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하품 하는 달라이 라마 모습, 인간적이네

[서평] 달라이 라마 사진집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등록|2015.04.29 14:41 수정|2015.04.29 14:41
노랑병아리 모습이 떠오를 겁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들어 파란하늘을 한 번 바라보는 노랑병아리 모습이. 이 책,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을 읽을 사람들 모습을 떠올려 보니 마치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바라보는 노랑병아리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 한 모금 같은 한 장 한 장의 사진들, 맑은 하늘같은 글에 담긴 이런 느낌과 저런 가르침을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이 마치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바라보는 노랑병아리처럼 티 없이 맑고 따뜻하게 행복한 모습으로 연상됩니다.

20년 동안 찍은 사진 간추려 엮은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사진 이영자 / 펴낸곳 도서출판 운주사 / 2015년 4월 3일 / 값 1만 5000원) ⓒ 도서출판 운주사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사진 이영자, 펴낸곳 도서출판 운주사)는 저자(사진작가 이영자)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들으며, 사진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20여 년 간 찍어 온 달라이 라마와 티벳문화문 사진 중에서 고르고 간추려 엮은 사진집입니다.

물기가 촉촉한 아가의 눈에서는 보석 같이 착한 마음이 보입니다. 아이를 등에 업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인고의 세월과 기도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진은 말이 없습니다. 그저 보고 느낄 뿐입니다. 말 없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느껴지는 느낌이 큽니다. 글자 하나 없는 사진에서 고요함, 맑음, 기쁨, 환희, 세월, 고행, 자비, 사랑, 의식, 장엄 기도, 간절함, 고뇌 등이 뚝뚝 배어납니다.

하품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은 인간적이고,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은 엄숙합니다. 거리의 악사는 환하게 웃고 있고,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서는 그렁그렁한 행복이 뚝뚝 떨어집니다.

서너 줄, 길어봤자 예닐곱 줄 정도의 글들이 또 다른 사진처럼 이어집니다. 짧지만 깊습니다. 회오리바람처럼 마음을 파고들어 동굴 속 같은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건강까지 기꺼이 희생합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렇게 번 돈으로 망가진 건강을 회복하려 애를 씁니다. 더군다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해서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합니다. 그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하루도 살아보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109쪽

사진을 찍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압니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게, 언뜻 보기엔 그럴싸해보일지 모르지만 한 순간의 느낌을 순간포착으로 담아낸다는 건 노동을 요구하는 예술입니다. 더구나 책에 실린 대개의 사진들처럼 움직이는 피사체를 포착해 담아냈다는 건 서너 배의 발품과 긴장감이 들어갔을 게 분명합니다.

보고 또 보는 사진, 새기고 또 새기는 몇 줄의 글에서 어느새 행복해지고 어느새 지혜로워짐을 실감합니다. 되새김질을 하듯 읽는 글에서 행복해지고, 훌훌 넘기듯 보는 사진 한 장에 시나브로 행복해지니 이 책을 읽은 마음은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여라' 입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라> (사진 이영자 / 펴낸곳 도서출판 운주사 / 2015년 4월 3일 / 값 1만 5000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