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구성... 검찰 왜 빨리 움직였나
팀장에 문무일 검사장... 쪽지 신빙성↑ 판단한듯
▲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한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착수 및 수사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대검찰청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된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12일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에서 김수남 대검 검찰차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성완종 리스트' 수사방안을 논의, 김진태 총장에게 보고한 뒤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확정했다.
윤갑근 대검 반부패부장은 회의 직후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무일 대전지방검찰청장이 수사팀장을 맡고, 구본선 대구 서부지청장과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투입됐다. 나머지 검사 10여 명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문무일 검사장에게 이번 수사를 맡긴 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특수 수사 경험이 많고 검사장 중에선 이 사건 수사에 가장 적임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검사장은 지난 2004년 최도술·이광재·양길승 등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맡은 김진흥 특별검사팀에 파견됐고, 대검 중수1과장을 맡아 변양균-신정아 사건을 수사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기획입국설 사건을 맡는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을 수사했다.
이날 수사팀을 구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메모지만 갖고 있을 때는 그 메모지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경향>의 보도와 후속보도가 있었고 그 이외에 여러 군데에서 추가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2일 안으로 특별수사팀 구성을 끝내고 13일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후속보도 등으로 의혹 구체화하자 수사팀 새로 구성
김진태 총장은 지난 10일 오후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에게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틀 뒤 수사팀을 새로 꾸려 본격적인 수사를 지시하는 등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행보가 빨리지고 있는 건 지난 이틀간 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자살 직전 성 전 회장을 전화 인터뷰, 9일자에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성 전 회장의 말을 보도한 <경향신문>은 지난 11일자에 새로운 의혹을 보도했다.
2012년 홍문종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총괄본부장에게 대선자금으로 2억원을 줬고, 2011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시 홍준표 국회의원(현 경남지사)에게도 1억원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검시 때 발견된 쪽지, 즉 '성완종 리스트' 내용과도 일치한다.
검찰이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하게 된 건 '성완종 리스트'가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홍 지사는 돈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홍 지사의 전당대회 당시 측근은 돈을 받아 전달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홍문종 의원뿐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부산시장'(서병수 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은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은 대선캠프 차원에서 돈을 받았다면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대검 차원의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 편집|박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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