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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천 살리면 오산의 부가가치, 동탄 넘어설 것"

[인터뷰 ②] 곽상욱 오산시장

등록|2015.04.03 11:30 수정|2015.04.03 11:30

▲ 곽상욱 오산시장 ⓒ 김중구


- 오산천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산의 세느강'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는데요?
"오산천 장기발전 계획을 딱 세팅해놨어요. (시장실)어항에 있는 물고기들이 전부 오산천에서 잡은 겁니다."

곽 시장은 시장실 한쪽 벽에 오산천 지도를 붙여 놨다. 지도에는 오산천 살리기와 관련된 세부계획이 다 들어가 있다. 곽 시장은 매일 그것을 보면서 오산천 살리기 계획을 점검하고,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지도 아래에는 커다란 수족관이 놓여 있다. 피라미부터 붕어, 잉어, 버들치 등이 들어가 있는데, 오산천에 사는 것들이다.

"오산천을 전국 최고의 하천으로 만들면 오산의 부가가치는 동탄이 아무리 떠도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곽 시장의 표현을 빌자면 오산천은 한강 빼고는 유일하게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주목받고 있단다. 그래서 1997년, 정부에서 시범하천으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했다. 당시 곽 시장은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했다.

- 왜?
"토목공사를 하니 그렇죠. 생태하천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멘트를 바르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갖다놓으니... 어도를 만들었는데, 그게 엄청 높아요. 그 어도를 (물고기가)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나요? 오산시청에 와서 안 된다고 얘기를 하니 씨도 안 먹혔어요."

2010년, 민선 5기 시장이 된 곽 시장은 죽어가는 오산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산천 살리기 ABC 프로젝트 5개년 계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곽 시장이 재선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시즌 2를 계획할 수 있게 된다.

기흥저수지 1급수 안되면 오산천은 절대 1급수 될 수 없다고 결론

오산천 살리기는 수질 회복과 수변 정화에 목표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산천의 수질을 1등급으로 만든다는 게 곽 시장의 최종목표다. 오산천에서 뻗어나간 3개의 지류는 1급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오산천이다.

"오산천 원류가 기흥저수지거든요. 용인시민들이 사용한 더러운 물들이 그대로 저수지로 들어가고 있어요. 저수지 수문을 닫아놓으면 문제가 없는데, 문만 열었다 하면 오산천이... 그 때부터 우리의 근심이 커지는 거죠. 냄새 나는 5급수가 쏟아져 들어오면 오산천이 어떻게 되겠어요?"

곽 시장은 기흥저수지가 1급수가 되지 않으면 오산천은 절대로 1급수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게 사실이므로. 곽 시장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인근 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을 불러 모아 오산천을 살리자고 호소하면서 네크워크를 만들었다. 오산천이 오산에만 있는 게 아니라 수원, 용인, 평택까지 이어지고 있어 오산시만 수질개선 노력을 한다고 물이 맑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곽상욱 오산시장 ⓒ 김중구


"도심의 소중한 저수지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를 잘해야 한다, 특별관리 저수지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법안이 필요하니 법안을 만들어야 한대요. 용인의 김민기 국회의원이 나서 주셨죠. 작년 연말에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저한테는 그게 제일 기쁜 소식이었어요."

곽 시장은 "수질이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수변 정화 역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산천 주변에 물억새 100만 그루를 식재했다. 순천만 물억새였다. 여기에 사연이 숨어 있다.

곽 시장은 순천시에 자매결연을 해달라고 '애원'했단다. 순천만을 벤치마킹하고 싶었다. 한데 순천시와 자매시가 되려는 자치단체가 너무 많았다. 순천시 인기가 하늘을 찌른 것은 순천시가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물억새가 관광자원이 되고 있으니 당연했다. 당시 순천시장은 곽 시장을 바쁘다면서 만나주지도 않았다나. 조충훈 시장이 순천시장이 된 뒤에야 오산시는 자매시가 될 수 있었다.

"순천시에서 공법을 배워 물억새 100만 그루를 심었는데 다 잘 자란 거예요. 성공한 거죠. 억새 끝에 술이라고 해야 하나, 꽃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100만 그루가 찰랑거리면 아주 죽여줘요. 정말 예뻐요."

야생화 단지, 꽃길,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면 오산천은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곽 시장의 설명이다. 수원시민들이 오산천을 구경하러 온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목표를 삼았다는 곽 시장.

"오산천이 살아야 오산이 삽니다."

오산 면적은 42.73㎢, 인구는 20만7천 명이다. 곽 시장은 "지방자치의 규모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1989년, 시로 승격한 오산은 지금까지 26년 동안 도시가 갖출 수 있는 인프라를 거의 다 갖췄다는 게 곽 시장의 설명이다.

"인구가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적당한 인구가 주어진 여건에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고 복지가 잘 되어 있고, 주거가 안정된다면 그게 좋은 도시가 아니겠어요?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오산은 30대~40대 인구가 많은 젊은 도시입니다. 오산 시민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가요?
"도시가 젊다는 것은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것이죠. 이유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거라고 봅니다. 그들이 활기차게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행복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필요하겠죠. 교육, 보육, 복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집중해야 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잘 풀어야한다고 생각해요."

▲ 곽상욱 오산시장 ⓒ 김중구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 아빠가 많은 도시가 오산이다. 오산시의 평균나이가 33.8세라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것인가를 곽 시장은 고민했다. 늦둥이를 키우는 시장은 젊은 엄마, 아빠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출 수 있다.

특히 보육과 관련해서 곽 시장은 자랑할 게 많다. 오산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30개나 된다. 인구 20만 명에 30이라는 숫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전국 평균 국공립시설 입소 비율은 11%, 경기도는 9.6%에 불과한데 오산시는 21.7%다.

그렇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젊은 엄마들은 "시장님, 국·공립 어린이집 더 많이 지어주세요"라고 요구한다.

- 시장님이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잖아요. 정조가 울타리 밖으로 나온 곳이 융건릉, 독산성입니다. 독산성은 백제시대부터 전략적 군요충지였습니다. 독산성을 복원해서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설계비는 문화재청에서 받았어요. 그걸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한국전쟁 유엔군 첫 참전' 오산 전투의 역사 복원하고 싶었다

곽 시장이 독산성을 복원하고자 하는 계획 밑바탕에는 오산시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곽 시장은 '유엔 초전 기념관'을 건립했다. 유엔군이 한국전쟁에 처음 참전해 전투를 벌인 곳에 '유엔 초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 기념관을 세운 것이다.

오산 중미령에서 북한군과 맞닥뜨린 유엔군 스미스 부대원은 546명이었다. 이 가운데 181명이 전사했다. 패전으로 기록된 전투였지만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곽 시장은 그 역사를 복원하고 싶었고, 실행에 옮겼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지만 미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아요. 그 사람들, 판문점에 엄청나게 갑니다. 거기 갔다 오면 갈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초전 기념관을 관광명소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개관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7만여 명이 다녀갔어요."

오산시는 기념관에서 더 나아가 자유수호의 상징인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 역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곽 시장은 "꼭 해내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

곽 시장은 "오산시가 청렴도 전국 1위 도시로 연속해서 상을 받았을 때, 기흥 저수지가 관리저수지가 된다는 법안이 통과됐을 때 정말 기뻤다"면서 "절절한 바람이 이뤄져 너무 좋았다, 그런 절절함이 없으면 시장하면 안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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