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녀지원 신청 받아와라" 경남 공무원 할당까지?
신청기한 무기한 연장 결정... 공무원노조 "일선 공무원 독려, 호응 못 얻어"
▲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2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아이들 밥을 이야기하는데 종북이 웬말이냐, 우리는 엄마다 도지사는 사과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도시군비 총 643억 원)을 전용해 사용하는 경남도·시·군청의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시·군청에서는 공무원한테 현지 출장을 보내 신청을 받아오라 하고, 또 모든 부서의 1/3 이상을 이 업무에 투입한 뒤 '1인당 5명 이상 신청접수'를 당부하기도 해 과잉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겠다'며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서민자녀의 학력향상과 교육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교육방송 교재비와 수강료 지원' '학습캠프 운영' '대학생 멘토링 사업' '보충학습 수강권 지원' 등이다.
지원 대상은 최저생계비 250% 이하 가정(4인 가구 기준 월 실제소득액 250만 원)의 자녀들이다. 당초 경남도청은 3월 16일부터 4월 3일까지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신청받기로 했다. 경남지역 전체 초중고생은 41만 명인데, 경남도청은 10만 명 정도(24%)를 수혜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을 하려면 갖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첨부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파산신청 수준'이라 한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가난 증명 신청'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경남도 조례는 지난 3월 19일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됐고, 경남도청은 4월 2일 공포했다. 하지만 18개 시군의회는 아직 이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으며, 4~5월 사이 다룰 예정이다. 김해시의회는 지난 3월 말 임시회에서 조례안 보류를 결정했다.
10만명 예상에 마감 이틀 전까지 4만4000명 신청... '무기한 연장'
▲ 홍준표 경남지사가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4월 3일까지 신청 마감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시청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읍면 행정지원 협조' 독려하고 있다. ⓒ 윤성효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2일 경남도청이 낸 보도자료에 의하면, 마감 이틀 전인 1일까지 4만4000명이 신청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하루 7000~8000명이 신청하고 있다"며 "날짜가 지나면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남도청은 신청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경남도청은 3일까지만 접수하기로 했는데 계속해서 받기로 한 것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계속 신청이 들어오고 있어 기한 없이 계속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에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에 문전성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호응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당초 경남도는 접수하기 시작하면 문전성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받아보니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당초 마감을 이틀 앞두고 수혜 대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청과 시군청의 간부들이 일선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시군청에서는 지난 주부터 모든 부서의 직원 1/3 이상을 읍면동사무소로 출장을 보내 학부모 설득과 신청을 받도록 했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또 공무원 1인당 학부모 5명 이상 신청 접수를 당부해, 신청량을 사실상 '할당'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공무원 가정방문에 학부모들은 '가난 드러내라는 건가' 꺼려"
▲ 홍준표 경남지사가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4월 3일까지 신청 마감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시청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지 출장 협조' 자료를 만들어 독려하고 있다. ⓒ 윤성효
한 시청에서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신청 접수 관련 본청 실과장의 담당 읍면 지원으로 4월 3일까지 최대 접수 실적을 거양하고자 함"이라는 내부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또 다른 시청에서는 읍면별로 작성된 리스트에 의거해 마을로 직접 공무원을 보내 접수하도록 했으며, 관내 초중고교 교장을 면담해 학생들에게 신청서를 전달하도록 했다.
또 다른 시청에서는 경남도교육청과 시군교육지원청을 거치지 않고 개별 학교에 업무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공문을 받은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한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 관계자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경남도에서 부단체장한테 압력을 넣어 1등부터 18등까지 접수 실적을 따져 독려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4월 3일까지 집중접수 기간 동안 어느 정도 실적을 내기 위해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있고, 접수수치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한테도 신청하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공무원들이 가정방문 하거나 전화를 걸면 학부모들은 짜증부터 낸다, 그래서 이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려고 한다고 하면 학부모들은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아 꺼리는 분위기"라며 "그런 일이 많다보니 공무원도 기분이 나쁘고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청 관계자는 "부단체장을 독려한다거나 접수건수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을 신청하라고 한다는 말은 처음 듣고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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