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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곡 만든 이유? 뮤지션으로서 할 일 한 것"

[인터뷰] 밴드 브로큰발렌타인 보컬 반 "세월호 욕되게 하는 사람, 짐승만도 못해"

등록|2015.04.10 09:27 수정|2015.04.10 19:04
'정치적인 일이 아닌데. 누군가들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만들어버린 참사'

록밴드 브로큰발렌타인 보컬 반이 세월호 참사를 보는 시각이다. 그가 지난해 12월 31일에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문화제 '잊지 않을게'에서 선공개한 '타임'(Time)을 디지털 싱글로 정식 발표했다. 당시 이 노래로 문화제를 찾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그는 "더 많은 대중이 듣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았으면 하는 의미"라고 했다.

"모델 되려고 키 표시한 아이, 용돈 졸랐던 아이...마음이 아팠다"

▲ 지난달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공연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에 참여한 밴드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 반 ⓒ 에덴홀


- 이번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속죄의 의미라고 봐야겠죠. '멜로디가 있으니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노래가) 멀리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 같아요. 우리들의 책임이잖아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우리들이 구해줄거라고 믿었는데 그 믿음을 져버렸으니까요. 뮤지션이니까 뮤지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어요. 음악으로 최대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첼리스트 지박님, 기타 안수, 퍼커션에 쿠파, 스트링에 G-Trip 등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도와주셨어요.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었죠. 마음 하나로 기꺼이 함께 해주시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아직은 따뜻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작사 작곡까지 직접 다 했는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부담감이 많았어요. (곡이) 어두우면 너무 어두워서, 밝으면 너무 밝은 것 같아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대중이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자' '나의 최선을 다하자' 그런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 지난 3월 열린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요. 소회가 어땠나요?
"단원고 2학년 4반 이야기인데요, 남자 아이들 반이었어요. 36명 중 28명이 희생된 반이죠. 공연 중 28명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모두들 각자의 다양한 꿈과 희망이 있더라고요. 그 중 호연이라는 아이는 모델이 되고 싶어서 키 크려고 벽에 표시를 해놨더라고요. 죽고 나서 부모님이 아시게 된 거죠.

또 좋은 아빠가 꿈이었던 건우가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졸랐다든지, 애교를 떨었다든지 하는 사소한 이야기에서도 가슴 아팠어요.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착할까' 싶어 놀랐어요. 안타까울 뿐이죠. 꿈을 잃은 거잖아요."

"'유가족이 특혜 바란다'고? 어떻게 그런 생각할 수 있나"

▲ 밴드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 반 ⓒ 에덴홀


- 세월호 참사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나요?
"구할 수 있었는데 안 구한 것이요. '왜 구하지 않았는가?'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며칠간 봤다는 것은 타격이 커요. '전 국민이 스너프 필름(살인 등 잔인한 장면을 연출과 여과 없이 찍은 것-기자 주)을 생중계로 목격했다'와 같은 말에도 많은 부분 공감해요.

배가 기울어지면서 완전히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있었잖아요. 한 명이라도 더 살기를 바랐어요. 그때는 구조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놓고 처음에 내놓는다고 하는 해결책이 '해경 해체'였고….

어이가 없었어요. 아니, 조직을 해체하면 있었던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다가 얼마 전 정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배상을 강요하는 것을 보면서 '(진상)규명을 안 하겠다는 거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꼭 규명해 내야 합니다. 누가 왜 그랬는지 밝혀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해요."

-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어떤 점이 가장 답답한가요?
"추모하는 것을 소위 '정치적 진보'로 구분해 버리는 사회, 유가족을 '종북좌파'로 보게 하려는 현상 등이요. 정부와 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거기에 조종되는 국민도 문제라고 봅니다. 그 많은 유가족들 중에서 이 일이 있기 전에 정치를 아는 사람이 많았을까요?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정치색을 입히면서 비난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어요. 

또 유가족이 특혜를 바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부처 눈에는 부처로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로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그 사람들은 자기네가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봐요. 자기 자식을 잃어도 특혜를 바라고 돈을 바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 많이 분노하신 것 같은데요.
"네. 분노스럽습니다. 인간이 왜 인간일까요. 도구를 써서? 수달도 도구 써요. 언어를 쓰기 때문에? 돌고래도 정교한 언어체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건요, 공감능력을 가져서라고 생각해요. 상대의 상처가 나의 상처가 될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희생자 및 유가족을 욕되게 하는 사람들은 짐승만도 못하다고 봐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술인이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예술의 힘을 믿거든요. 말로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이 일이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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