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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태안군 의원에게 전화 "나와 관련해 나눈 얘기 전부 밝혀라"

해당 의원 "불안해하며 윽박질러"... 이 총리측 "보도내용 확인"

등록|2015.04.13 15:32 수정|2015.04.13 15:32

▲ 1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뒤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남 태안군 의원들에게 전화를 건 속내는 뭘까? 이 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마지막으로 만난 태안군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의 전화를 받은 군 의원은 두 사람이다.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은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이완구 총리의 전화를 받았다. 이 총리는 이 부의장에게 "같이 있던 사람을 대라"고 독촉했다. 이 부의장은 이 총리의 거듭된 독촉에 함께 성 전 회장을 만난 김진권 군의원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이완구 총리,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했나' 물어" 

▲ 김진권 태안군의회 의원이 이완구 총리와 통화했다며 통화 기록이 나온 전화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 신문웅

이와 관련 김 의원은 13일 오전 성 전 회장의 발인 예배에서 기자와 만나 이 총리와 나눈 세부 통화 내용을 밝혔다.

김 의원이 전화를 받은 시간은 지난 11일 오전 9시 36분께다. 김 의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이 대뜸 '이완구 국무총리입니다'라고 밝히면서 '지난 8일 성 전 회장이 기자회견 이후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따지듯 물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이 한숨을 쉬며 '새누리당은 불구속 수사를 원하지만, 청와대에선 검찰 쪽에 구속 수사를 지시해 쉽지 않다, 이 총리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굉장히 서운해했다"고 이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성 전 회장이 이 총리가 언론에 '성 전 회장과 친하지 않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김 의원에게 "성 전 회장이 나한테 전화한 적도 없고 단지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홍문표 의원(홍성·예산), 김태흠 의원(보령·서천) 등이 내게 성 전 회장의 선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전 총리가 시작한 일이라 어렵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대화 내용이 없었냐"고 재차 물었다는 것. 또 "혹 대화 중에 나와 관련하여 다른 얘기를 한 것이 있으면 전부 밝혀라, 나는 일명 '성완종 리스트'에 (적혀)있어도 금액은 안 적혀있지 않느냐"라며 거듭 대화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원은 "'(나머지는) 총리님께 말씀드릴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총리가) '내가 총리다, 5000만 국민이 시끄럽다, 나한테 다 얘기를 해라, 나는 혈액암을 이기고 산 사람이다' 등이란 말을 하는 등 강압적이었다"라고 김 의원은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이 우리와 만나 자신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불안해하며 윽박지르는 어투로 뭔가를 알아내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김 의원 등에게 전화를 한 것은 성 전 회장이 자신과 관련한 정치 자금 논란에 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 알아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언론에 해명하면서 "이 총리가 신문 보도를 보고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성 전 회장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고 보도 내용이 맞는지를 물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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