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활동 단체사진.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모두 한 번쯤은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봉사활동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힘들겠지만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욕구와 정말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직접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한번 쯤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찾아다니는 학생들, 과연 해외 봉사활동이 여러분의 생각처럼 일상과는 거리가 멀기만 할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1일까지, YMCA 청소년 해외 봉사학교 1기로 10박 11일 동안 방글라데시 등지에 봉사활동을 갔다 왔다. 그 이야기를 잠깐 소개해 볼까 한다.
당시 나는 불규칙적이고도 바쁜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누구나처럼 쉼 없이 밀리는 학원 숙제,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압박감 등에 짓눌려 왔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안내장을 통해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화장실 5개 짓기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 화장실을 만드는 작업 모습.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 화장실을 만드는 모습.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결핍에서 얻은 깨달음
방글라데시 입국 후,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결핍'을 겪었다. 호스트 가정에서 머물 때, 수도꼭지가 고장 나 물을 양동이에 직접 길어 와야 했고 전기도 부족해 하루에 1번은 기본으로 정전되었다. 그래서 전자 기기를 사용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물을 아끼기 위해 샤워 시간도 15분에서 10분으로 줄여야 했다.
아마도 한국에서 이 상황을 겪었다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부모님께 짜증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는 그게 일상이었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누렸던 것이 그곳에선 너무나 특별한 것이었다.
가난한 나라라서 제대로 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우리는 너무 과도하게 누리고 풍요로운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결핍 가득한 환경과 그로 인한 생활의 경험 덕분에 적어도 자원을 소중히 아껴 쓰는 습관을 배울 수 있었다.
현지인들과 함께한 화장실 짓기, 작은 운동회
방글라데시의 환경에 적응할 때 즈음, 간이 화장실 짓기를 시작했다. 먼저 1.5m짜리 구덩이를 팠는데, 대형 콘크리트 링 6개를 넣을 자리였다. 그리고는 이웃 마을로 가서 수레로 콘크리트 링 2개를 운반하는 작업을 했다. 구덩이를 파는 것도 계속 물이 차올라 힘들었지만, 링 운반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콘크리트 링이 크고 무겁기도 하지만 옮기는 길마저도 협소하고 좋질 않아 수레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양쪽에서 잡아주어야 했다. 그 덕에 정말 이틀간 허리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링 6개를 채우고 나서는 링 위쪽에 콘크리트를 발랐고, 굳기를 기다려 변기 모양 틀을 찍고 발 받침도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가림막 4개를 은색 페인트로 칠한 후 묶어서 설치하는 것으로 공사를 마쳤다.
그렇게 이틀만의 노력 끝에 화장실 5개가 완성되었다. 화장실이 없어 위생적으로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여성주민들이 늦은 밤까지 볼일을 보지 못하고 참아야만 했던 고충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현지인들과 웃으며 땀 흘리고 함께한 것도 너무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 모습에 아무리 힘들어도 봉사를 할 수 있는 이유를 느끼게 했다.
화장실을 짓고 난 다음 날에는 그 지역의 다하파라의 학교에 찾아가 교과서를 배부하고 작은 운동회를 열었다. 처음에는 실수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현지 아이들이 지시대로 잘 따라 주는 것을 보고는 금세 친해졌다.
아이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가 하면 축구, 배구의 기본 동작들도 가르쳐 주기도 했다. 평소에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아이들 특유의 친밀함에 나이, 국적 불문하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었다.
▲ 아이들과 함게 하는 모습. ⓒ 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말이 안 통해도 현지의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스스럼없이 어울려 주었고 하나같이 배려심 많고 친절했다. 봉사활동이라기보다 방학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특권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돌아가면 배웠던 자원 아껴 쓰기, 말과 행동의 중요성, 리더십, 휴식의 미덕 등을 하나하나 실천하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축 처져있지 않고 한결 생기발랄해진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다. 지난 해외 봉사활동의 경험이 일상의 소중함,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행복을 깨닫게 했다. 아마도 나의 생활과 앞으로의 진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듯하다.
보통 학생들이 방학을 맞으면 대부분 '학원 순례'를 하거나 독서실에 다니며 공부에 전념한다. 그것이 지금의 성적을 향상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에서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할지 모른다.
해외봉사활동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인 것 같다. 학생들이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해외봉사활동을 접할 수 있게 교육과정의 한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김의진(경해여자고등학교 1)기자]
덧붙이는 글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