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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폄하한 박상도 아나운서, 출연자 존중은 어디로?

[주장] 아나운서 눈엔 출연자와 관객은 없고 국회의원만?

등록|2015.04.27 17:27 수정|2015.04.27 17:27
박상도 SBS 아나운서가 가수 김준수와 그의 팬들에게 실언해 논란이 일었다. 박 아나운서는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진행된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식>에서 출연자인 김준수와 그의 팬들이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언행을 수차례 했고, 이후 김준수가 SNS를 통해 박 아나운서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박 아나운서는 김준수와 그의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김준수 역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이로써 갈등의 불씨는 잦아들었지만 박 아나운서의 실언은 적지 않은 대중에게 분노와 상처를 안겼다. 이 사건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중견 아나운서인 그가 연예인, 팬, 그리고 MC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되짚어보게 됐다.

▲ 박상도 SBS 아나운서 ⓒ SBS


의문 1. 관객 협박이 MC의 역할?  

"김준수의 노래를 듣고 싶으면 잘해야 한다. 수틀리면 돌려보낼 수도 있다." 

박 아나운서는 개막식을 찾은 김준수의 팬들을 사실상 협박 조의 언행으로 통제하려 했다. "수틀리면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발언은 충격적이다. 당시 행사는 공개방송이 아니었던 만큼 박 아나운서 역시 일반 행사 MC로 진행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다소 언행이 가벼워졌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출연자(김준수)를 보기 위해 방문한 팬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선 학생을 말썽꾸러기쯤으로 함부로 다루는 '꼰대 선생님'의 모습이 비쳤다.  

일각에선 그의 언행을 두고 '아나운서 갑질'이라는 비판을 내놓지만 이는 무리한 해석일 수 있다. 진행비를 받고 섭외됐을 아나운서가 행사장에서 '갑질'을 할 만큼 특별한 힘을 지닐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팬에 대한 그의 태도를 살펴보면 평소 연예인에게 어떤 시각을 지녀왔는지도 일부 짐작해볼 수 있다. 

▲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 홍보대사로 나선 가수 김준수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의문 2. MC 눈에 관객은 없고 국회의원만?

"진짜 가셨어요? 시간도 남는데? 국회의원님 세 분씩이나 축사도 포기하셨는데?"

당시 진행을 맡은 박 아나운서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등장한 출연자(김준수)가 간단한 축사와 노래 1곡만을 전하고 퇴장하자 아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표현한 발언은 진행자의 관심이 관객보다 현장을 찾은 국회의원에게 쏠려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날 김준수는 박람회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축사를 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고, 현장에 방문한 팬을 배려해 노래 1곡을 했다. 김준수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박 아나운서는 국회의원 3명이 축사를 못 한 책임을 사실상 김준수에게 돌리면서 그를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행자 입장에선 국회의원의 축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마치 그 책임을 특정 출연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모습은 그가 국회의원의 눈치를 과도하게 본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 홍보대사로 나선 가수 김준수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의문 3. '무료 출연' 연예인을 '얌체' 취급? 

"진짜 가셨네요. 한류 열풍이 무섭네요. 예산이 많아지면 내년에는 세 곡쯤 부르시겠죠."

박 아나운서의 발언이 비난받은 건 그가 예산(출연료)을 언급하며 김준수를 비아냥거린 것이 주된 이유다. 당시 박 아나운서는 김준수가 노래를 1곡만 부르고 무대에서 퇴장한 것이 마치 출연료를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처럼 표현했다. 김준수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말은 결정적으로 '실언'이 됐다.

김준수의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김준수는 지금까지 홍보대사직의 활동에 있어 금전적인 거마비를 받은 바가 없으며 이번 행사 또한 공공적인 일산 꽃 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한 뜻깊은 참여였다"고 밝혔다. 소속사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박 아나운서의 언행은 김준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박 아나운서가 당시 행사를 무료로 진행한 것이 아닐 경우 돈 받고 일한 진행자가 무료로 출연한 연예인을 비하한 꼴이 돼버린다.

▲ 박상도 아나운서 ⓒ SBS


과거 '시구 연예인' 폄하 논란…'방송의 꽃' 되려면 포용력은 필수

박 아나운서의 이번 실언 논란은 과거 다른 연예인을 폄하한 이력까지 보태져 부피가 커졌다. 연예인에 대해 상당히 왜곡된 시각을 지녔다는 게 논란의 초점이다. 특히 야구장에서 시구하는 연예인을 폄하한 그의 과거 글에는 연예인과 연예 산업, 대중의 기호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담겼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박 아나운서는 연예인보다 상대적으로 고상한 이미지를 지닌 아나운서를 연예인의 모범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박 아나운서의 이번 실언은 평소 개그맨들이 쏟아내는 각종 막말보다도 가볍고 폭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봄꽃 수억 송이가 만개한 축제의 장에서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건 안타까운 대목이다. 흔히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이라 부른다. 그 수식어가 제값을 하려면 홀로 빛나려 하기보다는 출연자와 관객을 더 빛나는 꽃으로 만들어주는 포용력이 필수다. 더욱이 출연자와 관객에 대한 존중은 온데간데없고 '정치인 챙기기'에나 신경 쓸 정도로 '주객'을 혼동하는 아나운서에게 꽃 박람회 '장식'을 맡긴 일은 마땅치 않은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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