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가 될 거예요"... 일곱살 손녀의 각오
[하부지의 육아일기 46] 토요일을 '도서관 가는 날'로 정했다
▲ 책읽는 콩이콩이가 책을 좋아한다. 토요일을 '도서관 가는 날'로 정했다. 책벌레가 되겠다는 당찬 각오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유해할 수도 있는 스마트폰 등을 멀리 할 수 있는 방법, 책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 문운주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아빠가 닦아줄게."
"싫어요, 할머니가 닦아 주세요."
"..."
"저도 아가씨예요. 부끄러워요.
손녀 콩이와 아빠와의 대화 내용이다. 자칭 아가씨(?)다. 말하는 것이 어른스러워졌다. 제 엄마나 아빠의 상태를 적절히 활용한다. 항상 조건이 붙는다. 먹는 것, 보는 것 등과 교환한다. 밥을 먹으라고 하거나 숙제를 하라고 하면, "그러면..."이 나온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콩이
▲ 훌쩍 커버린 콩이신장 119cm, 체중 19kg 훌쩍 커버렸다. 짐짓 부끄러운 척 한다. 어제도 아빠가 목욕을 시켜줬다. ⓒ 문운주
"이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요."
"..."
귓속말로 속삭이는 손녀의 고백이다. 황홀한 감동이 가슴을 짜릿하게 적신다. 할아버지가 먹여주는 밥이 맛이 있다거나, 할아버지와 노는 것이 제일 재밌다고 할 때, 어린아이의 이야기지만 기분이 좋다. 엔도르핀이 생성돼 종일 활기가 찬다.
지난 토요일, 콩이와 근처 도서관에 갔다. 콩이가 4세 때 '북 스타트(book start)'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도서관에 가까이하게 된 계기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보는 친구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도 만나고 김소월도 만날 수 있다.
"할아버지, 저는 책벌레가 될 거예요."
"그래? 좋은 생각인데."
"오늘은 열 권을 읽을 거예요."
"..."
▲ 책벌레 콩이콩이가 책을 보면 동생도 책을 보는 시늉을 한다. 북스타트, 어려서부터 책을 가깝게 하자는 운동이다. 구속이 아니라 습관을 바꾸자는 것이다. ⓒ 문운주
콩이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한다. 그렇잖아도 유해한 TV,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멀리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책을 가까이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책벌레가 되겠다니... 콩이와 유치원 쉬는 토요일을 '도서관 가는 날'로 정하기로 약속했다.
신후야, 생일 축하해. 너는 너무 멋있어.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가 생각난 모양이다. 편지를 쓴다. 어린 아이지만 상대를 칭찬해 준다. 생일 축하 편지다. 3살 때부터 만난 친구다. 다들 어린이집, 유치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어린이날, 아이 생일 등 기념일에 한 번씩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 10 명중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독서 시간도 1일 평균 20분에 불과하다. 흔치 않게 지면을 장식하는 유명인의 논문 표절... 그 까닭은 책을 읽지 않아도 쉽게 자료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는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겪는 최고의 수혜이면서, 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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