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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특사를 보내서라도 남북 대화 물꼬 터야"

정의화 국회의장, 중견 지역언론인 모임에서 남북 대화 중요성 강조

등록|2015.03.24 16:49 수정|2015.03.24 21:29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북한'은 숙명이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고향이 각각 평양과 의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의장이 장인어른에게서 물려받았던 '봉생병원'은 1910년대에 장인어른의 할아버지가 평양남도 대동군에서 운영하던 병원의 이름이었다. 그가 정계에서 물러난 뒤 꿈꾸고 있는 유일한 계획은 평양이나 의주에 병원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 사연과 꿈 때문에 남북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정 의장이 24일 지역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세종포럼' 첫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 남북 대화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라고 주문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5부 요인 회동)에서도 "남북국회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출범한 세종포럼은 중견 지역언론인모임으로 전국 33개 신문·방송 소속 언론인과 학자, 연구원 등 총 43명이 참여하고 있다.

▲ 중견 지역언론인 모임 '세종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 ⓒ 세종포럼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기가 됐다"

정 의장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관계의 진척이 없어서 박 대통령이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다"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드레스덴 구상이 그러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의장은 "하지만 북한의 경우 말만 가지고 되지는 않고 액션(행동)에 들어가야 하는데 (박 대통령에게는) 그 액션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실세 3인방(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 당당 비서)이 방문했을 때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정 의장은 "인천 아시안게임 때 3인방이 내려왔다면 무언가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것을 기점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그 다음 해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일하는 데 임기 3년차인 올해가 중요하다"라며 "남북관계가 잘 되면 외국투자가 가능하고 경제부분 평가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박 대통령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 부장을 북한에 보냈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특사를 보내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남북대화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 의장은 그는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기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행'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 나진선봉지구 등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도 남북정상회담을 향해 가야 한다"라며 "국회가 소극적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액티브(activ)하게 나서야 한다"라고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총선 출마 안 하면 독일에 가서 '연정' 공부할 것"

또한 정 의장은 '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초·재선 때는 소선구제로 인한 양당구도나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우리에게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3선 이후에는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정 의장은 "51% 대 49%에서 51%가 다 먹기 때문에 49%가 가만 있을 수 없다"라며 "이러한 극단적인 정치구조를 없애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장은 "국민들의 의사가 가능한 100% 국회에 수렴될 수 있도록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원내교섭단체 기준을 20석에서 10석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를 제안했다. 

정 의장은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원내교섭단체 기준을 20석으로 유지하는 한 소수정당들이 살아남을 길이 없다"라며 "내년 선거 때 3~5개의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가 됐으면 좋겠고, 10석 이상 얻으면 원내교섭단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정 의장은 "독일식 연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고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독일에 가서 연정을 공부하고 싶다"라고 '또다른 퇴임 후 꿈'을 내비쳤다.

정 의장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 연말쯤 출마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정 의장은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에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박관용 의장이 제안하고 김형오 의장이 지켰는데 일본에서는 수상을 지낸 뒤에도 의원으로 활동한다"라며 "그렇듯 의장을 지낸 사람이 계속 의원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국회에 무게감을 줄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초·재선이 지나치게 많은데 이런 부분은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24일 세종포럼의 정의화 국회의장 초청강연. ⓒ 구영식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되도록 최선... 보훈처장 만난다"

지난해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권고했던 정 의장은 '현역의원 청와대 정무특보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판단하기 어렵다, 개인의견을 얘기할 수는 없다"라며 "(겸직) 신고가 들어와 자문위에 의견을 구해놨는데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곤혹스럽다"라고 토로한 뒤 "국회의원이 한 정부 수장의 보좌관 역할을 한다는 것은 3권분립 체제에서 어패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을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하는 것은 3권분립 체제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어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최근 '님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을 사실상 반대한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의장으로서 국회에서 통과시킨 결의안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할 거냐는 별개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을 잊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말씀하실 리 없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설명드려서 대통령도 국회의장이 이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암튼 올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이다"라며 "조만간 보훈처장을 만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의장실에서 나누는 대화 다 기록하고 있어"

한편 대권 도전의 꿈을 묻는 질문에 정 의장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보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라며 "제 여생을 북한에 뇌수술이 가능한 정도의 병원을 세우는 일에 보낼 생각이다"라고 답변했다.

특히 정 의장은 의장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등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고 전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 방 구석에 여성 직원이 한 명 있는데 그 직원이 타이핑하고 녹음한다"라며 "사적 만남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록에 남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제가 해외에서 한 발언들도 다 기록하고 있다"라며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에 백서를 만들 생각이다, 그것이 내가 국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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