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까지 가서 흙을... 나와 맞는 흙으로 작업해요"
[인터뷰] 자연인, 도예가 심인구 작가
▲ 심인구 작가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우현요의 심인구 작가 ⓒ 하주성
한 마디로 첫 만남부터 '자연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원에서 몇 차례 만나 술도 한 잔 나누고는 했던 심인구 도예작가를 만나기 위해, 18일과 19일 1박 2일로 산행도 즐길 겸 이천을 찾았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458-21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작가의 공방인 '우현요'를 찾아가니 낮은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공방은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제가 도예를 시작한 것은 한 25년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기를 구워먹는 불판을 만들어 대박을 치기도 했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만들겠다고 생각을 하고 이곳에 땅 400평을 구했습니다. 그것이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네요. 이 창고서부터 집 하나하나를 모두 직접 지었습니다."
공방은 모두 4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입구 양편으로 작업실을 겸한 창고가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1층은 작업실에 2층은 전시실로 사용하는 건물이 한 동 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정자처럼 지은 손님맞이 차실(茶室)인 '운유대(雲遊臺)'라는 불을 때는 황토벽돌 건물이 한 동 있다.
▲ 작업실우측의 2층건물은 아래층은 작업실이고 2층은 전시실이다. 그 뒤편에 황토벽돌로 지은 운유대라는 차실이 있다 ⓒ 하주성
▲ 운유대불을 때는 온돌방인 운유대 앞에는 작은 연못도 마련하였다 ⓒ 하주성
우현요에는 가마만 5기가 있어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 어찌 술 한 잔이 빠질 수가 있을까? 뒷산에 올라 엄나무 순을 따고 산부추를 채취했다. 그리도 작업실 주변에 여기저기 나 있는 민들레 잎도 좀 따서 안주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음식이 한 상 잘 차려졌다. 일부러 작업실 앞에 상을 마련하고 자연을 바라다보며 즐기기에 날씨마저 적당하다.
심인구 작가의 작업실이 동네에서 제일 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지는 경관 또한 봄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작업실 뒤 장작가마 위편에 있는 운유대 앞 작은 연못 안에는 몇 년 전에 우렁이를 가져다가 넣어놓았는데, 그동안 새끼를 쳐서 연못에 그득할 정도로 많다. 그 또한 좋은 안줏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 창고창고와 작업실로 사용하는 건물 안에는 각종 작업을 한 흔적이 보인다. 한편에는 가마도 보인다 ⓒ 하주성
"이제 이 정도면 살 만하잖아요. 이런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술도 한 잔 나누고, 또 낮이면 차실에 올라가 차도 한 잔 나누고요. 이제 아이들만 더 공부를 가르칠 수 있으면 됐지, 무슨 욕심을 내겠어요. 이렇게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인 듯합니다."
장작가마를 비롯해 각종 가마만 해도 5기가 있다고 하는 우현요. 심인구 작가는 자연과 더불어 생활을 하면서도 늘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또 깊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흙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도공답게 흙의 질이며 성분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흙의 성질을 모르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가 없죠. 흙마다 성분이 다르고 그것을 어떻게 내 안에서 작품으로 잉태시킬 것인지 늘 고민하고 늘 연구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 장작가마우현요 한 편에 마련한 장작가마 ⓒ 하주성
▲ 전시작품전시실 안에는 각종 작품들을 진열해 놓았다 ⓒ 하주성
전시실에는 각종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차 한 잔을 마시자는 말에 작업실 이층에 있는 전시실을 들려보았다. 옛 나무대문처럼 만든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전시실 안에 그동안 만든 작품들로 그득하다. 그리고 사진 등이 눈에 띈다. 전시된 다완의 옆에는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만만찮은 가격이다.
"저는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자연이란 생각을 합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즐기는 것이죠. 흙을 소성해 작품을 만드는 작업도 그렇고요. 저는 작품을 만드는 흙을 직접 지리산이나 산청 등에 가서 좋은 흙을 채취합니다. 내 마음에 맞는 흙으로 내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 작품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다완들 ⓒ 하주성
▲ 이도다완심인구 작가는 수원 봉녕사 사찰음식 대향연에서도 전시를 가졌었다 ⓒ 하주성
스스로 자신이 하는 작업을 즐긴다고 하는 심인구 작가.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살아온 날들 때문인지 그의 얼굴이 문득 부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작업실에는 늘 황토방에서 사람들이 하루를 묵고 갈 수 있도록, 온돌로 방을 드렸다고 하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따듯한 정이 느껴진다.
물레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참 자연을 닮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 자연이 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심성이 그대로 자연과 동화가 된 것일까? '언제라도 찾아오라'는 한 마디가, 봄날 1박 2일 동안 웃고 떠들며 마신 술기운마저 자연으로 뒤돌려 보내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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