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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경남지역 학부모들, 홍준표 그림자 시위 벌인다

학부모 반발 계속 이어져... 급식비 1인당 최대 7만 원 납부 예정

등록|2015.03.29 11:49 수정|2015.03.30 11:12

▲ 경남 통영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3월 27일 저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 한점순


"서울 강남도 무상급식하는데, 경남만 왜 안 된다는 거냐. 경남 학부모·학생들만 잔인한 4월이 되겠네."

지난 27일 오후 경남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열린 '무상급식 지키기 촛불집회'에 나온 한 학부모의 말이다. 4월 1일부터 이 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고 유상급식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학부모.학생들이 뿔이 났다.

지난해까지 경남은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예산을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18개 시·군청이 분담해 왔다. 그런데 홍준표 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올해부터 관련 예산 지원을 끊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만 지자체가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오는 4월 1일부터 '무상급식 중단'하고 유상급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경남지역 전체 초·중·고등학생 41만명 가운데, 그동안 읍·면지역 초·중·고생과 동지역 초등학생까지 총 28만명이 무상급식 대상이었고, 동지역 중고등학생은 급식비를 내왔다.

국가 재정으로 지원되는 특수학교와 저소득층자녀인 6만여명은 그대로 무상급식이 되지만, 나머지 22만명(읍면지역 초·중·고교, 동지역 초교)은 그동안 급식비를 내지 않다가 오는 4월 1일부터 내야 한다.

지금까지 무상급식 지원을 받은 학생을 지역별로 보면, 창원시가 6만1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해시 3만355명, 양산시 2만2973명, 진주시 1만8923명, 거제시 1만8342명, 통영시 9417명, 사천시 8973명 등이었다.

학부모들은 4월부터 매월 자녀 1인당 4~7만 원(우윳값 포함) 안팎의 급식비를 내야 한다. 이미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장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무상급식 중단 안내'를 했고, 최근 학교마다 학부모들한테 '급식비 납부 안내문'을 보냈다.

등교거부, 촛불집회, 1인시위 등 학부모 활동 다양

학부모들이 뿔이 났다. 학부모․학생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반발이 크다. 무상급식 정상화를 내걸고 등교거부하기도 하고, 촛불집회, 1인시위 등 다양한 활동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동 화개면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27일 등교를 거부하고 학부모들과 함께 거리행진했다. 쌍계초 김종관 학교운영위원장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거부를 하고, 그래도 무상급식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1주일 내내 등교거부 등 다양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도 열렸다. 통영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7일 저녁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학부모들은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 등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6일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톡톡수다방'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새누리당 소속 한 시의원이 참석해 엄마들만 뿔난 게 아니라 아빠들도 뿔났다고 했으며, 다른 참석자는 새누리당 당원이 엄마들을 지지하고 힘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며 "무상급식 중단은 여야를 떠나 반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천, 고성, 김해, 진주, 함안, 밀양, 남해, 거제, 창원, 거창, 함양 등 곳곳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정상화' 등을 내걸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다양한 학부모 모임을 갖고 있다. 29일 진주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도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정상화 선전전'을 벌였다.

▲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오는 4월 1일부터 중단되는 가운데, 함안의 한 학교는 학부모들한테 '급식비 납부 통지서'를 보냈다. ⓒ 경남운동본부


급식비 납부 통지서를 받은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두 아이를 키우는 양아무개(거제)씨는 "며칠 전 학교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는데 1인당 우유값을 포함해 6만7000원을 내라고 하더라, 아이가 둘이니까 13만 원 넘게 내야 한다"며 걱정했다.

전교생 40여명인 함안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는 "4월 학부모 납부 급식비 통지서를 받았는데, 우유급식 학생은 7만3460원이었고 우유미급식학생은 6만6150원이었다"며 "하루 식품비 단가표를 보니 군청을 포함한 지원비가 없어 모두 학부모 부담금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저항과 관련한 의견을 표출하거나 정보를 나누고 있다. 특히 양산과 통영지역 학부모들은 SNS에 밴드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양산지역 '무상급식 지키기 집중행동 밴드모임'에는 학부모 1900여명이 가입해 있다.

한 학부모는 "다른 지역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는데 왜 경남만 되지 않는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며 "학부모들 사이에 경남에서는 아이를 낳지 말고, 경남으로 이사 오지 말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30일 아침 '홍준표 지사 그림자 시위'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홍준표 지사에 대한 '규탄 그림자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홍 지사는 1주일간 미국·멕시코 출장을 마치고 30일 출근할 예정인데, 학부모들은 이날 아침부터 경남도청 일대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경부터 도지사 관사 앞과 경남도청 정문·동문·서문 앞에서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경남운동본부는 "미국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 지사의 귀국 후 첫 출근에 맞추어 규탄 그림자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남운동본부와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미국 골프 논란과 무상급식·공공의료 파탄 낸 홍준표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또 경남운동본부는 31일 오전 11시 창원시교육청 세미나실에서 '경남 무상급식 실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연다. 진헌극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가 '무상급식 운동방향과 방안'에 대해 발제하고, 김지수 경남도의원과 김희곤 경남도교육청 교육복지과장, 석영철 전 경남도의원이 토론한다. 또 경남운동본부는 점심식사 뒤 '학부모 토론회'를 연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 국민연대는 4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새누리당사 앞에서 '밥상머리 받은 설움 평생 간다, 가난 인증 차별급식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급식예산 전용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시군은?

▲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연 뒤 학교까지 거리행진했다. ⓒ 윤성효


학교 무상급식 지원을 끊은 홍준표 지사와 시장군수들은 그 예산을 전용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쓴다. 경남도·시·군비 643억원을 이 사업에 쓸 예정인데, 경남도는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3일까지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2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실제소득 250만원 정도) 가정의 초중고생 서민자녀를 대상으로 학력향상과 교육경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경남도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는 지난 19일 경남도의회를 통과했지만, 18개 시·군청(의회)에서는 제정 추진 중이다.

김해시의회는 지난 26일까지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김해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3~4월 사이 시군의회마다 임시회를 열어 이 조례안을 다룰 예정인데, 학부모들은 이 조례안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소속 시·군의원들도 이 조례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지역 학부모들은 시군의회 의장단 면담을 갖고, 조례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성복 거창군의회 의장은 지난 25일 학부모대표들과 가진 면담에서 "무상급식 문제로 논란이 되는 현실에서 다음 임시회에서 조례와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여러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수의 군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가겠다"고 밝혔다.

밀양 등 일부 지역 학부모들은 해당 시군의회에서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자 '조례 상정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반대 의견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읍·면·동사무소에서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 마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신청 대상 가구의 집에 전화를 걸거나 아파트 단지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양산 한 학부모는 "주말 대낮에 공무원들이 집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라 하고, 아파트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하급 공무원들이 주말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과잉행정'이다"고 말했다.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제정되기도 전에 읍면동사무소에서 신청을 받는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영남 인제대 법대 교수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보면 중복 여부 등에 대해 반드시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절차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이번 조례의 경우 위법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번 교육지원조례안처럼 시․도 등 지자체가 특정 계층의 자녀에게 지원금을 직접 교부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례 제정은 지방자치의 가치 훼손과 기초의회의 입법권 침해이며, 교육자치 훼손이다"고 지적했다. 경남운동본부는 이 조례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재의 요구'를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 '조례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지난 2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났던 홍 지사는 "경남의 경우 18개 시군 가운데 9개 군은 올해부터 재정자립도가 10% 이하로 떨어져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라며 "규정상 올해부터 이 9개군은 무상급식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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