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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과서 한자병기 '긍정' 30% 뻥튀기

[발굴] '보통' 답변, '긍정' 결과에 포함... 전문가들 "황당한 행동"

등록|2015.04.29 19:00 수정|2015.04.29 19:01

▲ 교육부가 29일 오후에 발표한 설명자료. ⓒ 윤근혁


교육부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설문조사' 관련 '긍정 답변' 비율을 30.5%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정부기관이 해서는 안 될 '데이터 마사지'를 했다"고 지적했다.

29일 교육부는 설명자료에서 지난해 자신들이 위탁한 연구보고서인 '학교현장, 국가·사회적 요구사항 조사 연구'(연구책임자 강현석) 결과를 인용하면서 "초·중·고 교사(77.5%) 및 학부모(83%)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긍정"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와 상반됐다. 한길리서치가 올해 2월 발표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초등교사 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 의견은 33.6%였고 부정 의견은 65.9%였다.

이처럼 결과가 상반된 까닭은 교육부가 '보통'으로 답변한 의견을 '긍정' 의견에 합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보통' 의견 비율은 각각 30.5%와 34.5%였다. 이 수치를 뺀다면 교과서 한자병기 긍정 비율은 교사와 학부모가 각각 47.0%, 48.5%로 줄어든다.

교육부 "'보통' 답변을 '반대'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지 않나"

해당 보고서의 설문문항 설계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는 설문에서 '초등 한자교육 강화 및 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질문을 한 묶음으로 했다. 긍정 요소를 가진 '교육 강화'란 글귀가 들어가면서 '한자병기'에 찬성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통'이란 답변을 '긍정'으로 해석한 것은 정부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황당한 행동"이라면서 "설문문항도 한 묶음으로 두 가지 사항을 물어보도록 설계하면 한자병기에 대한 긍정 의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육부 문서는 리서치 전문가들이 볼 때는 있어서는 안 될 기가 찬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자병기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나눠볼 때 '보통'이라고 답한 것을 '반대'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면서 "교육부 문서도 '찬성' 비율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긍정' 비율을 적은 것이라 '보통' 의견도 긍정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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