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와 수학 덕분에 신바람 난 '보물'
[말없는 약속 20년⑫] 위기가 기회가 되다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덕이가 경기를 일으키는 요인과 해결방안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어느 날 저녁, 덕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나에게 질문을 했다.
"고모 난 왜 국어랑 수학를 못해요?"
덕이는 평소 질문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가 가끔 질문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약간 긴장을 하게 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겪은 건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어느날 부터인가, 덕이에게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걸 느꼈다. 난 덕이의 질문을 듣곤 머릿 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을 한다.
'덕이는 이 질문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쉽게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인데, 이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참았을까',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얼마나 물어볼까 말까를 반복하며 신경을 썼을까' 등등. 덕이가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덕이의 고민과 마음을 풀어줄 수 있고, 자존감도 탄탄하게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간절한 눈빛으로 날 보며 덕이가 한 말
덕이가 나에게 한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 다시 물었다.
"덕이는 국어랑 수학을 못해요?"
"응 난 못해."
"덕이가 국어랑 수학을 잘하면 좋은데..."
"잘 하면 좋아."
"국어랑 수학을 잘하면 덕이는 무엇이 좋을까?"
"상 줘."
"아∼학교에서 선생님께 상을 받는다고?"
덕이는 간절한 눈 빛으로 나를 보면서 끄덕인다. 덕이의 눈은 황소 눈만큼 크고 짙다. 속눈썹은 또 왜 이렇게 짙고 긴지...
"저런∼ 덕이는 상 받는 것을 좋아하는데 국어랑 수학을 못해서 상을 못 받는구나!"
"응 못받아."
이쯤 되면 원인을 파악했으므로 대화를 이어가기가 훨씬 쉽다.
"덕이는 국어랑 수학을 잘 해서 학교에서 상 받으면 좋겠지만 고모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난 이 말을 한 뒤 덕이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 조금 뜸을 들였다.
"할머니와 고모는 덕이가 국어랑 수학보다 태권도를 잘하는 모습이 더 멋진데... 그리고 덕이도 태권도를 좋아하고 그치?"
"응!"
"또 태권도에서는 덕이가 상을 많이 받잖아. 다른 동생들을 잘 도와준다고 '도우미상', 씩씩하다고 '씩씩상', 시간을 잘 지킨다고 '지킴이상'."
덕이가 다니던 태권도에서는 아이들의 인성과 실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상들을 많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곤 하였다. 덕이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관장님께서 하라는 대로 한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상을 많이 받았다.
"맞아요. 상 많이 받아요!"
"덕이는 태권도상과 학교에서 주는 상이랑 무엇을 더 좋아할까?"
"태권도상!"
"그렇구나... 그러면 덕아∼ 덕이는 태권도를 잘하니까 태권도상을 받고 학교에서 국어랑 수학상은 국어랑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양보하면 어떨까?"
"(자신감 넘치게 힘주어) 알겠어!"
덕이에게 '양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이유
평소에 나는 덕이와 이런 저런 상황들을 겪으며 '양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했다. 할머니와 함께 우리 셋이 외식을 할 때도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도가니탕을 먹을 때는 덕이와 내가 할머니를 위해 양보하고, 또는 덕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을 때는 할머니와 내가 덕이를 위해 양보하고,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뒷산을 오를 때도 서로 가고 싶은 곳과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한 후 타협하곤 했다. "고모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덕이가 그렇게 하길 원하니까 나는 덕이에게 양보해야지"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생활하게 된 계기가 있다. 다른 아이들과 덕이에게 공통 과제가 주어졌을 때, 아무래도 덕이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덕이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양보'라는 표현을 생활화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람마다 생각과 잘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덕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 더 자주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무래도 스트레스 아닌가 싶다. 특히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덕이는 한 가지에 몰두할 때 그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는 자아발전에 도움이 된다지만, 덕이의 스트레스는 '못하는 아이', '왕따', '외로움' 등에서 오는 것이었다.
덕이에게 '국어랑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상을 양보하자'라고 말했을 때, 덕이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표정만 보고도 덕이의 기쁨이 느껴질 정도로, 양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미소를 지으며 힘 있게 대답하던 그 모습처럼, 덕이가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난 덕이의 미소를 보며, 또 한 가지를 해결했구나 하는 안도감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날 일을 계기로, 덕이에게 국어와 수학을 지도(덕이는 학교와 속셈학원에서 국어와 수학을 배운다)할 때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행하기로 했다. 다른 과목보다 이 두 가지는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에...
