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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총파업 울산 현장 가보니... 왜들 이러는 걸까요

현대차노조 비판 나오자 개입한 현자노조 간부들

등록|2015.04.25 16:58 수정|2015.04.25 17:26

연단에 오른 대표들시작하면서 분위기 좋았는데요. ⓒ 변창기


그동안 직장 다니느라 대규모 노동자집회에 가보고 싶어도 못 가봤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에서 전국 단위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한다고 했습니다. 몸살기가 있어 업체 출근을 하루 쉬었습니다. 오후가 다가오니 몸이 좀 괜찮아져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주최하는 총파업 결의대회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께 결의대회가 열리는 태화강역에 가니 건설플랜트노조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태화강역 광장을 꽉 메운 노동자들중 건설플랜트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라 불리우던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 세 곳 대기업 노동자 수만 해도 10만 명에 육박한다지만 1987년 7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이미 수십여 년간 노동운동을 거치면서 '배부른 노동자'로 변한 현실을 그날 집회가 여실히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온통 하청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만 참여율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경찰 추산 5000여 명, 민주노총 울산본부 추산 7000여 명이 참석했다는 4월 24일 노동자 참석자중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박근혜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 막을 자는 노동자뿐! 4.24 총파업 승리!"

노동자 가두행진 중비중현대차 노조의 무대폭력 사태로 노동자 가두행진은 취소 되었습니다. ⓒ 변창기


그날 집회의 주요 구호였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선전물에서 그날 집회의 이유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종합정책이 현실이 된다면?" '장그래법'이 그렇게 발효되면 평생 비정규직 인생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4가지 구조개악이 진행되면 비정규직 기간 제한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되면서 기간제, 파견직 노동자들이 얻게되는 것은 고용불안과 4년 채우면 정규직이 될수 있다는 희망고문 뿐이라고 합니다.

55세 이상이면 모든 업종에 파견이 가능하다면서 실제 파견 허용 업종은 수백 개로 늘어나고, 시작은 55세이지만 결국은 제조업 등 모든 사업장에 파견이 전면 허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또 주최 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이 완화된다고 합니다.

개인 동의를 받아야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한 지금과 달리 이제는 법이나 노동조합 동의 없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합니다.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합법화 된다고 합니다. 불법파견 징표들을 정부의 '사내하청 가이드라인'에서 빼버린다고 합니다. 그것은 결국 "불법파견 사업장을 합법처럼 둔갑시켜 주겠다는 것"이라 합니다.

"정세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고, 박근혜 정권의 운명은 우리의 투쟁에 달려 있습니다. 정권과 자본에 맞선 4.24 총파업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자본가 정권이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연금개악 도발을 강행할 경우 투쟁은 불가피하고, 전체 노동자와 함께하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요구는 물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노조법 개정투쟁 또한 우리가 쟁취해야 할 총파업의 요구입니다. 그동안 밀리고 빼앗겼던 생명같은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아와야 할 때 입니다. 동지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총파업 노동자 결의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수많은 노동자 선전물이 뿌려지고 수천여 명의 노동자가 태화강 앞 공터를 꽉 채웠습니다. 먼저 대회사에 나선 강성신 울산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노동 공연과 함께 현장은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집회가 끝나면 행진도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건설플랜트 노조원만 가득한 집회현장이제 배부른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이끌던 조선소와 현대차 대기업 노동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 변창기


"지난 1년동안 저는 세월호에서 죽어간 자식 생각에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세월호 가족은 진상규명 해달라, 책임자 처벌 해달라고 6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무것도 진행된 건 없습니다.

작년 11월 검찰은 책임자가 없다면서 수사를 종결지었고요. 국가안전처도 진상조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3월 27일 시행령 발표는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진상규명 해달라, 책임자 처벌 해달라고 지난 4뤌 3일 광화문에서 삭발도 했습니다.

물대포에 방패로 경찰은 우리를 패고 연행했습니다. 저도 두 차례나 맞고 잡혀갔다 다시 풀려났습니다. 언론에선 온통 경찰이 74명이나 다쳤다며 도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다치고 병원에 실려갔는데 단 한줄도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피해자 가족은 오늘 전국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서 세월호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반드시 물을 것이니 노동자도 노동자 권리 꼭 찾으시기 바랍니다."

