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기자' 채용 KBS 사장, 이 이유밖에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18]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
극우 성향의 '일간 베스트'(아래 일베) 사이트에서 활동한 전력으로 논란이 일었던 KBS 수습기자가 지난 1일 정식기자로 임용되었다. 이에 KBS 11개 직능단체는 2일 '조대현 사장에게 드리는 공개 제안서'를 통해 공개된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소위 '일베 기자' 채용 문제를 논의하자고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내의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을 만나 '일베 기자' 정식 채용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과 향후 대책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일베 기자'가 보편적 인권 뉴스 만들 수 있겠나"
- 지난 1일 이른바 '일베 기자'가 정식기자로 임용됐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암 환자가 처음 암 선고를 받으면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그 단계를 넘어가면 절망하고 포기하는 단계로 가는 것처럼 기자들도 분노를 넘어 절망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정치권이나 자본의 외압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KBS 공영방송 저널리즘이 내부의 암 덩어리로 인해 자멸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같은 게 확산되고 있어요. 기자들이 대부분 체념해서 말을 안 하고 있지만 경영진에게 굉장히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분노와 절망의 이유가 뭘까요.
"일베 회원이 공영방송 기자로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를 누누이 설명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KBS 전 구성원이 간절하게 호소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벌써부터 외부에서는 KBS가 일베를 껴안았다고 해서 '개일베이스'라고 KBS에 대한 조롱이 심해지잖아요.
그동안 저희는 공정성, 영향력, 신뢰도 등에서 1위라고 자화자찬을 계속 해왔어요.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는데, 구성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걱정하고 실망하는 거죠."
- 해당 기자가 단지 일베 회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일베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주 극우적인 사이트잖아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무한대로 확장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서 어떤 행위를 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죠. 그런데 기자란 직업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보통 사람들보다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일베라는 사이트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을 조롱하고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그런 곳의 회원이 KBS 기자로 활동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밖에서 여성에게 다가가 성차별에 항의하는 뉴스를 만들 수 있으며 장애인이나 빈곤층에게 다가가 보편적 인권에 대한 뉴스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어요. 시청자들이 그걸 믿고 신뢰할까요? 그런 차원에서 이 사람이 기자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건데 경영진은 무슨 생각에서 정식 기자로 임용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 해당 기자는 비제작 부서에 파견근무 형식으로 발령이 났는데, 그것도 안 되나요?
"KBS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예요. 왜냐면 KBS는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예요. 그러니까 KBS 정책의 중심엔 시청자가 있다고요. 시청자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청자들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책무가 있어요. 그 시청자에는 여성, 장애인, 진보, 보수 등 여러 스펙트럼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특정한 사람을 차별하고 조롱한 사람이 저희 구성원이 된다는 건 KBS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기자뿐 아니라 KBS 구성원으로도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는 부분을 계속 지적했던 겁니다."
- 기자가 일베 게시판 등에 썼던 글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여성들에 대해서 혐오적인 발언을 했어요. 예를 들어 여직원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하는 생리대를 상사에게 제출해서 인증하라거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은 공연 음란죄에 해당하고 그런 여자들은 강간을 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5·18광주 희생자들과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 박멸 대상이라고 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도 있고... 저희들이 단순 캡처한 것만 해도 이 정도예요."
- 제가 알기론 그 정도 주장은 일베에서 흔한 것 같아요. 문제는 KBS 면접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
"네, 채용 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었죠. 문제의 글이 일베에서 통용되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그게 KBS 구성원이라고 생각을 할 때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에요. 이 사태를 통해 채용 과정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이런 부분을 보다 정교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회사에서도 반성과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사과는 KBS 구성원이 아닌 시청자에게 해야 하는 것"
- 해당 기자는 지난 2월 사내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렸는데 그걸로 부족한가요?
"'과거 철없던 시절에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쓰레기 같은 배설물이다. 매우 송구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올렸어요. 그런데 그 반성문을 기자들만이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에 올렸어요. 기자들에게만 형식적으로 사과한 거죠. 그러나 반성은 기자들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해야 하는 거예요.
일부에서는 '젊은 사람이 철없을 때 뭣 모르고 한 거니까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하는데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시청자들이에요. 저희는 이 사람을 용서해 줄 권리도 없고 반성을 받을 자격도 없어요. 이 사람은 외부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은 사람이에요. 때문에 반성과 사과도 시청자들을 향해 해야 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도 시청자들을 향해 할 수 있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시청자들이지 내부 구성원이 아니에요."
