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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장 "세월호 인양·진상규명, 대통령이 나서달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안산 시민대책위 "늦었지만 환영"

등록|2015.04.20 17:36 수정|2015.04.20 17:36

▲ 제종길 안산시장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안산은 세월호 참사 초대 피해지역이다. ⓒ 박정호


세월호 참사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제종길 안산시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 촉구했다. 제 시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공식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 시장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해외순방 이후 유가족과 안산시장을 만나 세월호 피해가족과 안산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산 시의회 성준모 의장(새정치민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나정숙·박은경·전준호·김동수 의원이 함께했다.

제 시장은 "유가족들이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과 삭발로 피맺힌 절규를 토해내고 있고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어,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었고 지역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예고된 이후 유가족들은 1주기 추모식도 치르지 못한 채 광화문으로 달려갔고 (시위하다가) 경찰에 끌려가고 병원에 입원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라며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견딜 수 없었다"라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제 시장은 또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정부가 조사의 주체가 되고 조사위원회를 주도하겠다는 내용이 있어, 진상규명 의지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도 시행령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며 "하루속히 시행령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 시장은 "세월호에는 아직 건져내지 못한 9명의 국민이 잠들어 있다"며 "온전한 선체인양작업을 위한 공식적인 인양계획 발표를 서둘러 달라"고 강조했다. 제 시장은 "세월호 피해 가족이 진상규명만을 우선하여 요구했지, 배·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본질을 호도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 말에 현혹되지 말고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제종길 "경찰에 끌려가고 병원에 입원, 상황 더욱 악화... 참담"

▲ 제종길 안산시장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모습 ⓒ 박정호


제 시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대통령에게 공식 촉구한 사실이 전해지자 그동안 제 시장을 비판했던 안산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등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또 "<오마이뉴스> 역할이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제종길 시장을 비롯한 안산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종길 시장, 유가족이 싸울 일 없게 한다더니..."

"침묵하는 안산 정치인들 비겁하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은 유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삭발로서 피맺힌 절규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들은 어느새 투사가 되어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물과 최루액에 맞서고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잠자며 진상을 밝혀달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족의 고통 속에서 안산은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지역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3월 27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예고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1주년 추모식도 치르지 못하고 광화문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에 끌려가고 병원에 입원하는 등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견딜 수 없었고, 가족들과 안산시민들의 입장을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대통령께 간곡하게 호소드립니다.

세월호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진상규명의 의지를 담아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에는 당초 유가족들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등 진상규명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이 특별법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을 믿고 받아들였습니다만, 정작 특별법의 시행과 운용의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시행령에는 진상규명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조사의 주체가 되고 조사위원회를 주도하겠다는 발상에는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속히 세월호의 온전한 선체인양 작업에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에는 아직도 건져내지 못한 9명의 국민이 잠들어 있습니다. 이들을 한시바삐 가족의 품으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닷속에 잠겨있을지 모르는 세월호 침몰의 비밀도 함께 풀어내야 합니다.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과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인양계획 발표를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도 호소드립니다.

세월호 피해가족들은 정부에 배보상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진상규명만을 우선적으로 원했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만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선체의 인양과 진상규명 작업이 시작되어야만 피해가족들도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지만 현혹되지 마시고, 부디 유가족분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십시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가족들이 지쳐 쓰러지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포기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된 잘못된 관행과 병폐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잃게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람의 가치가 존중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에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십시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에 대한 정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단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분열과 갈등을 정부가 방관만 하지 않고, 우리 국민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해외순방 이후, 유가족과 안산시장을 직접 만나 세월호 피해가족들과 안산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4월 20일 안산시장 제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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