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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이 지저분하다고 갈대밭에 불 지르래요"

[현장] 공주시, 일반보존지구 금강 미르섬 갈대 자르고 불 질러

등록|2015.03.26 21:16 수정|2015.03.26 21:37

▲ 충남 공주시가 금강교(등록문화제 제232호) 교각 밑 갈대밭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 김종술


충남 공주시가 금강교 밑 미르섬의 갈대를 가르고 불을 놓았다. 시민들은 이를 화재로 착각해 119에 신고했고, 소방차까지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6일 공산성(사적 제12호) 건너편 금강교(등록문화제 제232호) 교각 밑 갈대숲이 불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오후 4시 30분경. 시뻘건 불길이 갈대밭에 타오르면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찌르면서 작업자로 보이는 인부들이 불길이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둔치공원에는 운동객이, 강변에는 10여 명이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사이렌을 올리며 달려왔던 소방차는 되돌아갔다. 불길 사이로 예초기로 갈대를 베고 있는 작업자도 눈에 띄었다. 잿가루가 날리는 현장에 다가가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가 타는 냄새로 숨쉬기 힘들다.

▲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제12호) 앞 미르섬이 불을 놓으면서 까맣게 타버렸다. ⓒ 김종술


현장에 있던 공주시 담당자는 "시장님이 지저분하고 보기 싫다고 불을 놓으라고 했다. 트랙터를 이용하여 갈아엎으려고 했는데 둔치 구간이 울퉁불퉁해서 장비가 들어오면 고장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인력으로 (갈대를) 자르고 불을 놓고 있다"며 "이 상태에서는 갈대 뿌리 때문에 꽃도 심지 못한다. 국토부에서는 그냥 놔두라고 했는데 시민들이 지저분하다고 하니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 담당자는 "관리 주체가 공주시로, 불을 지르지 말라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주시는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일반보존지구인 이곳을 친수거점지구(개발가능)로 변경을 요청한 상태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팀장은 "일반보존지구는 보존가치가 높은 곳으로 더 이상 개발을 지양하고 현 상태에서 유지 및 최소한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관리방안이 나와 있는데, 보기 싫다는 이유로 불을 놓는 행위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말살하는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 충남 공주시가 금강교(등록문화제 제232호) 교각 밑 갈대밭에 불을 놓고 있다. ⓒ 김종술


한편, 이곳은 2010년 4대강 사업 당시 공주시 의원들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준설을 요구한 곳이다. 하지만 자연생태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주장으로 보존됐다. 육지와 단절되어 있던 이곳은 4대강 사업으로 다리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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