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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끌고가려다... 특검국면으로 끌려간 새정치

박근혜 깜짝 언급에 고심 깊어져... "이완구부터 사퇴하라"

등록|2015.04.16 20:13 수정|2015.04.16 20:50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성완종 사태' 논의를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특검(특별검사)' 카드로 고심에 빠졌다. 애초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파문이 오래가기를 바라면서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기조를 내걸었지만, 박 대통령의 선제 공세로 원치 않게 특검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진 직후 긴급 논의 끝에 '특검 신중론'으로 방향을 정했다. 특검을 두고 여야가 공방하면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국면이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언급하고 나오면서 정부·여당의 특검 정국에 새정치연합이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박 대통령과 긴급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선 검찰수사 후 특검' 견해를 밝히면서도 야당이 제안하면 특검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박 대통령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특검 수용 의지를 비치면서 국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 모든 것을 '특검 블랙홀'로 빨아들이려는 것"

새정치연합은 여권의 이른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주도하려 했던 계획도 여당의 특검 공세에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원내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안은 아니다"라며 "여당은 지금 특검으로 '물타기'해서 야당이 제기하는 모든 것을 특검 블랙홀로 빨아들이려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는 우선 '이 총리부터 해임해야 한다'는 논리로 여당의 특검 공세를 막아낼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이 총리 사퇴 요구를 외면하고 특검 국면으로 넘어가려 한다"라며 "특검을 하든 안 하든 비리 의혹에 휩싸인 현 총리로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안으로 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주말까지 총리 해임건의안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이번 안건은 상정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해 해임제출안 제출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전병헌 친박게이트대책위원장 등과 대화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새 특별법으로 특검하자"... 그럼 상설특검법은?

한편으로는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기조를 유지하되, 야당이 주도하는 특검을 역으로 제안할 계획도 세워뒀다. 현행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으로는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2월 통과된 상설특검법은 검사 5명으로 꾸려진 수사팀이 최대 90일 동안 수사를 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현행 수사팀(10명)보다 적은 규모이므로 오히려 수사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특별검사 추천도 사실상 '여권 5 : 야권 2' 비율로 구성된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이뤄지므로 수사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비리에 연루된 권력의 핵심을 건드려야 하는 사건이므로 야당의 추천권을 강화하는 게 맞다"라며 "만약 새누리당이 특검하자고 제안하면 '제대로 된 특검을 하자'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규모와 기간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새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당내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특검을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존 상설특검제에 미비한 점이 많다"라며 "새 특검법을 만들거나 기존 상설특검에 야당 쪽 의견이 많이 반영돼야 합리적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주도로 통과된 상설특검법을 무시하고 새롭게 법을 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4일 여야 주례대표 후 기자들과 만나 "상설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고, 야당이 지속해서 요구해온 제도"라며 "시행 전에 법에 손을 댄다는 것은 여야 합의 취지에 비춰볼 때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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