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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왜 제주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나

[주장] 제주 4·3항쟁 67주기를 맞이하면서

등록|2015.04.03 14:13 수정|2015.04.03 14:13

▲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의 실태를 알리는 동영상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오늘은 제주 4·3항쟁 67주기다.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지만, 임기 내내 불참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불참함으로써 현 정부가 여전히 제주 4·3항쟁을 불온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올해 67주기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 정권의 4·3항쟁에 대한 인식은 최근 검찰이 평화통일콘서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황선씨가 쓴 4·3항쟁 관련된 시를 '무장폭동을 찬양하는 시'라고 규정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 제주 4·3 평화공원 내에 있는 1948년 제주 4.3항쟁의 잔혹성을 형상화한 작품(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제주 4·3항쟁은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통해서, 단독정부수립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저항이었다. 그들의 저항이 올바른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후 분단된 조국과 분단 이후 남북한이 서로 갈등하며 살아온 질곡의 세월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과 그를 지지하는 미 군정은 제주도민들을 적으로 규명하여 수만 명이나 되는 제주도민을 무차별 학살함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만들어낸다.

국가에 의한 '제노사이드(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금도 제주도민들은 4·3항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꺼리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하에서 제주 4·3항쟁은 '반란'으로 치부되었다. 어찌 보면 해방 후 최초의 문민정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정권하에서도 4·3항쟁은 '반란'으로 치부되었다.

국가에 의한 무고한 민중들의 살해가 자행되었음에도 그 긴 세월 진상규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명예회복조차도 요원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 제주 4·3항쟁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 수만 명이 살해되었고, 초토화되어 사라진 마을들도 많다(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제주 4·3항쟁은 조금씩 진상규명의 가능성을 보이고, 제주 4·3 평화공원이 건립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항쟁 기념식에 참여하면서 이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이명박 정권은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제주 4·3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적이 없었으며, 박근혜 정권도 대통령이 된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제주 4·3항쟁 기념일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제주 4·3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4·3항쟁이 일어난 지 67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완전한 진상규명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외세의 힘을 빌려 자국민을 살해한 일들을 행한 이들의 행위를 이 나라가 용인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잊힌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 제주 4·3 평화공원 실내에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제주도민들이 무고하고 잔인하게 살해당했는지를 볼 수 있다(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4·3항쟁 67주년, 그 역사는 진상규명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왜곡되었고, 대대수 국민들은 4·3항쟁에 대해서 관심도 없다. 잊힌 역사이다. 그것이 어떻게 되풀이되었는가?

반공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유신독재시대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1980년 무고한 광주시민을 총칼로 짓밟은 전두환 정권을 맞이해야 했다. 근래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서 보듯이 주민들의 반대에도 폭압적인 강제집행을 하고,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과 이 나라의 장래를 위협할 사드 배치를 감행하려는 시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폭력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더군다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국가 시행령을 발표하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보면서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주 4·3항쟁죽은 아이의 시신을 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이 어린 아이가 국가를 전복할 반체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이토록 국가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린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이 나라를 위해 최선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만의 의지가 아니라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있다는 것이다. 분단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한 권력자들의 반공이데올로기, 이념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개인적인 이기심이나 욕심들이 투영되고, 사회체제가 극도의 경쟁체제로 전개되면서 오로지 '경제력'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물신의 사회에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인간에 대한 예의 따위는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것, 그것만이 살길이다.

이것이 IMF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이념이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표출된 것이 이명박 정권의 창출이 아니었는가? 사기꾼이라도 좋고, 온갖 범법 행위를 저질렀어도 자신들만 잘살 수 있게 해준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명박 정권의 창출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내내 그렇게 살았고, 불법 탈법과 거짓공약을 통해서라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성립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 피로 물든 제주를 형상화한 동영상 작품, 1948년 제주 전역은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의 무자비한 폭력에 초토화되었다(김민수 자료사진). ⓒ 김민수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도 늘 일정의 국민은 무지한 선택을 하고, 자신들을 억압하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고, 그들의 편이 되어 자신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들을 적으로 규정한다. 이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들도 살펴보자.

노동시장 개악,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 농민의 삶을 옥죄는 FTA, TPP가입, 복지축소와 담뱃세인상, 연말정산 폭탄과 각종 세금인상, 수명연한이 다된 원자로 가동, 사드 배치 논의 등등은 모두 피부로 와 닿는 문제들이다. 게다가 심각한 청년실업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것은 '중동진출'이라는 알토당토않은 해결방안이다. 그런데도 이런 무능력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정권임에도 지지율은 견고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역사를 잊어버린 국민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제주 4·3항쟁 67주년, 그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고작 일 년도 안 된 세월호 참사조차도 벌써 지겹다고 떠들어대는 보수언론과 보수논객들... 진상규명도 안 되었는데 '이제 그만!'이라고 집회장에 난입하는 일간베스트와 보수단체들, 국민과 유족을 이간질하게 하려는 꼼수나 피우는 관계자들이 판을 칠 수 있는 까닭, 이 현실을 보면서 잊힌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목격하는 것이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만 하고 한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이 참석하지도 않고, 은근히 그것은 '반란'이라고 속내를 비치는데 그 역사의 진실에 다가설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는 언제까지 악어의 눈물에 속아가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슬픈 4월이다.
덧붙이는 글 위의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4·3 평화공원 실내에서 이전에 담아 자료로 보관하고 있었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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