- 공개적인 사과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보는 건가요?
"그렇죠, 지금 이 문제 때문에 회사가 지난 두 달 동안 완전 뒤집어져 있었거든요. 그때 내부게시판에 형식적인 사과문을 올린 것 말고는 현재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이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 그럼 시청자들이 허용하면 기자협회도 받아 줄 수 있나요?
"시청자들에게 진지하게 반성하고 기회를 한 번 주자는 사회적 여론이 조성된다면 당연히 기회를 줄 수 있죠. 그런데 본인이 내부망에 반성문 하나 올리고 지금은 숨어서 아무 말도 안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이 사태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는 거면 비겁한 행동이죠."
-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를 비롯한 KBS 11개 직능단체가 조대현 사장에게 대화를 요구했는데, 답이 왔나요?
"KBS 내의 11개 협회가 수습직원 정식임용 직전과 직후, 두 번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는데 두 번 다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나 거절하는 이유를 아직도 듣지를 못했어요. 11개 협회장이란 사람들은 KBS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이 사장하고 대화하자는데 사장이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어요.
건너서 듣기론 직원 임용에 대한 문제는 인사권이기 때문에 경영자 고유 권한이고 그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요. 그 인사에 대해 구성원들이 납득을 할 수 없어서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사장은 설명해 줄 의무가 있는 거죠. 그게 조직의 리더고,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가 있는 민주적인 인사죠. 그걸 거부하면 민주적인 사장이라고 할 수 없죠."
- 면담이 이뤄지면 어떤 얘기를 할 생각인가요?
"구성원들이 '일베 기자' 임용의 부당함을 누누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호소를 배척하고 임용을 강행한 이유가 뭔지 묻고 싶어요. 그리고 외부 법률적인 자문을 받아보니 입사 이전의 일을 가지고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는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는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구했어야 해요. 본인이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이 들어오면 그걸 가지고 사법부의 판단을 구해 보고 그걸 인용해서 채용하면 저희도 명분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거죠.
비슷한 사례가 2013년에도 있어요. 일베 활동한 사람이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 임용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경력이 학부모들에게 드러나는 바람에 교사 임용이 못 되었어요. 결국 그 사람은 임용포기서를 교육청에 제출했어요.
이 사람('일베 기자') 역시 입사 이전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일단 이걸 가지고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을 물어보고 사회적인 여론이 어떤지도 물어보고 나서 그 결론에 따라 임용을 하든 해고를 하든 했어야 KBS가 명분이 있는데... 그런 걸 다 무시하고 임용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배경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죠."
- 배경이 뭐라고 보세요?
"제가 조 사장 머릿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연임을 하고 싶은 욕망이 비정상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것 아닌가 생각해요. 이번 사태가 비정상적인 사람을 솎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변질되었거든요. 보수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장이 연말에 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정권에 자신을 각인할 수 있는 카드로 (이번 사태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에요. 그것이 아니면 달리 해석할 수가 없어요."
- 보수 측에서는 해당 기자의 글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데.
"표현의 자유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와 생각이나 신념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예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고 멸시, 조롱하는 게 표현의 자유가 아니에요. 그건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는 일방적인 폭력이에요.
그런데 일베라는 사이트는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는 대표적인 사이트거든요. 이건 사이버 폭력이에요. 그래서 막말하는 판사가 사표를 내야 하는 거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비하한 예비 교사의 임용이 포기되는 거죠, 사회적으로 용인이 안 되는 사이트예요. 거기서 열성적으로 활동한 사람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해서 인정해 달라는 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똑같죠. 말이 안 되죠."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신가요?
"임용을 해버려서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요. 현재 이 사람 신분이 기자 직군으로 되어 있고 보도본부에서 남북교류협력단으로 파견 보낸 거죠. 파견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제를 해야 하는 거고 마냥 보낼 순 없는 거예요. 해제가 되면 보도본부로 돌아와서 기자직군을 수행해야 하는 거예요. 일단 이 사람이 보도본부로 돌아와서 마이크를 잡는 일이 없도록 회사 파견 규정에 대해서 면밀하게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협회 차원에선 지난주 한 번 운영위원회를 열어 간부들이 논의를 했는데 해당 기자를 기자협회에서 제명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조 사장의 퇴진 운동까지 거론하던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건은 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더 이상 구성원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그래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불복종이나 불신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장 퇴진 운동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내의 기자협회 사무실에서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을 만나 '일베 기자' 정식 채용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과 향후 대책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기자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일베 기자'가 보편적 인권 뉴스 만들 수 있겠나"
▲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 ⓒ 이영광
- 지난 1일 이른바 '일베 기자'가 정식기자로 임용됐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암 환자가 처음 암 선고를 받으면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그 단계를 넘어가면 절망하고 포기하는 단계로 가는 것처럼 기자들도 분노를 넘어 절망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정치권이나 자본의 외압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KBS 공영방송 저널리즘이 내부의 암 덩어리로 인해 자멸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같은 게 확산되고 있어요. 기자들이 대부분 체념해서 말을 안 하고 있지만 경영진에게 굉장히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분노와 절망의 이유가 뭘까요.
