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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의 경쟁력? 이미 궁금증은 시작됐다

[TV리뷰] 일요예능 시청률에 작은 균열...복면 주인공 누군지 알더라도

등록|2015.04.06 10:44 수정|2015.04.06 10:44

▲ 지난 설 특집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인 이후 정규편성된 MBC <일밤-복면가왕>이 5일 첫 방송됐다. ⓒ MBC


<애니멀즈>가 2~3%의 시청률로 고전하다가 방송 10회 만에 떠난 MBC <일밤> 1부 자리에 <복면가왕>이 작은 싹을 틔웠다. 지난주 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였던 시청률은 5일 <복면가왕> 첫 회가 6.1%를 기록하며 올라섰다.

물론 동시간대의 시청률 강자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주 15.9%에서 15.2%로 조금 주춤했다. SBS < K팝스타4 >도 지난 주 11.3%에서 11.0%로 소폭 하락했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복면가왕>에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1월 <아빠 어디가>가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일밤> 1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김성주는 <복면가왕> MC로 그 자리에 돌아와 "대한-민국-만세도 나이가 들어 카메라를 알고 방송이 원하는 멘트를 하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이 식상해할 것이다. <복면가왕>이 1년만 버텨주면 승산이 있다"고 유경험자로서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육아예능이 유행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시기에 동물과 육아를 합친 듯한 <애니멀즈>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면, <복면가왕>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형식이다.

가수들이 경연을 하는 것이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과 비슷하고,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로만 평가하는 것은 <히든싱어>를 닮았다. 하지만 경연 외에 가면 속에 숨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게 만들어 몰입감을 높였고, 여러 명 중 한 가수를 찾는 형식보다는 누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입체적인 재미가 더 있다.

일례로 지난 5일 방송된 첫 회에서 그룹 노을의 강균성은 가발을 쓰고 목소리를 허스키하게 바꿔 연예인 판정단을 속였다. 작곡가 김형석이 그의 노래를 듣고 "가수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해 가면을 벗었을 때의 놀라움은 더 컸다. 또한, 배우 김지우와 박광현, 개그맨 정철규 등이 등장해 의외의 노래 실력을 보여준 것처럼 출연진이 가수로만 한정돼 있지 않아서 추리의 폭도 넓다.

무엇보다 '의외성'은 지난 설 특집 방송 당시 우승을 차지한 그룹 EXID 솔지가 증명했다. "'위아래'라는 노래 말고 멤버 한명한명을 알리지는 못했었다"는 솔지의 말처럼, 아이돌 퍼포먼스에 가렸던 숨은 실력을 계급장 떼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 갖는 의미가 크다. 김형석은 "시청자들이 '저 가수가 노래를 저렇게 잘했구나'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복면가왕>의 포인트를 짚었다.

궁금증은 이 프로그램에서 재미의 근간이면서도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출연자가 누군지 미리 알려지는 보안 문제나 특색 있는 목소리는 정체가 금방 탄로 날 수 있다는 점 등이 지난 설 특집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적됐다. 하지만 제작진과 연예인 판정단은 이를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보지 않고 있다. "목소리 특징이 명확한 분들도 섭외할 것"이라고 밝힌 민철기 PD는 "감추려고 하다가 걸려서 웃음을 주는 재미도 있다"고 했고, 김성주는 "내가 사랑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금방 알 수 있는 팬들에게는 누군지 맞추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첫 회 세 번째 라운드에서 '꽃피는 오골계'라는 예명으로 등장한 가수는 '감전주의 액션로봇(정철규)'과의 대결에서 이겨 아직 가면을 벗지 않았지만, 그 팬들은 이미 <복면가왕> 이슈로 떠들썩한 상황이다. 꼭 팬이 아니라도 SNS 상에서는 <복면가왕> 첫 회 출연자를 예측하는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런 추리들이 김을 새게 만들 수도, 반대로 흥미로운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가장 나쁜 스포일러는 특종이랍시고 기사로 출연자를 미리 확인하게 만드는 일일 테다.

"경쟁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설 수 있는 무대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누군지 맞추는 것만이 이 프로그램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면을 벗었을 때의 임팩트는 무시할 수 없다. 한껏 뜸을 들이고 몰입도를 높여놨는데, 가면을 벗어도 누군지 알 수 없거나 놀랍지 않은 경우가 <복면가왕>이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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