덕이가 경기를 일으키는 요인과 해결방안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어느 날 저녁, 덕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나에게 질문을 했다.
"고모 난 왜 국어랑 수학를 못해요?"
덕이는 평소 질문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가 가끔 질문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약간 긴장을 하게 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겪은 건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어느날 부터인가, 덕이에게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걸 느꼈다. 난 덕이의 질문을 듣곤 머릿 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을 한다.
'덕이는 이 질문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쉽게 질문을 하지 않는 아이인데, 이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참았을까',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얼마나 물어볼까 말까를 반복하며 신경을 썼을까' 등등. 덕이가 질문을 하게 된 배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야 덕이의 고민과 마음을 풀어줄 수 있고, 자존감도 탄탄하게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간절한 눈빛으로 날 보며 덕이가 한 말
덕이가 나에게 한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 다시 물었다.
"덕이는 국어랑 수학을 못해요?"
"응 난 못해."
"덕이가 국어랑 수학을 잘하면 좋은데..."
"잘 하면 좋아."
"국어랑 수학을 잘하면 덕이는 무엇이 좋을까?"
"상 줘."
"아∼학교에서 선생님께 상을 받는다고?"
덕이는 간절한 눈 빛으로 나를 보면서 끄덕인다. 덕이의 눈은 황소 눈만큼 크고 짙다. 속눈썹은 또 왜 이렇게 짙고 긴지...
"저런∼ 덕이는 상 받는 것을 좋아하는데 국어랑 수학을 못해서 상을 못 받는구나!"
"응 못받아."
이쯤 되면 원인을 파악했으므로 대화를 이어가기가 훨씬 쉽다.
"덕이는 국어랑 수학을 잘 해서 학교에서 상 받으면 좋겠지만 고모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난 이 말을 한 뒤 덕이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 조금 뜸을 들였다.
"할머니와 고모는 덕이가 국어랑 수학보다 태권도를 잘하는 모습이 더 멋진데... 그리고 덕이도 태권도를 좋아하고 그치?"
"응!"
"또 태권도에서는 덕이가 상을 많이 받잖아. 다른 동생들을 잘 도와준다고 '도우미상', 씩씩하다고 '씩씩상', 시간을 잘 지킨다고 '지킴이상'."
덕이가 다니던 태권도에서는 아이들의 인성과 실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상들을 많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주곤 하였다. 덕이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관장님께서 하라는 대로 한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상을 많이 받았다.
"맞아요. 상 많이 받아요!"
"덕이는 태권도상과 학교에서 주는 상이랑 무엇을 더 좋아할까?"
"태권도상!"
"그렇구나... 그러면 덕아∼ 덕이는 태권도를 잘하니까 태권도상을 받고 학교에서 국어랑 수학상은 국어랑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양보하면 어떨까?"
"(자신감 넘치게 힘주어) 알겠어!"
덕이에게 '양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이유
평소에 나는 덕이와 이런 저런 상황들을 겪으며 '양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했다. 할머니와 함께 우리 셋이 외식을 할 때도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도가니탕을 먹을 때는 덕이와 내가 할머니를 위해 양보하고, 또는 덕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을 때는 할머니와 내가 덕이를 위해 양보하고, 주말에 여행을 가거나 뒷산을 오를 때도 서로 가고 싶은 곳과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한 후 타협하곤 했다. "고모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덕이가 그렇게 하길 원하니까 나는 덕이에게 양보해야지"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생활하게 된 계기가 있다. 다른 아이들과 덕이에게 공통 과제가 주어졌을 때, 아무래도 덕이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덕이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고 '양보'라는 표현을 생활화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사람마다 생각과 잘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덕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 더 자주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무래도 스트레스 아닌가 싶다. 특히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덕이는 한 가지에 몰두할 때 그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는 자아발전에 도움이 된다지만, 덕이의 스트레스는 '못하는 아이', '왕따', '외로움' 등에서 오는 것이었다.
덕이에게 '국어랑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상을 양보하자'라고 말했을 때, 덕이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표정만 보고도 덕이의 기쁨이 느껴질 정도로, 양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미소를 지으며 힘 있게 대답하던 그 모습처럼, 덕이가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난 덕이의 미소를 보며, 또 한 가지를 해결했구나 하는 안도감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날 일을 계기로, 덕이에게 국어와 수학을 지도(덕이는 학교와 속셈학원에서 국어와 수학을 배운다)할 때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행하기로 했다. 다른 과목보다 이 두 가지는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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