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쓰는 모습 고스란히 생중계...이곳이 경찰서라니
[판결 대 판결 17] 유치장 화장실 사건 vs. 브레지어 탈의 사건
혹시 경찰서 유치장에 가 본 적이 있는가. 내 경험으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일반인들에게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바로 경찰서 유치장이다. 만일 죄를 저질렀거나 의심을 받는 상태라면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의자로 유치장에 갇히면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도 괜찮은 걸까.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피의자의 도주나 자해를 막기 위해 수치심 정도는 감수해야 할까.
경찰서 유치장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이름을 붙이자면 ①유치장 내 가림막 없는 화장실 사건 ②브래지어 탈의사건이다. 이 사건을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어떻게 결론 내렸는지 들여다보자.
[헌재결정] 유치장 내 화장실 사건
송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는 2000년 6월 집회를 하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두 여성이 도착한 곳은 A경찰서였다. 그날 오전 9시부터 다다음날 새벽까지 40여 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유치장에 갇힌 두 사람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풀려났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수치스런 경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바로 화장실 때문이었다.
유치장은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경찰들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고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유치장에 갇힌 이들은 일반 화장실 대신 유치장 안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여성 유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A경찰서는 더욱 민망한 수준이었다. 일단, 칸막이가 있긴 했지만 신체의 아래 절반 부분만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낮았다. 이 때문에 용변을 보면서 옷을 내리거나 입는 과정에서 허벅지 등 신체 일부가 노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환기시설이 없고 뚫려 있어서 누군가 용변을 볼 때 소리와 냄새가 고스란히 유치장 안에 퍼졌다. 이런 수치스런 상황 때문에 송씨와 김씨는 화장실 가는 일이 두려웠다. 두 사람은 나중엔 아예 물과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나자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두 여성이 헌법재판소를 찾은 까닭은?
두 여성은 용기를 내어 헌법재판소(헌재)를 찾았다. 유치장에 갇힌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 은밀한 화장실 사용까지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였다. 좀 더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당했으니 위헌을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로써 경찰서 유치장이 헌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다.
유치장은 어떤 곳일까.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되거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판결을 받은 자를 수용하기 위하여 각 경찰서에 설치된 시설이다. 유치장에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도 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고 하루 이틀 정도 머물다가 나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을 교도소 재소자처럼 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화장실에 대해 A경찰서 쪽은 '유치인의 감시와 사고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자살·자해 방지, 환자의 신속한 발견과 같은 감시, 보호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과연 화장실 반쪽 칸막이는 사고방지와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나.
헌재는 "미결수용자들은 구금의 목적의 달성을 위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죄가 추정되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구금의 목적인 도망, 증거인멸의 방지와 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헌재는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미결수용자들에게는 통제의 효율성에만 비중이 두어져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신체 노출되는 유치장 화장실 사용 강제는 인격권 침해"
헌재는 ▲유치장에 감시용 카메라가 4대 설치되어 있었고 ▲유치장 외부 화장실 사용이 불허된 점 ▲화장실 2개면은 높이가 약 74~76㎝인 차폐벽으로 가려져 있으나 윗부분은 개방된 구조여서 소리와 냄새가 유출될 수 있고, 신체 일부가 보일 수도 있었던 점 등을 보면 기본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았다.
헌재는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에만 치중하여 지나치게 열악한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모든 유치인들에게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구금 목적(도망, 증거인멸 방지)과 시설 내 규율 및 안전유지를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안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두 여성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평범한 성인인 청구인들로서는 내밀한 신체부위가 노출될 수 있고 역겨운 냄새, 소리 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용변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으므로 그때마다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고 나아가 생리적 욕구까지도 억제해야만 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나아가 함께 수용되어 있던 다른 유치인들로서도 누군가가 용변을 볼 때마다 불쾌감과 역겨움을 감내하고 이를 지켜보면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헌재는 "감시가 필요하더라도 덜 개방적인 구조의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예를 들어 칸막이 위쪽에 반투명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칸막이를 설치하면 독립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헌재는 유치장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A경찰서장의 행위는 "헌법 제10조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을 확인했다.
