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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가지 병을 고치는 백년초

[디카詩로 여는 세상 51] <百年草>

등록|2015.04.22 17:15 수정|2016.03.02 11:53

▲ 백년초 ⓒ 이상옥


      겨울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봄이면 시들시들 되살아나서는
       백 가지 병을 고치고 백년을 살게 한다
                 - 이상옥의 디카시 <百年草>

담양을 다녀왔다. 담양 맛집을 검색해보니, 담양 떡갈비 맛집 세레나데가 나온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니, 아담하면서도 멋진 풍치를 지닌 세레나데가 보인다. 세레나데는 저녁에 연인이 창밑에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음악으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유명하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출판된 미발표곡 가곡집 <백조의 노래> 중 4번째 곡으로, 독일의 시인 루드비히 렐스타프의 시에 선율을 붙인 것인 바, 슈베르트 특유의 낭만성이 묻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 맛집 세레나데는 이름 그대로 아주 낭만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레나데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래된 레코드가 가득한 가운데,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도 은은히 연주되고 있었다.

▲ 담양 맛집 세레나데. 슈베르트의 가곡 이름 딴 맛집으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 이상옥


▲ 담양 맛집 세레나데 작은 정원의 백년초. 나도 시골집 마당 대형화분에 백년초를 심었다(앞의 디카시 작품 사진 참조). ⓒ 이상옥


그런데 정작 내 눈을 끄는 것이 세레나데 입구 작은 정원에 다소 시들하게 보이는 백년초였다. 그걸 본 순간 시골집 마당 대형화분에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고 있던 터라, 바로 이 백년초를 심으면 되겠다 싶어 맛집 사장님께 물어 보았다. 백년초는 선인장인데, 야외에 두어도 겨울을 견딜 수 있나요, 하고. 사장님은 겨울에는 시들시들해지지만, 봄 되면 또 생기를 띠고 살아난다고.

백년초에 마음을 뺏기다

정작, 나는 맛집 세레나데 낭만적 풍치나 떡갈비보다는 그 백년초에 온통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백년초는 참으로 놀라운 식물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항암과 항산화작용을 하는 페놀성분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암세포의 발생을 막아주고 노화를 예방하며 각종 염증에도 효능을 보인다.

지체할 것도 없이 곧바로 시골집 인근 화원에서 이 놀라운 백년초를 구입하여 집마당 대형 화분에 심었다. 나는 겨울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봄이면 되살아나는 그 놀라운 광경을 지켜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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