참석자들은 엄숙하게 세월호 참사 1년 동안 고통속에서 지낸 유가족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후 노동공연과 함께 집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이번 총파업 조직에 함께한 노동자 연대 대표로 한 사람이 나와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비판했습니다. 현대차노조는 노조원 투표결과 부결됐다면서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대신 노조 간부들만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날 수십여 명의 노조 간부가 참석해 깃발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은 지부장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당시 무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무대에서 "대기업 노조에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중단됐습니다. 저는 앞으로 가봤습니다. 무대 위에서 현대차 노조 간부와 다른 노조 간부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맨 앞줄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갑자기 무대에 올라가 집단 폭력을 한 현자노조깃발을 들고 무대로 올라가 연설자를 폭행하고 행사진행을 방해 했습니다. 그것을 한 현자노조 간부가 동영상으로 찍고 있네요. ⓒ 변창기


"현대차노조가 저게 노조입니까? 저 동지가 틀린말 했습니까? 현대차노조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지 않습니까. 이 엄중한 시기에 총파업을 거부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플랜트 노조 보세요. 저 노조는 총파업 결단 내리기 쉬웠겠습니까? 그래도 저렇게 모두 참여하고 있잖아요. 5만 조합원을 거느린 대기업 노조에서 이게 뭡니까? 꼭, 총파업 집회 훼방 놓으러 온 것 같지 않습니까?"

그 노동자의 증언은 이랬습니다. 지부장 자격 없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에 앉아 있던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깃발을 들고 나가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설하는 사람의 목을 손으로 가격해 넘어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119 구급차가 와서 싣고 갔다고 합니다. 현대차노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습니다. 화가 난 어떤 노조원들은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사태를 진정시키고 다음 순서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현대차노조 간부가 있는 무대 옆에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5년 전 인터뷰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줄곧 뒷짐을 지고 서 있었습니다. "그만 돌아가라"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냥 뒷짐지고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상황이 험악해 "왜 안 돌아가고 계속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집회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오늘 행진하려 했지만 행진은 취소합니다."

집회가 마무리되고 행진은 취소됐습니다. 그제서야 현자노조 간부들은 자리를 떴습니다. 뒷짐지고 가는 노동자 대표에서 '배부른 노동자가 되면 배고픈 노동자의 현실을 잊게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집회가 끝난 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입장을 긴급 보도자료로 발표했습니다. 강성신 본부장은 울산과학대노조, 미포조선 하청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학교 비정규직 노조 같은 비정규직 투쟁에 늘 함께하려고 애쓰면서 본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보입니다.

13년 5월 4일 철탑연리문화제에서 민주노총 강성신울산본부장 강성신 본부장은 손재주가 많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 변창기


총파업 울산대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한 사과와 입장
4월 24일 전국 17개 도시 10만 조합원이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함께했습니다. 울산 또한 6천여 명의 조합원이 태화강역 광장에 모여 총파업 성사를 알렸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파업을 동지들의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선포한다"

민주노총울산투쟁본부는 총파업을 총파업 성사를 선언했습니다. 촉박하고 긴박하게 준비된 총파업임에도 "희망이 절망을 이겼다. 총파업을 이뤄냈다"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의 대회사처럼 오늘 전국은 총파업 함성으로 뜨거웠습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며 총파업을 조직한 동지들 덕분입니다.

플랜트노조 울산지부 강상규 지부장, 금속노조 울산지부 최용규 지부장, 그리고 미조조선 하청업체인 KTK업체의 먹튀 폐업에 맞서 투쟁 중인 금속노조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이 총파업 울산대회 단상에 올라 부패정권 무능정권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고,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 투쟁, 최저임금 1만 원 국민 임투를 힘차게 가져갈 것을 결의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총파업 대회 진행에 있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총파업승리지역실천단 허수영 단장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총파업 위상 축소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하였고, 이에 격분한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들이 대회 중 무대 단상에 올라 실천단 단장을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울산 민주노총 4만 조합원이 마음과 힘을 모아 개최한 총파업 울산대회에서 이런 폭력 사태가 벌어진 점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투쟁본부는 조합원 동지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폭력사태의 피해자 허수영 단장과 총파업승리지역실천단 동지들, 그리고 총파업대회에 연대해주신 지역의 동지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민주노총울산투쟁본부는 총파업 대회 도중 벌어진 폭력 사태를 묵과할 수 없는 엄중한 사건으로 인식합니다. 하여 빠른 시일 내 투쟁본부 대표자들과 투본회의를 개최하여 책임과 이후 대응을 논의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동지들이 모아주신 총파업을 향한 염원과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의 의지가 이번 사건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민주노총울산투쟁본부는 신속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민주노총울산투쟁본부장 강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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