"일베 회원이 공영방송 기자로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를 누누이 설명했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KBS 전 구성원이 간절하게 호소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벌써부터 외부에서는 KBS가 일베를 껴안았다고 해서 '개일베이스'라고 KBS에 대한 조롱이 심해지잖아요.
그동안 저희는 공정성, 영향력, 신뢰도 등에서 1위라고 자화자찬을 계속 해왔어요.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는데, 구성원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걱정하고 실망하는 거죠."
- 해당 기자가 단지 일베 회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일베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주 극우적인 사이트잖아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무한대로 확장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서 어떤 행위를 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죠. 그런데 기자란 직업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보통 사람들보다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일베라는 사이트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을 조롱하고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그런 곳의 회원이 KBS 기자로 활동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밖에서 여성에게 다가가 성차별에 항의하는 뉴스를 만들 수 있으며 장애인이나 빈곤층에게 다가가 보편적 인권에 대한 뉴스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어요. 시청자들이 그걸 믿고 신뢰할까요? 그런 차원에서 이 사람이 기자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건데 경영진은 무슨 생각에서 정식 기자로 임용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 해당 기자는 비제작 부서에 파견근무 형식으로 발령이 났는데, 그것도 안 되나요?
"KBS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예요. 왜냐면 KBS는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예요. 그러니까 KBS 정책의 중심엔 시청자가 있다고요. 시청자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시청자들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책무가 있어요. 그 시청자에는 여성, 장애인, 진보, 보수 등 여러 스펙트럼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특정한 사람을 차별하고 조롱한 사람이 저희 구성원이 된다는 건 KBS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기자뿐 아니라 KBS 구성원으로도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는 부분을 계속 지적했던 겁니다."
- 기자가 일베 게시판 등에 썼던 글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여성들에 대해서 혐오적인 발언을 했어요. 예를 들어 여직원이 생리휴가를 가려면 생리하는 생리대를 상사에게 제출해서 인증하라거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은 공연 음란죄에 해당하고 그런 여자들은 강간을 해도 된다는 것, 그리고 5·18광주 희생자들과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 박멸 대상이라고 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도 있고... 저희들이 단순 캡처한 것만 해도 이 정도예요."
- 제가 알기론 그 정도 주장은 일베에서 흔한 것 같아요. 문제는 KBS 면접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
"네, 채용 선발 과정에 문제가 있었죠. 문제의 글이 일베에서 통용되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그게 KBS 구성원이라고 생각을 할 때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에요. 이 사태를 통해 채용 과정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이런 부분을 보다 정교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회사에서도 반성과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압니다."
"사과는 KBS 구성원이 아닌 시청자에게 해야 하는 것"
▲ KBS 구성원 "일베 수습 임용 결사 반대"KBS 기자협회와 아나운서협회 등 11개 직능단체 구성원들이 3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일베 수습 임용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지역과 특정이념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몰상식과 부도덕은 KBS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다"며 해당 기자의 임용을 반대하고 있다. ⓒ 유성호
- 해당 기자는 지난 2월 사내 게시판에 반성문을 올렸는데 그걸로 부족한가요?
"'과거 철없던 시절에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쓰레기 같은 배설물이다. 매우 송구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올렸어요. 그런데 그 반성문을 기자들만이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에 올렸어요. 기자들에게만 형식적으로 사과한 거죠. 그러나 반성은 기자들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해야 하는 거예요.
일부에서는 '젊은 사람이 철없을 때 뭣 모르고 한 거니까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하는데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시청자들이에요. 저희는 이 사람을 용서해 줄 권리도 없고 반성을 받을 자격도 없어요. 이 사람은 외부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은 사람이에요. 때문에 반성과 사과도 시청자들을 향해 해야 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도 시청자들을 향해 할 수 있고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시청자들이지 내부 구성원이 아니에요."
