히 꽃망울 터트려

▲ 섬진강 일대와 광양 청매실농원은 지금 매화꽃이 절정이다. ⓒ 조찬현


▲ 담장 가에 곱게 핀 매화와 수많은 항아리가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조찬현


하얀 꽃봉오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렸다. 섬진강 일대와 청매실농원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구경은 공짜다. 그 흔한 주차비나 입장료도 없다. 그냥 놀러오면 된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다.

이른 아침인데도 청매실농원 초입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한다. 섬진강 강가나 길가에 갓길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청매실농원에 다다르자 홍매와 청매가 한데 어우러져 꽃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 맥문동 푸른 이파리와 매화의 하얀 꽃잎의 대비가 참 아름답다. ⓒ 조찬현


수많은 항아리에는 매실이 숙성중이다. 돌담장 따라서 홍매와 청매가 피었다. 항아리 곁에 하얗게 핀 매화꽃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물결에 꽃 멀미가 날듯 아찔하다.

예전에 청보리 밭이었던 매화꽃밭 사이마다 지금은 사계절 푸름을 뽐내는 맥문동이 자라고 있다. 맥문동 푸른 이파리와 매화의 하얀 꽃잎의 대비가 참 아름답다. 계속 걷는 길, 꽃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꽃구경에 달뜬 마음 때문일까, 간간이 들려오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마저 즐겁다.

아침에 만난 매화꽃이 함초롬하니 더 곱다

▲ 바위와 초가 사이에 핀 매화꽃은 또 다른 느낌이다. ⓒ 조찬현


▲ 하얀 꽃봉오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렸다. ⓒ 조찬현


아침에 만난 매화꽃이 더 곱다. 함초롬한 느낌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꽃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꽃 보러 온 건지 꽃을 찍으러 온 것인지 분간키 어려울 정도다. 셀카와 디카의 셔터소리에 못다 핀 꽃망울마저 다 터져 나오겠다.

꽃길 따라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섬진강의 푸른 물결이 이내 가슴에서 출렁인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촬영장소인 왕대 숲은 병풍인 듯 아름답다. 이곳에서 노란 산수유 꽃도 만났다.

다음은 매실농원 에서 만난 아름다운 시 매초명월(梅梢明月)이다.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율곡(栗谷) 이이 선생이 매화가지 끝에 밝은 달을 노래했다.

▲ 이이의 매초명월(梅梢明月)은 매화가지 끝에 밝은 달을 노래했다. ⓒ 조찬현


매초명월(梅梢明月) 

매화는 본디부터 환하게 밝은데
달빛이 비치니 물결같구나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고와라
밝고 찬 기운이 뼈에 스며든다.
매화꽃 마주보며 마음 씻으니
오늘 밤엔 한 점의 찌꺼기도 없네

▲ 꽃구름에 뒤덮인 초옥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 조찬현


▲ 초가집 추녀 끝에도 매화꽃이 흐드러졌다. ⓒ 조찬현


▲ 오전 9시께가 되자 상춘객들이 꽃구름처럼 몰려든다. ⓒ 조찬현


산자락을 타고 능선에 오르면 사방이 온통 꽃구름이다. 멀리 보이는 섬진강의 물결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숨을 멎게 한다. 바위와 초가 사이에 핀 매화꽃은 그윽한 몸짓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추녀 끝에도 매화꽃이 흐드러졌다.

남도의 매화향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매실을 이용한 먹거리가 좋을 듯하다. 달지 않고 맛있는 매실조청한과와 매실향기를 품은 매실치킨을 현장에서 판매한다. 모처럼만에 따뜻한 봄날씨 탓인지 매실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은 긴 줄이 한없이 이어진다.

오전 9시께가 되자 상춘객들이 꽃구름처럼 몰려든다. 심장병어린이 돕기 자선공연 중인 수와진의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잠시 귀기울여본다. 온 몸으로 느끼는 남도의 꽃구경, 그냥 떠나보자. 섬진강 일대와 광양 청매실농원은 지금 매화꽃이 절정이다.

▲ 매화향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매실을 이용한 먹거리가 좋을 듯하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 '맛돌이의 내고향 밥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