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내놓은 유족... 이런 국가 한국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 프랑스도 "함께 하겠다"
▲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이인정
지난 18일 토요일 오후 6시(아래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옆에 있는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세월호 침몰 1주기를 기념하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총 250여 명의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모였다. 이들은 자식을 바닷속에서 잃은 아픔을 겪었을 뿐 아니라, 진실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유가족과 함께하고자 광장에 나왔다.
특히 11명(10명 한국인, 1명 프랑스인)의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연주가 이날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음악인들의 연주는 자리에 모인 많은 이를 아름다운 추모의 마음에 젖게 했다. 김주원의 피아노 독주에 이어 허란, 앙투안 뒤메지의 첼로, 피아노 2중주, 최정우의 기타연주, 이예빈의 피아노 독주, 그리고 이인정, 전웅병, 김경진의 플루트, 비올라, 피아노 3중주, 마지막으로 메조소프라노 배은선과 소프라노 양세원의 독창이 김영원의 피아노 반주로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유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며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여 음악을 통해 세월호 사건의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사실에 감사한다"고 이번 추모 행사에 함께한 동기를 밝혔다.
"권력은 계속 이 사건 덮으려 해... 함께 슬퍼하자"
▲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진병관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의 당원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당원들은 한국 시민들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며, 인간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우선시 생각하는 자본주의적 태도가 이번 사건의 핵심 중의 하나임을 언급했다. 또한 한국인들이 그들의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줄 것을 호소하고 연대를 다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15세 한국 소년 이덕진군은 "권력은 계속 사건을 덮으려 하고, 언젠간 (이 사건도) 잊힐 것"이라면서도, "그 무엇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함께 슬퍼해야 하며, 함께 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군은 "함께 슬픔을 나눈 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도리이며 동시에 한국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회에서 일하며, 한불친선협회의 간사로 활동하는 브누아 켄더씨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투쟁은 한국 시민들의 몫인 동시에 모든 세상의 진보적인 시민들이 함께 싸워야 할 일"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프랑스의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올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켄더씨는 "(올랑드 대통령은 방한 후) 반드시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고, 한국 정부가 세월호 유족들과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보인 일련의 태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이었음을 말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라고 요구했다.
▲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진병관
자신을 프랑스 공산주의연대 국제부문 서기라고 밝힌 모리스 퀴케만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1년간 세월호 침몰을 둘러싸고 벌어진 모든 사건을 듣노라면, 우리는 '한국 정부가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자국민이 304명이 한꺼번에 죽었는데, 그 죽음의 진실을 위해 유족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지금 한국밖에 없다."
퀴케만씨는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라, "한국을 지배하는 현 정치세력이 축적해온 부정과 비리들이 축적된 결과물이며,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리 광장에 울려 퍼진 '아침이슬'
자유발언에 나선 한 한국 여대생은, 한국에서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수천 명의 경찰들에 의해 유족들이 고립되어 있다, 경찰들이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추모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로 만들어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꾸만 큰 사건을 벌이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한국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2, 제3의 세월호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들은 지금, 거리로 점점 더 많이 나서서, 경찰이 막은 방벽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행사 참가자들에게 그들과 연대하여 함께 싸울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스트라스부르그, 라호셸, 앙제 등 지방 각지에서 많은 한국인이 올라왔다. 이들은 내년에도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다시 모일 것을 다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함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아침이슬'을 부르며 자리를 마감했다.
▲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진병관
○ 편집ㅣ곽우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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