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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이 바다를 건너오면 어떻게 바뀌지?

일본에서 아욱 된장국을 먹을 수 없는 이유

등록|2015.04.04 22:01 수정|2015.04.04 22:01
귤이 바다를 건너오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식물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성질이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가져온 아욱 씨를 화분에 뿌렸습니다. 제법 잘 자라자 벌레가 잎사귀를 다 차지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방치했는데 뒤에 새롭게 잎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아욱입니다. 큰 잎사귀는 작년 여름 뿌린 씨앗에서 자란 것입니다. 큰 잎사귀 아래 작은 잎사귀는 한 주 전과 두 주 전에 뿌려서 싹을 틔운 것입니다. ⓒ 박현국


새로 난 아욱 잎사귀를 잘라서 된장국을 끓여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화분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늦가을 새로 나기 시작한 잎사귀가 겨울이 되어도 그대로 남아 있다가 봄이 되어 새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아욱은 한해살이 풀입니다. 봄에 씨를 뿌려서 여름에 잎사귀를 잘라서 주로 된장국을 끓여서 먹습니다. 일본에는 아욱이 없습니다. 아욱이 자라지 않는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팔지 않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비해서 일본 간사이 지역은 바다의 영향을 받아서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합니다. 식물 종류 역시 한반도는 대륙성이 강하고, 일본은 해양성이 강합니다. 특히 이곳 간사이 고베 지역은 겨울에도 영하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도 아욱을 후루아오이(冬葵、Malva verticillata)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재배한 적이 있는가 봅니다. 지금도 해안가에서 겨울에도 자라는 아욱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오래 전에는 재배하여 먹었는데 언젠가부터 먹지 않아서 야생 풀이 되었나 봅니다.

식물은 바깥 환경이나 내부 유전자에 따라서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아욱처럼 한해살이풀이 여러해살이풀이 되기도 하고, 땅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다가 적당한 환경이나 때가 되면 싹을 틔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하게 먹던 아욱 된장국을 먹을 수 없습니다. 아욱을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산지 19 년 만에 처음 아욱 된장국을 먹었습니다. 그것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여러해살이풀로 바뀐 아욱국을 말입니다.

▲ 아욱, 두부, 양파 따위를 넣어서 끓인 된장국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1, 자연과생태, 2013.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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