그 후 A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은 시설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일부 경찰서의 유치장내 개방형 화장실이 있어서 밀폐형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판결] 유치장내 브래지어 탈의 사건
두 번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사건이다.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2008년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참 열리고 있을 때였다. 김아무개씨를 포함한 여성 4명은 서울 종로에서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김씨 등을 유치장으로 입감하면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여자경찰관은 김씨 등에게 브래지어가 위험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탈의를 요구했고 이들은 브래지어를 벗어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2008년 김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당시 인권위는 "브래지어 탈의 요구시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탈의한 후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정작 탈의조치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경찰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반발했고, 2011년 김씨 등은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서 "브래지어는 위험 물질" 유치장서 탈의 요구
재판에서 경찰은 적법한 조치라고 맞섰다. 브래지어 탈의 조치는 당사자 동의를 받아 이루졌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근거로 제시한 규정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이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를 유치함에 있어 유치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고, 유치장 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치인의 신체, 의복, 소지품 및 유치실을 검사하고, 유치인의 소지품을 출감시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또한 "피의자가 수사상 또는 유치장의 보안상 지장이 있는 물건(위험물)을 소지하고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을 유치기간 중 보관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당시 규정에는 위험물로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이라고 되어 있는데, 브래지어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또다시 '경찰업무편람(유치장 사고 및 피의자 도주사고 방지)'을 근거로 "브래지어도 끈이나 철제와이어, 매듭쇠 등이 자살 또는 자해 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위험성을 설명하고 제출받아 보관"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법에서 유치장에 수용되는 피체포자 신체검사를 허용하는 것은 유치의 목적을 달성하고, 수용자의 자살, 자해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 비추어 신체검사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또한 수용자의 명예나 수치심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한 상당한 방법으로 행하여져야만 한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따른 처분이라고 하여 당연히 적법한 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래지어를 자살 도구로 보고 있는 '경찰업무편람' 역시 법규명령으로 볼 수 없었다. 경찰이 내부규정에 따랐다고 해서 반드시 적법절차를 준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 "과잉금지 원칙 위반...위자료 지급하라"
유치장의 신체검사는 통상 옷을 입고 간이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죄질이 무겁거나 자해우려가 있는 유치인들만 속옷을 탈의하는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법원은 "브래지어를 위험물로 보고 언제든지 제출하도록 한 후 보관할 수 있게 한다면 신체검사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불필요한 수치심을 주지 않으려는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은 ▲교도소에서도 1인당 3개까지 브래지어 소지가 허용되는데 경찰서 유치장만 달리 처우할 이유가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브래지어 자살 사례가 없었던 점 ▲브래지어 자살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자살예방을 위해 피해가 덜 가는 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탈의를 요구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브래지어 탈의조치가 자살 예방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명예나 수치심을 포함한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살의 징후가 포착되었는지 여부와 원고들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즉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조치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따라서 "이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김씨 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에게 1인당 15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는 이 판결에 계속 불복,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계속돼온 공권력 행사를 불법으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3년 5월 "위법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고 그동안 그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고 하여 그 공권력 행사가 적법하다거나 정당한 것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난 뒤에도 일부 경찰서에서 유치장 입감시 자살방지 등을 내세우며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우리 사회엔 법원 판결보다 공무원들의 인권 의식이 더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피의자로 유치장에 갇히면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도 괜찮은 걸까.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피의자의 도주나 자해를 막기 위해 수치심 정도는 감수해야 할까.
경찰서 유치장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이름을 붙이자면 ①유치장 내 가림막 없는 화장실 사건 ②브래지어 탈의사건이다. 이 사건을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어떻게 결론 내렸는지 들여다보자.
[헌재결정] 유치장 내 화장실 사건
▲ 한 경찰서 유치장의 모습 ⓒ 연합뉴스
송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는 2000년 6월 집회를 하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두 여성이 도착한 곳은 A경찰서였다. 그날 오전 9시부터 다다음날 새벽까지 40여 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유치장에 갇힌 두 사람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풀려났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수치스런 경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바로 화장실 때문이었다.
유치장은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경찰들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고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유치장에 갇힌 이들은 일반 화장실 대신 유치장 안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여성 유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A경찰서는 더욱 민망한 수준이었다. 일단, 칸막이가 있긴 했지만 신체의 아래 절반 부분만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낮았다. 이 때문에 용변을 보면서 옷을 내리거나 입는 과정에서 허벅지 등 신체 일부가 노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환기시설이 없고 뚫려 있어서 누군가 용변을 볼 때 소리와 냄새가 고스란히 유치장 안에 퍼졌다. 이런 수치스런 상황 때문에 송씨와 김씨는 화장실 가는 일이 두려웠다. 두 사람은 나중엔 아예 물과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나자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두 여성이 헌법재판소를 찾은 까닭은?
두 여성은 용기를 내어 헌법재판소(헌재)를 찾았다. 유치장에 갇힌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 은밀한 화장실 사용까지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였다. 좀 더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당했으니 위헌을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로써 경찰서 유치장이 헌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다.
유치장은 어떤 곳일까.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되거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판결을 받은 자를 수용하기 위하여 각 경찰서에 설치된 시설이다. 유치장에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도 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고 하루 이틀 정도 머물다가 나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을 교도소 재소자처럼 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화장실에 대해 A경찰서 쪽은 '유치인의 감시와 사고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자살·자해 방지, 환자의 신속한 발견과 같은 감시, 보호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다. 과연 화장실 반쪽 칸막이는 사고방지와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나.