- 공개적인 사과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보는 건가요?
"그렇죠, 지금 이 문제 때문에 회사가 지난 두 달 동안 완전 뒤집어져 있었거든요. 그때 내부게시판에 형식적인 사과문을 올린 것 말고는 현재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이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 그럼 시청자들이 허용하면 기자협회도 받아 줄 수 있나요?
"시청자들에게 진지하게 반성하고 기회를 한 번 주자는 사회적 여론이 조성된다면 당연히 기회를 줄 수 있죠. 그런데 본인이 내부망에 반성문 하나 올리고 지금은 숨어서 아무 말도 안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이 사태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는 거면 비겁한 행동이죠."
- 이와 관련해 기자협회를 비롯한 KBS 11개 직능단체가 조대현 사장에게 대화를 요구했는데, 답이 왔나요?
"KBS 내의 11개 협회가 수습직원 정식임용 직전과 직후, 두 번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는데 두 번 다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나 거절하는 이유를 아직도 듣지를 못했어요. 11개 협회장이란 사람들은 KBS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이 사장하고 대화하자는데 사장이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어요.
건너서 듣기론 직원 임용에 대한 문제는 인사권이기 때문에 경영자 고유 권한이고 그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고 얘기하는데요. 그 인사에 대해 구성원들이 납득을 할 수 없어서 배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사장은 설명해 줄 의무가 있는 거죠. 그게 조직의 리더고,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가 있는 민주적인 인사죠. 그걸 거부하면 민주적인 사장이라고 할 수 없죠."
- 면담이 이뤄지면 어떤 얘기를 할 생각인가요?
"구성원들이 '일베 기자' 임용의 부당함을 누누이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호소를 배척하고 임용을 강행한 이유가 뭔지 묻고 싶어요. 그리고 외부 법률적인 자문을 받아보니 입사 이전의 일을 가지고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는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는 일단 사법부의 판단을 구했어야 해요. 본인이 부당해고에 대한 소송이 들어오면 그걸 가지고 사법부의 판단을 구해 보고 그걸 인용해서 채용하면 저희도 명분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거죠.
비슷한 사례가 2013년에도 있어요. 일베 활동한 사람이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교사 임용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경력이 학부모들에게 드러나는 바람에 교사 임용이 못 되었어요. 결국 그 사람은 임용포기서를 교육청에 제출했어요.
이 사람('일베 기자') 역시 입사 이전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일단 이걸 가지고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을 물어보고 사회적인 여론이 어떤지도 물어보고 나서 그 결론에 따라 임용을 하든 해고를 하든 했어야 KBS가 명분이 있는데... 그런 걸 다 무시하고 임용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배경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죠."
- 배경이 뭐라고 보세요?
"제가 조 사장 머릿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연임을 하고 싶은 욕망이 비정상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것 아닌가 생각해요. 이번 사태가 비정상적인 사람을 솎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변질되었거든요. 보수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장이 연말에 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정권에 자신을 각인할 수 있는 카드로 (이번 사태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에요. 그것이 아니면 달리 해석할 수가 없어요."
- 보수 측에서는 해당 기자의 글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데.
"표현의 자유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와 생각이나 신념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예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고 멸시, 조롱하는 게 표현의 자유가 아니에요. 그건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는 일방적인 폭력이에요.
그런데 일베라는 사이트는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는 대표적인 사이트거든요. 이건 사이버 폭력이에요. 그래서 막말하는 판사가 사표를 내야 하는 거고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비하한 예비 교사의 임용이 포기되는 거죠, 사회적으로 용인이 안 되는 사이트예요. 거기서 열성적으로 활동한 사람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해서 인정해 달라는 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똑같죠. 말이 안 되죠."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신가요?
"임용을 해버려서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요. 현재 이 사람 신분이 기자 직군으로 되어 있고 보도본부에서 남북교류협력단으로 파견 보낸 거죠. 파견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제를 해야 하는 거고 마냥 보낼 순 없는 거예요. 해제가 되면 보도본부로 돌아와서 기자직군을 수행해야 하는 거예요. 일단 이 사람이 보도본부로 돌아와서 마이크를 잡는 일이 없도록 회사 파견 규정에 대해서 면밀하게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자협회 차원에선 지난주 한 번 운영위원회를 열어 간부들이 논의를 했는데 해당 기자를 기자협회에서 제명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조 사장의 퇴진 운동까지 거론하던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건은 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더 이상 구성원들과 소통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그래서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불복종이나 불신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장 퇴진 운동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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