헌재는 "미결수용자들은 구금의 목적의 달성을 위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무죄가 추정되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구금의 목적인 도망, 증거인멸의 방지와 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헌재는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미결수용자들에게는 통제의 효율성에만 비중이 두어져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신체 노출되는 유치장 화장실 사용 강제는 인격권 침해"
헌재는 ▲유치장에 감시용 카메라가 4대 설치되어 있었고 ▲유치장 외부 화장실 사용이 불허된 점 ▲화장실 2개면은 높이가 약 74~76㎝인 차폐벽으로 가려져 있으나 윗부분은 개방된 구조여서 소리와 냄새가 유출될 수 있고, 신체 일부가 보일 수도 있었던 점 등을 보면 기본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았다.
헌재는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에만 치중하여 지나치게 열악한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모든 유치인들에게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구금 목적(도망, 증거인멸 방지)과 시설 내 규율 및 안전유지를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안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두 여성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평범한 성인인 청구인들로서는 내밀한 신체부위가 노출될 수 있고 역겨운 냄새, 소리 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용변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으므로 그때마다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고 나아가 생리적 욕구까지도 억제해야만 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나아가 함께 수용되어 있던 다른 유치인들로서도 누군가가 용변을 볼 때마다 불쾌감과 역겨움을 감내하고 이를 지켜보면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헌재는 "감시가 필요하더라도 덜 개방적인 구조의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예를 들어 칸막이 위쪽에 반투명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칸막이를 설치하면 독립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헌재는 유치장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강제한 A경찰서장의 행위는 "헌법 제10조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을 확인했다.
그 후 A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은 시설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일부 경찰서의 유치장내 개방형 화장실이 있어서 밀폐형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판결] 유치장내 브래지어 탈의 사건
두 번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사건이다.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2008년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한참 열리고 있을 때였다. 김아무개씨를 포함한 여성 4명은 서울 종로에서 시위에 참가하였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김씨 등을 유치장으로 입감하면서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여자경찰관은 김씨 등에게 브래지어가 위험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탈의를 요구했고 이들은 브래지어를 벗어 경찰에게 넘겨주었다.
2008년 김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당시 인권위는 "브래지어 탈의 요구시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탈의한 후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정작 탈의조치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경찰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반발했고, 2011년 김씨 등은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서 "브래지어는 위험 물질" 유치장서 탈의 요구
재판에서 경찰은 적법한 조치라고 맞섰다. 브래지어 탈의 조치는 당사자 동의를 받아 이루졌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근거로 제시한 규정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이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피의자를 유치함에 있어 유치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고, 유치장 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치인의 신체, 의복, 소지품 및 유치실을 검사하고, 유치인의 소지품을 출감시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또한 "피의자가 수사상 또는 유치장의 보안상 지장이 있는 물건(위험물)을 소지하고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을 유치기간 중 보관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당시 규정에는 위험물로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이라고 되어 있는데, 브래지어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또다시 '경찰업무편람(유치장 사고 및 피의자 도주사고 방지)'을 근거로 "브래지어도 끈이나 철제와이어, 매듭쇠 등이 자살 또는 자해 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위험성을 설명하고 제출받아 보관"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은 "법에서 유치장에 수용되는 피체포자 신체검사를 허용하는 것은 유치의 목적을 달성하고, 수용자의 자살, 자해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 비추어 신체검사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또한 수용자의 명예나 수치심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한 상당한 방법으로 행하여져야만 한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따른 처분이라고 하여 당연히 적법한 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래지어를 자살 도구로 보고 있는 '경찰업무편람' 역시 법규명령으로 볼 수 없었다. 경찰이 내부규정에 따랐다고 해서 반드시 적법절차를 준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 "과잉금지 원칙 위반...위자료 지급하라"
유치장의 신체검사는 통상 옷을 입고 간이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죄질이 무겁거나 자해우려가 있는 유치인들만 속옷을 탈의하는 신체검사를 실시했다. 법원은 "브래지어를 위험물로 보고 언제든지 제출하도록 한 후 보관할 수 있게 한다면 신체검사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불필요한 수치심을 주지 않으려는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은 ▲교도소에서도 1인당 3개까지 브래지어 소지가 허용되는데 경찰서 유치장만 달리 처우할 이유가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브래지어 자살 사례가 없었던 점 ▲브래지어 자살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자살예방을 위해 피해가 덜 가는 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탈의를 요구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브래지어 탈의조치가 자살 예방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명예나 수치심을 포함한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배려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자살의 징후가 포착되었는지 여부와 원고들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즉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조치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따라서 "이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김씨 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에게 1인당 15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는 이 판결에 계속 불복,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계속돼온 공권력 행사를 불법으로 몰아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3년 5월 "위법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고 그동안 그에 대한 이의가 없었다고 하여 그 공권력 행사가 적법하다거나 정당한 것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난 뒤에도 일부 경찰서에서 유치장 입감시 자살방지 등을 내세우며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우리 사회엔 법원 판결보다 공무원들의 인권 의식이 더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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